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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디뷔디 챙기기


 


요즈음 무척 바쁘다.


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부터 한다.


자정을 넘어 한두 시에 집에 들어올 때가 이어지고 있다.


씻고 나면 바로 잠이 오지 않아 몸이 지쳐 잠이 올 때까지 하루에 몇 분이라도 하는 일이 있다.


 


바로 내가 갖고 있는 영화 디뷔디 목록을 만드는 일이다.


예스24에서 산 디뷔디는 예스24에서 내려받은 것들을 모아서 지난해에 목록을 만들어 놓았다.


바쁜 가운데서 요즈음 하는 건 다른 곳에서 산 것들이다. '옥션' '알라딘' '이마트' ...


그런 데서 사놓은 것들은 챙겨놓지 않아 집에 있는데도 다시 사기도 한다.


그래서 더는 이렇게 놔두어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나섰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다시 디뷔디를 하나씩 꺼내서 언제 어디서 얼마에 샀는지 디뷔디 집에 적어놓은 것을 다시 옮기고 있다. 


귀찮은 일이긴 하지만, 대여섯 해 앞서 산 것들을 보면서 옛날 생각에 잠겨 잠을 잊기도 한다.


 


2. 영화 고르기


 


처음에는 그냥 내 머리속에서 좋은 영화라 생각한 것들을 예스24에서 골랐다.


<카사블랑카> <하이눈> <역마차>...옛날 텔리비전으로 보던 영화부터 사게 되었다.


오래된 영화라 허접한 껍데기에 2,900원밖에(?) 하지 않는 디뷔디들이었지만, 모일수록 좋았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


스티븐 제이 슈나이더 저/정지인 역
마로니에북스 | 2005년 09월


 








위대한 영화 1,2 박스세트


로저 에버트 저
을유문화사 | 2006년 12월


 


그런 다음 위의 두 책을 보게 되면서 내가 보지 않은 영화들에 눈길이 갔다.


잘 만든 영화만 뽑아 놓은 책들이어서 여기에 나오는 영화를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4년까지 나온 영화 가운데서 뽑아놓은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을 바탕으로 삼고,


그 뒤에 나온 영화는 영화 누리집 (www.imdb.com)에서 어떻게 평가받는지를 보고 살 생각을 했다.


 


3. 영화 디뷔디 사기


 


책과 누리집의 도움으로 영화를 고르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나, 영화 디뷔디를 사는 일은 쉽지 않았다.


좋은 영화라 해서 아무 데서나 디뷔디를 마구 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사고자 하는 영화 디뷔디가 마냥 나만 기다리고 있지도 않고, 우리나라에 들여오지 않는 영화도 있으므로.


책과는 달리 영화 디뷔디가 들어오면 예스24에서도 얼마 안 가서 떨어지는 것을 많이 보았다.


그 때 못 사면 한두 해를 기다린 다음에 살 수 있기는 하지만.


 


영화 디뷔디를 사모으는 일은 생각보다 부지런해야 한다.


나는 영화 디뷔디를 먼저 예스24에서 찾았다.


사고 싶은 영화 디뷔디가 있으면 바로 살 것인지, 나중에 살 것인지부터 가렸다.


값은 예스24가 그런대로 쌌다. 그런데 가끔은 <알라딘>이 더 싸기도 했다. 이제도 마찬가지.


그래서 싸게 사려면 두 곳을 견주어 보고 사야 한다. 알라딘은 헌것도 볼만 한 게 많이 나온다.


 


예스나 알라딘에 없는 영화는 <옥션>을 뒤졌다. 여기는 새것과 헌것이 같이 나왔다.


제가 보고 나서 헌것을 내놓는 이도 있고,


디뷔디방이나 모텔 같은 곳에 들여놓은 디뷔디를 올려놓는 일터도 있으며,


때로는 잡지에 붙어 있던 비매품도 더러 나왔다. 팔지 말라던 것인데 팔려고 내놓은 것이다.


사지 못해서 헤매던 나한테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요즈음은 그냥 값을 매겨 팔지만, 내가 많이 샀던 2006년 무렵에는 경매로 팔았다.


<아메리칸 뷰티 American Beauty> 같은 영화 디뷔디는 다른 이한테 넘어갈까 봐 가슴을 졸인 적도 있었다.


이렇게 꼭 사고 싶은 영화 디뷔디는 어쩔 수 없이 값을 더 써넣어야 했다.


그래서 헌것이지만 요즈음 나오는 새것보다 비싸게 샀다.


 


가끔은 <이마트> 같은 곳에서도 안 보이던 디뷔디를 사기도 했다.


다른 곳에서는 구경할 수가 없다가 장 보러 갔던 곳에서 안 팔려 그냥 놓아둔 것이 눈에 띄었다.


