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니코
- 작성일
- 2016.2.22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
- 글쓴이
- 김정은 저
휴머니스트
읽으면서 참 남얘기 같지 않았다. 특히 가장 공감되는 부분은 이 부분이었는데,
"일상에서의 나는 아내와 엄마, 어느 것에도 적응하지 못했다. 육아와 가사, 엄마와 아내의 기본 역량이라 할 이 두 가 어느 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고, 그런 내가 부끄럽기만 했다. 마치 일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난 그저 호시탐탐 다시 직장으로 돌아갈 궁리만 했다."
나 역시 엄마가 되었지만, 좋은 엄마는 아니었다. 요리도 못하고, 집안일에도 서툴며, 아이양육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었다. 그리고 결국은 워킹맘에 되어 집을 떠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집안일에는 끝도, 성취도, 칭찬도, 정해진 휴일도, 보수도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평생을 남자와 똑같이 공부하고, 경쟁하며, 일해 왔는데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는 순간 나는 "엄마"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 격차를 너무도 견디기 힘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에 결국엔 일자리를 찾아내고 말았다. 그러고서야 남편과 육아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나도 일하니 도와줘." 독박 육아의 틀을 벗어나고, 또, 집안일은 잘해봐야 돈이 되는 부분이 아니니 대충 굴러가게 두고 나서야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책에 나오는 엄마처럼 일을 할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만 해도 한숨이 먼저 나오는 일이다. 저자는 이러한 감정을 "수치심"이라 읽어 내고, 책을 통해 수치심과 결별하고자 한다. 강아지똥과 치킨 마스크라는 책을 통해 자신의 쓸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스스로 기뻐할 수 있으며 가족에게도 기쁜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둘 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어른인 저자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 책이기도 하다.
이 책에선 다양한 책들이 소개된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읽었는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말하고 있다. 그 책은 동화도 있으며, 청소년을 위한 소설도 있으며, 고전도 있고, 어른들을 위한 책도 있다. 그러나 저자의 어린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그 책을 함께 읽어내고 책의 본질을 느낀다. 어리기에 너무 이르지 않을까 했던 책들이 많은데, 생각해보면 아이들은 자신이 관심가지는 영역에선 그 누구보다 집중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편견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독서와 아이들과의 솔직한 토론, 이런 것들이 이 가족을 하나로 묶어주지 않았을까 싶다.
이 가족을 보면서 문득 떠오르는게 있는데, 타로카드의 탑이었다. 보통 번개에 맞아 탑이 무너지고, 사람이 떨어지는 모습의 카드인데, 그림 그대로 모든 것이 무너진다는 의미의 카드이다. 그러나 이 카드를 해석할 때에는 모든 것이 무너지고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카드로 말하기도 하는데, 위기가 기회라는 것을 말해주는 카드이기도 하다. 이 가족은 남편의 노조참여, 엄마의 실직, 그동안 맞벌이하는 엄마, 아빠 사이에서 외롭게 커왔던 아이들이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다. 너무도 힘들어서 가족해체란 단어가 떠올랐던 그 때, 책을 통해 내실을 다지며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요즘 인문학 붐이 불고 있다지만, 거기엔 한계가 있다. 인문학 강의를 통한 자격증의 취득이나, 글쓰기 기술을 익히는 등 생존을 위한 인문학이었기 때문이다. 고전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힘들 익히는 책들은 어딘지 전투적이었고, 이 책을 읽지 않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좀 더 앞서나간 기분을 느끼게 해줬다. 그러나, 읽고나면 허무했다. 사실 그전과 이후가 별로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인문학의 본질을 다루고 있다. 기술과 같은 곁가지를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본질, 아빠와 엄마, 아이들 각자를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가족이지만 바빠서 잘 몰랐던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독서를 통해 무엇이 달라져가는지 이렇게 날 것 그대로 서술한 책은 드물었다. 물론, 이 가정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뭐든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에서, 아이들은 미리 예습하지 못해 뒤쳐지는 상처를 받고 있다. 모두 알파벳을 아는데 자신만 모를때 느껴지는 그 뒤쳐졌다는 느낌. 그러나 그 상처를 가족이 따듯하게 보듬어주고 남보다 느려도 계속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교육이 가진 힘은 사실 이런 것이 아닐까? 한 문제를 더 맞추는 것보다 지속할 수 있는 힘을 갖추어주는 것 말이다. 이런 힘은 절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오랜만에 깊이가 있는 책을 읽어내며 나와 우리가족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실천은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도도 아빠, 이 책 좀 봐봐. 너무 좋다." 라고 하며 소개해준 책이 계속 식탁 위에 놓여만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내가 감당하기 힘들어 도무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에 나는 다시 이 책을 꺼내지 않을까 싶다. 한 글자, 한 글자, 되짚어내며 "그럼에도..." 하는 희망을 얻기 위해서 말이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일상에서의 나는 아내와 엄마, 어느 것에도 적응하지 못했다. 육아와 가사, 엄마와 아내의 기본 역량이라 할 이 두 가 어느 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고, 그런 내가 부끄럽기만 했다. 마치 일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난 그저 호시탐탐 다시 직장으로 돌아갈 궁리만 했다."
