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정공식계정
  1. 책을 읽자, 책을 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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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인생극장
글쓴이
노명우 저
사계절
평균
별점9.1 (35)
정은정

1. 엄마는 내 나이인 마흔둘에도 일을 하고 있었고, 쉰둘에도 일을 하고 있었다. 말수가 적고 웬만한 일에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해방 직전인 1944년에 태어나 2000년에 세상을 떠나셨다. 전쟁에 대한 큰 기억은 말씀한 적은 없었지만 피란을 온 육촌지간 9남매가 사랑방에 얹혀 살았었노라 했다.

우리에게는 후덕하기만한 외숙모도 소싯적에는 엄마와 막내 외삼촌을 야단치곤 했다는데. 엄마도 엄마를 일찍 잃었고, 밑으로는 동생을 월남전에서 잃었다. 아버지는 우리 곁에 남았지만 이제 엄마 이야기를 물어볼 곳은 아버지와 외숙모만 남았을 뿐이다.

편찮아 지신지 몇 달 만에(물론 오래도록 아팠겠으나) 그냥 훌쩍 돌아가셔서 이후에 형언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지독하게 엄마에 대해서 적어 두었지만, 그건 철저하게 나와 엄마의 그 사이에 대한 이야기였다. 정작 엄마의 궤적을 많이 알지 못한다. 엄마의 인생이 궁금하지 않았던 나이에 훌쩍 떠나셔서 그렇다. 
엄마의 죽음은 내게 그 어떤 각성이란 걸 안겨준 '사건'이기도 했다.

모든 죽음은 역사의 한 켠이 접히고 열리는 일임을.

2. 1966년생인 사회학자 노명우의 신작 <인생극장>에는 작고한 부모의 인생을 개화기부터 식민지 시대, 그리고 한국전쟁과 휴전 이후. 다양한 근현대 한국영화의 장면과 소설을 포개어서 서술했다. 누구나 부모의 생살을 찢고 나오지만 그 인생을 텍스트로 재구성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게다가 1924년생, 1936년생의 부모의 삶을 좇는 일은 한국의 근현대의 생자료를 뒤적거리는 일이나 마찬가지일 테니까.
사회학자 노명우(이 책에서 스스로를 '사회학자'로 칭하니까 나도 그대로 표기를)는 특유의 글쓰기(아이고, 진부한 이 표현밖에 없나!)로 한 호흡에 자신의 내밀한 삶을 '사회적 삶'으로 그려놓았다.

노명우 교수 부모의 삶이지만 어쩐지 낯설지 않은 데에는 아마도 내가 내 친구들에 비해 나이가 많은 (식민지와 한국전쟁을 두루 거친) 아버지의 막내여서다. 어느 순간 '노인 아버지'만을 대해와서이기도 하다.

한 사람의 인생을 잘 적을 수 있다면, 많은 것들을 적을 수 있지만. 영원히 불가능한 꿈이 타인의 인생을 재구성하는 일이기에 우리에겐 '문학'이라는 불멸의 장르가 남았겠지.

만화책 정용연 <정가네 소사>도 함께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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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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