- 나의 서재

책읽는호르데아리
- 작성일
- 2022.8.3
[예스리커버] 킨포크 트래블 KINFOLK TRAVEL
- 글쓴이
- 존 번스 저
윌북아트
퇴근하니 현관 문 앞에 책이 배송되어 있었다. 제법 묵직하고 크기도 크다.
내가 사는 서향집은 낮 동안의 열기로 데워져 후근했다.
한증막이 따로 없을 정도로 덥지만 옷도 갈아 입기 전에 포장을 벗겨내고 책을 꺼냈다.
책장을 넘긴다. 한여름인데도 등골이 서늘해진다.
아........!!!!
너무 감동해서 말문이 막힌다.
이 책은 여행사의 유럽 7박 8일 5개국 패키지 여행처럼 주요 관광명소를 수능 기출문제 집중풀이하듯 단기간에 훑고 지나가는 여행을 지양한다. 단지 여행 가이드북에 잘 소개되지 않는 특이한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여행지를 여유 있게, 느리게 여행할 것을 권하는 책이다. 27개 도시와 그 도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그 도시 주변의 자연 속에서 야외활동을 사랑하는 현지인들이 소개된다.
첫번째 장 도시에서는 파리의 건축가,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의 음악가, 세네갈 다카의 패션 디자이너, 미국 볼티모어를 소개하는 작가, 이방인이지만 서울에 6년째 살고 있는 러너, 테즈메니아의 미술관을 사랑하는 사업가, 오만의 무스카트 해안 산책로를 사랑하는 사진작가가 소개된다. 그 도시의 진면목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도시를 소개하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내가 여행했던 파리가 나온다. 그러나 내가 보았던 관광지 파리와는 다르다. 파리 외곽, 예술작품 같기도 하고 미래도시의 건축 같기도 한 공동주택 '아브락사스'와 건축가가 소개된다.
서울도 소개된다. 서울도 외국인들에게는 나름 인기있는 여행지니까 소개될 법하다고 생각하며 책장을 넘긴다. 서울 토박이 한국인이 아닌 서울에서 달리기 하는 외국인과 런클럽의 이야기가 나온다. 뒤이어 서울에서 달리기 좋은 코스가 추천되어 있다. 한강변을, 청계천가를 달리고 싶었고 벚꽃 핀 남산 둘레길도 달려보고 싶었는데. 왠지 부럽다. 누구든 같이 달릴 수 있다고 한다
두번째 장 야생에서는 뉴질랜드의 야생속의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와일드 웰니스를 운영하는 사업가, 이란 여자 스키 국가대표팀 감독이 소개하는 테헤란 인근의 스키장, 스코틀랜드와 아이슬란드 사이에 위치한 페로 제도에서 슬로푸드를 만드는 셰프, 이스라엘의 암벽 등반가, 레바논의 포도원을 운영하는 소믈리에, 아이다호 주변의 오지를 자전거로 달리는 어드벤처 레이서, 조지아에서의 플라이 낚시꾼, 영국 런던에서 새 관찰하는 사람들이 소개된다.
예사롭지 않다. 이란을 세 번 여행했었다. 11월에도 갔었는데 테헤란에서 스키를 탈 수 있다는 것은 나의 상상 밖이었다. 더구나 여자 스키선수라니! 여성의 사회활동에 제약이 많은 무슬림 국가인 이란에서 스키가 연상되지 않았기에 더 인상적이다.
스코틀랜드 먼로 오르기... 먼로는 해발고도 915미터 이상의 산을 부르는 명칭이라고 한다. 먼로와 주변의 호수 사진이 너무 아름다워 또 등골이 서늘해진다. 언젠가 나도 영국을 여행해야지. 그리고 스코틀랜드 먼로를 올라야지. 아예 노스코스트 500트레일을 일주해 버릴까? 스코틀랜드 일대 830km를 한 바퀴 도는 순회 코스라는데... 여행할 곳 버킷리스에 추가한다
세번째 장은 교통수단에서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새로운 경험을 주는, 그 이동 과정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는 여정을 소개한다.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적로 가는 도중의 힘들고 지루한 시간도 여행으로 받아 들이고 좋은 추억으로 기억하게 된다.
스위스 케이블카 사파리, 영국 운하를 따라가는 크루즈 여행, 아랍에미레이드 두바이에서 푸자이라로 가는 자동차 여행, 오슬로에서 베르겐으로 가는 기차, 아르메니아의 자동차 여행, 아이슬란드로 떠나는 캠핑 여행 등이 소개된다. 각 꼭지의 마지막에는 여행서적답게(?) 귀여운 지도와 함께 숙소와 먹을 곳, 여행 팁 등이 간단하게 소개되어 있다.
영국에도 운하가 있다고? 런던에서 버밍엄까지 2주간 운하로 이동하며 그랜드 유니언 운하의 풍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심지어 하우스 보트 숙소도 있고 (이 책에서는 '더 보트하우스 런던'을 추천) 보트 에어비앤비도 있다고 한다. 그랜드 유니언 운하를 따라 펍, 카페가 있고 보트 카페도 드문드문 있다고 한다. 색다른 분위기를 즐겨보고 싶다.
각 장의 끝에는 에세이가 있어서 여행에 대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게 한다. 그 중 인상적인 것이 나도 사랑해 마지 않는 기내식에 관한 에세이다. 여행지에 먹는 현지식도 좋아하지만 기내식과 아담 사이즈의 와인을 같이 먹을 생각하면 비행기 타고 여행가고 싶어진다.
332 페이지 - 기내식의 매력은 비행 중인 인체의 생리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행기를 아무리 자주 탄다고 해도 비행기를 탈 때마다 우리 몸은 긴장합니다.... 기내의 승객들의 마음은 각자 서로 다른 불안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그런 상태에서 식사는 위로가 됩니다. 가만히 앉아 음식을 먹는 것은 가장 일상적인 행동이기 때문에 '정상적'이라는 느낌을 주지요....
333 페이지 - 역사적으로 비행기에서 식사하는 것은 사치스러운 일이었다. 이제 그 축소판으로 기내식의 기쁨은 기본적으로 즐거움을 주는 음식 그 이상이다. 물론 최고의 미식을 즐길 수 있는 세계 곳곳 레스토랑의 다른 코스 요리도 있겠지만, 비행기에서는 그저 따뜻한 식사로 완벽하다. 결국 비행기에서 기내식을 먹는 즐거움은 여행의 즐거움 그 자체로 귀결된다.
이 책은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도로시의 구두처럼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때마다 여행의 추억으로 나를 순간이동시킨다. 힘들었던 기억은 이미 아름다운 추억으로 탈바꿈해 있다. 내가 여행했던 아르메니아, 아이슬란드, 파리, 아르헨티나에서의 추억이 소환된다. 여행계획만 세웠으나 결국 여행지로 선택되지 못한 알바니아에 대한 미련이 부풀어 오른다.
마법 같은 책이다.
세계일주 여행을 한 사람이든, 아직 여행의 추억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도 이 책을 읽으며 다음 여행을 꿈꿀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아직은 여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지난 여행의 추억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 행복해 질 수 있다.
정말 운 좋게 서평단으로 선정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아름다운 책의 저자와 출판사에 감사합니다.
<YES24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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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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