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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에서 꺼낸 여행
글쓴이
안소정 저
휴머니스트
평균
별점8.9 (18)
니코

그동안 수학을 공식과 문제, 시험과 점수로만 접했다면, 이 책은 수학이 실제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명쾌하게 알려주는 책이다. 수학과 역사에 대한 방대한 지식에서 뽑아낸 문장들은 복잡해만 보였던 수학의 세계를 명료하게 알려준다. 한 권의 책에 지식을 어찌나 꽉꽉 담아 놨는지 소화시키는데 시간이 필요한 책이기도 하다.


눈으로 보이는 세계를 수학적으로 풀어내면서 설명하는 것은 이런 식이다. 에펠탑의 곡선이 지수함수의 그래프와 닮았고, 세인트폴 성당의 휘스퍼링 갤러리는 천장이 타원형이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휘스퍼링 갤러리, 즉 '속삭이는 회랑'은 원형 복도 한쪽에서 내는 작은 소리가 가까운 곳에서는 잘 들리지 않지만 회랑 건너편의 어느 지점에서는 또렷이 들리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 신기한 현상의 원인은 돔을 이루는 천장이 타원형이라는 점이다. (증략) 중심이 하나인 원과 달리 타원은 초점이 둘이라서, 한 조점에서 소리를 내면 이 소리가 타원형 천장에 도달하면서 반사되어 건너편 초점에 모인다. 즉 가까운 곳보다는 서로 멀리 떨어진 두 초점에서 소리가 더 잘 들리는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불리는 샌프란시스코의 현수교에 대해 말하면서 현수선과 포물선의 차이를 말한다. 포물선을 연구한 갈릴레오도 포물선과 현수선을 같은 것으로 이해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곁들여서 말이다. 현수선은 중력의 영향만 받고 늘어선 선의 모양이고, 포물선은 공중에 던져올린 물체가 그리는 경로다. 거기에 포물선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이나 소리를 초점에 모이게 하는 성질이 있어, 자동차의 전조등 등에 사용되고 있다고 활용례까지 들고 있다. 


수학자의 눈이 아니고선 보기 힘든 세상인데, 정작 수학자들은 잘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해한다고 해서, 그것을 쉽게 풀어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비슷한 고질병은 물리학자들이 많이 앓고 있다. 저자는 드물게도 수학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또 쉽게 풀어낼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는데다  실용적인 부분에서 예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배경을 아우른다.


또한, 눈으로 보이는 세계를 넘어 여행이란 테마에 맞춰 지역과 시대별로 수학의 업적을 묶어놓았는데 정말 주옥같은 설명이 이어진다. 이 책을 보면서 내가 21세기가 아니라, 근세 정도의 관념밖에 갖고 있지 않았구나 싶을 정도로 문화적 쇼크를 받았다. 그동안 문제만 풀고, 점수만 딸 줄 알았지 진짜 수학은 몰랐었구나 싶다.


16세기 데카르트의 해석 기하학은 두수의 곱은 면적이고, 세수의 곱은 부피라고만 생각하던 것을 넘어선다. 엑스의 제곱을 정사각형으로만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좌표평면에 곡선으로 나타낸 것이다. 데카르트의 좌표평면은 이를 통해 실존하지 않는 4차원 이상의 공간의 성질도 연구할 수 있게 수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16세기에 말이다.


생소한 이름의 사영기하학이 어디에 쓰이는가 싶었는데, 사영기하학의 원리를 이용하면 물체의 위치를 산출해 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1960년대에 영국 여행기가 추락해 승객이 모두 사망한 사건에서, 추락 순간에 찍힌 사진 한 장으로 추락 당시 항공기의 고도와 위치를 알아냈다고 한다. 


들어보기만 엄청 들어봤던 단어인 푸코의 진자는, 1851년 프랑스 팡테옹에서 지구가 자기 축을 중심으로 회전한다는 것을 증명해낸 실험이다. 사이클로이드 곡선은 직선보다 더 빠른 곡선으로 최단강하곡선이라 불리며, 건물의 지붕이나 아치를 사이클로이드 모양이 되도록 만들면 빗물이 빨리 흘러내린다고 한다. 


그 외 이름만 알고 있었던 수많은 수학적 개념에 대해 명료하게 정의하고, 그것이 현실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다루고 있는데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진다. 문제는 이 책이 수학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는 개념서가 아니라 여행서라는 것이다. 여행지를 보고 다니며, 그곳에서 만났던 수학을 자연스레 꺼내며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학의 개념을 말한다.


여행서답게 여행지에 대한 역사적 배경, 기후, 그곳에서 있었던 일도 적혀 있는데 이에 대한 지식도 장난이 아니다. 한 번 읽어 정복될 만한 책이 아니라, 두고 두고 읽으며 세계에 대한 상식을 깨뜨리기 좋은 책이다. 이 책을 보고 있자니, 최근에 트위터에서 본 유머가 떠오른다.



수학은 알면 알수록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 그렇지 않음을 깨닫게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곧은 선을 그린 후에 직선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구라는 곡면 위에서는 모두 곡선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건 리만 곡면에 관한 내용이다. 여기에선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180도를 넘을 수도 있고, 그보다 작을 수도 있다. 


나름 쉽고 명쾌하게 풀어놓은 책이고, 책 곳곳에 수학과 관련된 유머가 섞여 있기도 하지만, 한 권의 책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내용을 넣어 놓았나 싶을 정도로 꽉꽉 채워담은 책이라 시간을 갖고 읽는 것을 권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수학 공부해서 어디다 쓴다고?' 하는 질문을 입속으로 쏙 들어갈터라 중, 고등학생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이지만, 대신 '아직도 안 읽었니?'하고 구박해서도 안 되는 책이다.  


정말 정말 수학이 싫어서 수학자들을 다 암살해버리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한테도 도움이 될 책이다. 누가 언제, 어떤 수학의 개념을 발명해서 세상이 이렇게 되었는지를 다루고 있으니까. 또한, 이 책에도 나와 있듯이 불완전성 정리를 발표한 수학자 괴델은 일반상대성이론과 연관된 논문에서 '과거로 가는 시간 여행'이 논리적으로 가능함을 증명했으니 꼭 불가능한 일만도 아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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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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