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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을 읽자, 책을 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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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이른 말이 농업의 근본이라
글쓴이
정학유 저/진경환 주해
민속원
평균
별점10 (1)
정은정

1. 주해자인 진경환 교수가 이 책의 주해자로 나선 이유는,



고등학교만 졸업을 해도 농가월령가는 그래도 들어봤던 익숙한 조선후기 고전가사이지만, 의외로 과하게 풀어써서 본뜻과 달라진 주석본들이 많은 작품이기도 하여 텍스트 자체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리저리 인용되고 오용되는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농가월령가>를 쓴 사람은 '정학유(1786-1855)'로 정약용의 둘째 아들이다. 이 주해본의 원서는 정학유의 생질(외조카)인 권경호가 단양으로 부임해 외삼촌의 작품을 필사해 집안 대대로 전하고자 하려는 뜻이었다. 책 끝에 부록으로 이 영인본이 전체 실려있다.



정학유는 벼슬에 나가지 못/않은 향반으로 살아갔다. 그 아버지인 정약용의 유배지 강진에서 큰아버지 정약전의 유배지인 흑산도에도 왔다갔다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 향반이 이 농가월령가를 지은 것은 언뜻 권농의 자세와 마음, 실학정신이 모태가 되었을 수도 있겠으나, 주해자 진경환 선생님의 평가대로 이는 조선후기 농업의 실태를 잘 보여주기는 해도 결국 향촌의 양반인 정학유의 관점이 더 강하게 드러나는 텍스트다.



예전에 이 텍스트를 볼 때는 계절에 따라 뭘 심고 거두고 먹었는지에 대한 궁금함이었으나 이제서야 알 것 같았다. 글이 유순하고 태평성대를 전제한 것 같은 느낌. 조선말 유민들은 늘어나고 혁명의 기운이 웅얼웅얼 대던 때, '근면성실'하게 농사일에 매진하면 하늘도 감동하여 곡식내리고 '효제충신'의 정신이 대체 지금 초근목피의 농민들에게 무슨 소용이랴 싶어서 말이다.



사월령에 한 구절 보자면



"농량農糧(농사짓는 동안 먹을 양식)이 부족하니 환자還子(봄에 백성들에게 꾸어주고 가을에 이제 붙여 받는 환곡) 타 보태리라"



라는 대목에서 '환자' 즉 환곡이 그런 기능을 하기는커녕 조선후기 가렴주구의 근간이 되었다는 것은 이미 배워 알고 있으니 말이다.



주해자가 특별히 주목한 구절은 시월령에 "이런 일 자세 알면 왕세王稅를 거납拒納할까"이다. 정황은 이런저런 세금을 낼 상황이 아니게 되면 세금을 탕감하여 주지만 농민들이 이런 사정을 모르고 왕세를 거부하는 일을 벌이니 사정을 잘 이해해야 한다는 전형적인 양반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이 당시 농민은 세금의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 토지를 버리고 떠돌아다니는 유망을 선택하고 왕조에 타격이 심했던 상황이 반영되어 있다는 해석을 보태주어 맥이 잡히는 듯 했다.



정학유'들'이 지키고자 했던 이상향, 실학이되 그것은 왕조 튼튼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일 뿐 엄청난 혁명사상은 아니었다는 것을 이 텍스트를 통해 알 것 같다.



"임금의 백성 되어 은덕으로 살아가니 거미 같은 우리 백성 무엇으로 갚아볼까" 정도의 사상이기도 하다.



2. 초파일이니 기념삼아 한 줄 적어보자면



"팔일에 현등함은 산촌에 불긴(不緊) 하나/느티떡 콩찌니는 제때의 별미로다"



초파일에 등을 다는 것이 산촌에는 꼭 필요하지 않으나 /느티떡과 콩찌니(콩을 넣어 만든 떡으로 절에서 만들어 먹는 떡)는 제때의 별미로다.



근 몇년 사찰음식 대유행이어서(먹는 사람보다 텔레비전으로 보는 유행) 느티떡과 꽁찌니를 텔레비전 다큐에서 본 적이 있어서 괜히 반가웠다.



여하튼 이렇게 세세하여 읽어나가는 재미와 지금의 습속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예를 들어 사과와 능금의 변화같은 것들. 찔레꽃은 그때도 가난의 상징이었군..하는.



아무리 양반층이었어도 그래도 세세하게 사물의 풍경을 눈에 담은 장학유의 꼼꼼함 덕분에 세시풍속과 계절에 맞춰 먹은 음식들의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좋은 텍스트다.



다만 때맞춰 무언가를 해먹고 조상을 섬길 수 있던 사람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농민 자신보다는 땅을 가진 자들이었다는 것은 크게 안 변했다는 것.



그러니 함부로 여기에 있는 음식을 그대로 복원하여 마치 우리 조상대대로 누구나 이렇게 먹고 살았겠거니는 하지 말아야는데 지금의 한식은 어디에서 흘러와서 어디로 흘러가는지 한심하기 그지없다. 서로 반성하고 감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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