나 역시 엄마가 되었지만, 좋은 엄마는 아니었다. 요리도 못하고, 집안일에도 서툴며, 아이양육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었다. 그리고 결국은 워킹맘에 되어 집을 떠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집안일에는 끝도, 성취도, 칭찬도, 정해진 휴일도, 보수도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평생을 남자와 똑같이 공부하고, 경쟁하며, 일해 왔는데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는 순간 나는 "엄마"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 격차를 너무도 견디기 힘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에 결국엔 일자리를 찾아내고 말았다. 그러고서야 남편과 육아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나도 일하니 도와줘." 독박 육아의 틀을 벗어나고, 또, 집안일은 잘해봐야 돈이 되는 부분이 아니니 대충 굴러가게 두고 나서야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책에 나오는 엄마처럼 일을 할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만 해도 한숨이 먼저 나오는 일이다. 저자는 이러한 감정을 "수치심"이라 읽어 내고, 책을 통해 수치심과 결별하고자 한다. 강아지똥과 치킨 마스크라는 책을 통해 자신의 쓸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스스로 기뻐할 수 있으며 가족에게도 기쁜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둘 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어른인 저자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 책이기도 하다.
이 책에선 다양한 책들이 소개된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읽었는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말하고 있다. 그 책은 동화도 있으며, 청소년을 위한 소설도 있으며, 고전도 있고, 어른들을 위한 책도 있다. 그러나 저자의 어린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그 책을 함께 읽어내고 책의 본질을 느낀다. 어리기에 너무 이르지 않을까 했던 책들이 많은데, 생각해보면 아이들은 자신이 관심가지는 영역에선 그 누구보다 집중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편견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독서와 아이들과의 솔직한 토론, 이런 것들이 이 가족을 하나로 묶어주지 않았을까 싶다.
이 가족을 보면서 문득 떠오르는게 있는데, 타로카드의 탑이었다. 보통 번개에 맞아 탑이 무너지고, 사람이 떨어지는 모습의 카드인데, 그림 그대로 모든 것이 무너진다는 의미의 카드이다. 그러나 이 카드를 해석할 때에는 모든 것이 무너지고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카드로 말하기도 하는데, 위기가 기회라는 것을 말해주는 카드이기도 하다. 이 가족은 남편의 노조참여, 엄마의 실직, 그동안 맞벌이하는 엄마, 아빠 사이에서 외롭게 커왔던 아이들이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다. 너무도 힘들어서 가족해체란 단어가 떠올랐던 그 때, 책을 통해 내실을 다지며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요즘 인문학 붐이 불고 있다지만, 거기엔 한계가 있다. 인문학 강의를 통한 자격증의 취득이나, 글쓰기 기술을 익히는 등 생존을 위한 인문학이었기 때문이다. 고전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힘들 익히는 책들은 어딘지 전투적이었고, 이 책을 읽지 않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좀 더 앞서나간 기분을 느끼게 해줬다. 그러나, 읽고나면 허무했다. 사실 그전과 이후가 별로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인문학의 본질을 다루고 있다. 기술과 같은 곁가지를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본질, 아빠와 엄마, 아이들 각자를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가족이지만 바빠서 잘 몰랐던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독서를 통해 무엇이 달라져가는지 이렇게 날 것 그대로 서술한 책은 드물었다. 물론, 이 가정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뭐든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에서, 아이들은 미리 예습하지 못해 뒤쳐지는 상처를 받고 있다. 모두 알파벳을 아는데 자신만 모를때 느껴지는 그 뒤쳐졌다는 느낌. 그러나 그 상처를 가족이 따듯하게 보듬어주고 남보다 느려도 계속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교육이 가진 힘은 사실 이런 것이 아닐까? 한 문제를 더 맞추는 것보다 지속할 수 있는 힘을 갖추어주는 것 말이다. 이런 힘은 절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오랜만에 깊이가 있는 책을 읽어내며 나와 우리가족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실천은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도도 아빠, 이 책 좀 봐봐. 너무 좋다." 라고 하며 소개해준 책이 계속 식탁 위에 놓여만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내가 감당하기 힘들어 도무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에 나는 다시 이 책을 꺼내지 않을까 싶다. 한 글자, 한 글자, 되짚어내며 "그럼에도..." 하는 희망을 얻기 위해서 말이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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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