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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보
기생충
감독
봉준호
제작 / 장르
한국
개봉일
2019년 5월 30일
평균
별점8.8 (0)
달구벌미리내

1.

바쁜 5월 뒤에 간만에 보는 영화다.

2019년 칸느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봉준호 감독의 131분짜리 영화 <기생충 PARASITE>.

언론에서 좋은 말들을 너무 많이 해서 나 같은 이가 더 해줄 말은 없을 듯하다.


2.

아는 이가 이 영화를 보고 '내 인생의 영화'라 했다. 

말을 옮긴 아내한테 그 사람은 좋은 영화를 좀 더 봐야겠다고 했다가 아내가 투덜대는 소리를 들었다. 

남의 인생에 왜 끼어드냐고. 


그렇지. 남의 '인생 영화'에 끼어들 까닭이 없지. 그건 오지랖일 뿐이지. 

그런데 왜 내가 남의 인생 영화에 타박을 했을까? 

이 영화가 나한테는 그렇게 썩 마음에 와닿지 않아서 해본 소리다.


<기생충>은 깔끔한 영화다. 게다가 생각지 못한 곳에서 엉뚱한 일이 벌어진다. 

그 끝이 어떻게 흘러갈지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알기가 어렵다. 


<파고 Fargo, 1996년> <레이디 킬러 The Ladykillers, 2004년> 따위 영화에서 

조엘 코엔과 에단 코엔 감독은 나쁜 짓을 한 사람은 어떻게든 죽게 만들었다. 

일부러 죽이려고 한 게 아니지만 끝내 죽는다. 


그런데 <기생충>은 일어난 일의 까닭을 알 수 없는 구석이 보인다. 한결같지가 않다.

매끄럽게 나아가는 듯한데, 끝나고 생각해보면 왜 그랬지 하는 물음이 되살아난다.


3.

반지하에서 사는 김 기사(송강호)네는 못 사는 이다.

아내 충숙(장혜진)은 돈벌이가 없고, 아들 기우(최우식)나 딸 기정(박소담)도 일거리가 없어서 

집에서 빈둥댄다. 그래서 어떻게든 일자리를 얻고 돈을 벌려고 애쓰는 집이다.


잘 사는 집으로 박 사장(이선균)네가 나온다.

아내 연교(조여정)와 고2인 딸 다혜(정지소, 본이름 현승민), 아들 다송(정현준)은 

일하는 아줌마 국문광(이정은)까지 두고 모자람이 없는, 행복에 겨운 삶을 산다.


아이들로선 금수저와 흙수저로 견줄 만한 집이다. 

있는 집과 없는 집, 번듯하고 갖출 건 다 갖춘 집과 볼품 없고 지지리 궁상을 떠는 집.

그 속에서 사람들은 꿈을 꾼다. 금수저는 더 여유롭고 좋은 삶을, 흙수저는 '남들처럼' 사는 삶을.


4.

감독은 왜 잘못을 한 이들에게 죄값을 받도록 하지 않았을까?

못 살고 힘들게 살면 모든 게 다 용서가 되는 것일까?

흙수저가 저지르는 잘못은 세상이 그들에게 잘못한 것이니까 봐주는 것일까?

금수저는 무슨 잘못을 했기에 아픔을 안겨줄까? 


한 집에 한 사람씩 골라 죄값을 받았다고 둘러대는 것인지, 나로서는 알 수가 없다.

일이 꼬인 엉뚱한 집은 둘 다 죄값을 치른다.


"그래도 아내를 사랑하시죠?" 하는 김 기사의 말에 겸연쩍은 웃음으로 마무리를 한다고 해서,

김 기사가 반지하에 살아서 그런지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며 안 좋게 생각한다고 해서,

그게 죄가 될 리가 있을까? 돈을 많이 벌어서 잘 사는 게 무슨 잘못일까?

아무리 봐도 영화 속에서 잘못한 게 없어 보이는데 왜 죄값을 치루어야 하는지...

감독의 풀이가 영 마뜩찮다.


<기생충>은 하는 일 없이 남의 살점을 뜯어먹는 벌레들에게 붙이는 이름일 것이다.

김 기사나 그 아내는 하는 일로 봐서는 어디서든 돈을 벌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왜 속이면서까지 한 집에 들러붙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과외 선생을 하게 되는 아들이나 딸은 돈이 되는 좋은 자리여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5.

농익어서 능청스런 모습을 보여주는 송강호는 더 말 할 것이 없고, 

기우의 친구 민혁으로 나와서 눈여겨 둔 사람을 믿고 맡기려는 박서준의 연기도 볼 만하다.

