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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보
포드 V 페라리
감독
제임스 맨골드
제작 / 장르
미국
개봉일
2019년 12월 4일
평균
별점8.8 (0)
달구벌미리내

1.

작은 아들이 보라고 한 두번째 영화다. 아내랑 같이 볼 수밖에.

이런 영화는 아무나 못 만든다. 돈 없으면 만들지 못하는 영화다. 

할리우드에서 만들지 않으면 만들기 어렵겠다 싶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올해 만든 영화 <포드 v 페라리 Ford v Ferrari> 얘기다.

손에 땀을 쥐고 가슴을 졸이며 보다 보면 어느새 2시간 32분이 지나간다.

눈과 가슴으로 느끼면 되는 영화다. 별 다섯을 주지 않을 수 없다.


2.

영화 줄거리는 길지 않다. 짧다.

포드 자동차가  페라리 같이 레이싱 대회에서 우승하는 차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알리자는 것. 

매출이 자꾸 떨어지는 까닭을 묻는 포드 2세(트레이시 레트스)에게 마케팅팀을 이끌고 있던

리 아이아코카(존 번달)가 회사를 살리는 방안으로 올린 것.


1960년대 포드는 차를 많이 만들어 팔지만 페라리 같이 명차로 보이지 않는다. 

장인 포드 2세로선 열받는 일이다. 

"돈이 얼마가 들든 우승할 수 있는 차를 만들어!"


프랑스에서 열리는 레이싱 대회인 르망 24시에서 으뜸이 되려면, 두 가지를 갖춰야 한다.

첫째는 차다. 무엇보다 차를 잘 만들어야 한다.  

엔진 힘이 좋아야 하고, 브레이크도 잘 들어야 하며, 굽이길에서도 미끄러지지 않아야 한다.


둘째는 사람이다. 그 차를 모는 사람이 솜씨가 있어야 한다. 

아무리 차가 좋아도 스물 네 시간동안 빠르게 잘 몰지 않으면 허탕이다.


사장이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했으니 이젠 그에 맞는 사람들을 찾아야 한다.

먼저 르망 24시에 나가서 미국사람으로선 처음으로 1등을 한 캐롤 쉘비(맷 데이먼)한테 간다.

잘 달리는 차를 만들도록.


다음으로 차를 몰 사람을 찾는다. 

까칠하고 한 성깔 하는 사람이지만 켄 마일스(크리스천 베일)를 고를 수밖에.

포드 부사장 레오 비비(조쉬 루카스)는 켄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3.

차가 엄청나게 빨리 달리고, 그에 따라 카메라도 따라 가는 영화여서 보는 내내 박진감이 넘친다.

때로는 잘못 될까 싶어서 가슴을 졸이며 보았다. 


경기장을 따라 달리는 차들이 부딪히거나 굴러서 부서지는 모습이나

페라리를 몰던 반디니와 포드를 몰고 가는 켄이 스쳐 지나갈 때 서로를 쳐다보면서 짓는 표정 따위는

생생해서 마치 내가 차를 모는 듯하다.


게다가 이야기도 맛깔스럽다.

마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7인의 사무라이 Seven Samiri, 1954년>에서

사무라이를 사는 대목이나 나중에 산적들과 칼싸움을 벌이는 장면을 요즈음으로 옮겨놓은 듯하다.


거만하고 다른 사람들을 깔보기도 하는 포드 자동차 부사장 같은 이와 벌이는 일들은 고소하다. 

그런 부사장의 말을 듣는 척 하면서도 딴지를 걸면서 하고 싶은 대로 해버리는 캐롤은 볼 수록 멋지다.

까칠해서 다른 사람들과 못 맞출 것 같으면서도 저를 알아주는 캐롤의 말에 때로는 고개숙이는 

켄의 모습도 흐뭇하게 보았다.

송곳 하나 안 들어갈 것 같은 포드 사장을 놀라게 하거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장면도 볼 만하다.


각이 져서 딱딱 부러질 것 같은데 엉뚱하게 슬며시 굽이져서 가슴이 뭉클해지는 대목이나,

까칠하지만 좋아하는 일에 목숨을 거는 사내들 모습을 보면서 끝무렵에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아쉬운 대목은 르망 경기장에서 캐롤이 페라리 팀의 스톱워치 하나를 슬쩍 갖고 오거나, 

너트 하나를 페라리 팀 쪽으로 던져놓아서 차에서 빠졌나 싶은 정비사들을 놀라게 하는 건,

어쩐지 제 솜씨로 우승한 사람답지 못하다. 아니, 감독이 잘못 했다. 

그런 꼼수는 잘 만든 영화의 값어치를 떨어뜨린다.


4.

회사 좋은 대로 하려는 포드자동차 사람들과 까칠한 켄을 엮느라 애를 먹는, 캐롤을 맡은 맷 데이먼. 

나무랄 데가 없는 연기 솜씨다. 가슴이 먹먹해서 말을 못 할 때 보는 나도 가슴이 아렸다. 


차를 모는 데는 따를 사람이 없고, 한 성깔 하는 탓에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켄 노릇의 

크리스천 베일은 누가 보면 카 레이서라 해도 될 만큼 차를 잘 몰았다. 

엄청나게 달려가거나 다른 차와 맞부딪힐 때는 대역을 썼겠지만 순간 순간의 표정은 정말 같았다.


차에 돈을 쏟아부은 탓에 국세청의 압류 딱지까지 맞은 켄이 다시 경주용 차를 몰지도 모른다고 

알았을 때, 켄을 태우고 길을 마구잡이로 달려가는 아내 몰리가  머리속에 많이 남는다. 아찔했다.


켄의 아들 피터가 많이 나오는데, 그 아버지를 뒤이어 카 레이서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영화에서 캐롤과 켄을 찾아내서 일을 시키는 포드자동차의 리 아이아코카는 사장까지 지냈고,

그 뒤 미국 크라이슬러 자동차의 회장까지 지냈으나, 지난 7월에 세상을 떠났다. 

자신이 나온 이 영화를 보고 떠났을까? 아마도 못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영화에선 빛깔이 좀 밋밋했다. 부사장보다 더 살릴 수도 있었을 텐데...


1966년 르망 24시 레이스를 뒷바탕으로 삼아 만든 이 영화는 

수 없이 찍고 요리조리 잘라 붙여서 만들었겠지만, 참 잘 찍고 잘 붙여 놓았다. 

'포드 대 페라리'가 아니라 '일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 대 얼굴만 세우려는 이'를 견줘서 보여준 영화다.

엄지를 척 올리지 않을 수 없다.


7,000 아르 피 엠에 이르러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켄이 노래(?)하는 소리가 귀에서 떠나지 않는다.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누가 뭐래도 나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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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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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표사진

    달구벌미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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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12. 31.

    @eun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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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yp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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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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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yp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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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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