집에 있는 돌맹이를 기우네에 넘겨주고, 그 돌맹이가 영화 끝까지 움직이도록 한 감독의 속셈도 좋았다.

지하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영화에 없어서는 안되는 장치로 보인다.


영화를 본 다른 이들은 통통 튀면서 젊고 아름다운 아내 노릇을 깔끔하게 한 조여정을 높이 추켜세우지만,

나는 보는 이들에게 뭔가가 있을 듯하게 느껴지고 때로는 무섭기까지 하는 집안일 도우미 이정은의 모습이 더 끌렸다. 집을 떠날 때의 얼굴이나 비오는 날 현관 인터폰에 나오는 모습은 약방에 감초가 따로 없다.


아쉬운 건 영화 속에서 돋보이는 일을 했지만 그이의 이름을 모른다는 것.

영화 소개 안내문이나 다른 자료에도 나오지 않았다. 아니 내가 못 찾았는지도 모른다.

칼을 들고 설친 그 사내의 이름을 알고 싶다. 


잘 짜놓은 극본에 맛깔스런 연기들 덕분에 매끄럽게 나아가는 영화가 되었다.

잘 꾸며놓은 영화에 작은 딴지를 걸어본다.

(1) 김 기사의 반지하 집에서 아내가 와이파이가 안 되면 카톡도 안 되고 문자도 안된다며 너스레를 떠는데, 와이파이와 문자는 맺어진 게 없다. 문자는 와이파이가 안 터져도 되지 않나?

(2) 김 기사의 이름이 기택이라고 나온다. 아들은 기우고, 딸은 기정이다. 우리나라에서 아버지 이름과 같은 돌림을 쓰는 집이 있을까? 기태-기우-기정으로 되기가 어렵다. 왜 그렇게 이름을 지었을까?


6.

우리네 삶은 우둘투둘하다. 그게 타고난 것일 수도 있고, 세상이 만든 것일 수도 있다.

마음속으로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세상을 보는 눈길이 다르다.


어떤 이는 '노오력' 하면 잘 살 수 있는 나라에서 태어났는데, 왜 '열심히' 살지 않느냐고 따진다.

흙수저로 태어났어도 '고시'나 '사업'을 통해서 잘 살게 되고 번듯한 일터를 잡았다고 내세우면서.


다른 이는 타고난 머리나 솜씨가 없는 이들이 밤낮없이 공부하고 일해도 살기가 빠듯한 것은 나라가 잘못이라고 한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건 어쩌다가, 아니 꿈속에서만 있을 수 있는 것이지, 같이 잘 살 수 있도록 나라에서 돈 많이 버는 사람한테서 세금을 더 거두고 그 돈으로 솜씨 없고 못 난 사람들을 도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진다.  


영화 <기생충>은 어떤 모습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을까? 감독이 바라는 세상은 어떤 것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궁금했다. 그런데 감독은 어느 쪽도 눈길을 주지 않고, 없는 사람들에게는 "플랜이 없다. 아무 계획이 없는 게 계획이다"며 노자의 흉내만 낸다. 


언론에서는 <기생충>이 우리 사회의 모습을 잘 나타내었다며 추켜세웠다. 어떤 모습?

돈을 많이 벌어서 잘 사는 사람은 크고 좋은 집에 살면서 아이들에게 과외 선생을 붙여서 더 잘 되게 하고, 

일자리도 없어서 못 사는 이들은 잘 사는 사람들에게 속이든 말든 빌붙어서 먹고살려고 한다는 모습?

글쎄다. 거기서 끝난다면, 어느 시대든 어떤 나라 집이든 있는 모습이 아닌가?


7.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인지 나로서는 선뜻 와닿지 않았다. 

오히려 감독이 앞서 만든 <괴물 THE HOST, 2006년>은 무엇이 문제인지 드러내서 펼쳐보였고, 

<설국열차 SNOWPIERCER, 2013년>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따스한 눈길로 희망을 풀어나갔고, 

<마더 MOTHER, 2009년>는 끝까지 일이 어떻게 풀려나갈지 알 수 없게 만들어서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기생충>은 연기나 편집은 나무랄 데가 없어 보이지만,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알맹이는 알쏭달쏭이다.

나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와 잘 맞지 않는 듯하다.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을 보면.


"같이 잘 살면 안 될까요?"

영화 안내문에 나오는 말이다. 글쎄,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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