<늑대와 춤을> <에린 브로코비치> 같은 영화 디뷔디다. 나로서는 잽싸게 살 수밖에.


 


영화 디뷔디를 사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미국의 <아마존>을 뒤져서라도 살 수 있을 것이다.


부지런히 찾고, 끈질기게 기다리면 언젠가는 바라는 영화 디뷔디를 손에 넣지 않을까 싶다.


눈에 안 보이다가 몇 해가 지나서 떡 하니 눈 앞에 나오는 녀석들도 있으니까.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뜨거운 것이 좋아> 같은 영화 디뷔디도 끝내는 나왔다.


 


그런데 <디아볼릭> <감각의 제국>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 <사티리콘> <발자국>...


이런 녀석들은 아직도 내 눈에 띄지 않는다. 기다리고 있으면 언젠가 나타나겠지.


 


4. 사고 나서 뿌듯했던 영화 디뷔디들


 


옥션에서 산 것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들었던 영화 디뷔디는 마이크 리 감독이 1996년에 만든


<비밀과 거짓말 Secrets & Lies>이다. 3,000원에 산 헌 디뷔디지만, 정말 남 주기 아깝다.


피붙이들의 삶을 가슴이 뭉클하게 보여주기에 내가 좋아하는 영화인데, 이제 다른 곳에서는 살 수가 없다.


 


3,200원을 주고 샀지만 몇만 원이 아깝지 않은 디뷔디도 있다.


바로 <코로넬 블림프 The Life and Death of Colonel Blimp>(블림프 대령의 삶과 죽음)다.


 








코로넬 블림프의 삶과 죽음


데보라 커 출연
스카이씨네마 | 2003년 11월


예스24에 나오는 2,900원짜리 앞의 디뷔디는 어떨지 모르지만,


내가 산 것은 두 장짜리에 덤이 들어 있으며 디뷔디 집도 참하다.


그 때 판 사람이 물건값을 잘못 알고 판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드는 값진 디뷔디다.


 


또 비록 비디오로 만든 것이지만 왕가위 감독의 작품인 <동사서독>도 잘 샀다는 생각이 든다.


디뷔디가 아직 안 나오는 터라 곱게 잘 모셔두고 생각날 때 가끔씩 틀어본다.


이 영화 디뷔디는 홍콩과 베이징, 상하이에 갔을 때도 찾아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언제 나오려는지...


 


그런데 사서 도움이 그리 되지 않은 녀석들도 있다.


폴 뉴먼이 나오는 영화 <허슬러>는 옥션에서 비디오로 샀는데, 얼마 뒤 예스24에 디뷔디가 나왔다.


또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는 다른 게 없어서 옥션에서 영화 이름부터 한자로 써놓은 것을 샀다.


아마 중국에서 만든 짝퉁이 아니면 중국에 팔려고 만든 것일 테지만, 조금 뒤 더 싼 값에 디뷔디가 나왔다.


 


로버트 드 니로가 나오는 영화 <디어 헌터 The Deer Hunter>도 씁쓸하게 맞을 수밖에 없었다.


어렵사리 옥션에서 헌것을 샀는데, 집에 온 것을 열어보니까 우리말이 안 나오는 디뷔디였다. 


 


<졸업>은 옥션에서 어렵게 경매를 거쳐 샀지만, 받아보니까 내가 찾던 게 아니었다.


마이크 니콜스 감독이 만들고 더스틴 호프만이 나오는 1967년 영화 <졸업 The Graduate>을 사려고 했다.


그런데 내게 온 것은 기네스 펠트로가 나오는 <졸업 The Pallbearer>이어서 어이가 없었다.


 


5. 낫기 어려운 병


 


얼마 앞서도 옥션에 들렀다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만든 영화 <데르수 우잘라>를 찾았다.


이제껏 옥션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나오지 않았는데, 어쩐 일인지 디뷔디가 떠오르는 게 아닌가.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니까 그 영화가 맞았다. 무려 27,800원으로 올려놓았다.


디뷔디 집은 볼품이 없고, 제 때 나오면 10,000원이나 할까 하는 녀석이었다. 티를 잡을 게 많았지만,


다른 데는 없으니 이걸 놓치면 다시 언제 살 수 있을지 걱정부터 되었다. 그래서 바로 질러버렸다.


 


그런데 같은 감독의 영화지만 <숨겨진 요새의 세 악인>은 2,900원에 나와 있었다.


배송비가 3,000원이라 배보다 배꼽이 더 컸지만, 더 망설이지 않고 샀다.


 


이렇게 새것이든 헌것이든 보고 싶고 갖고 싶은 영화 디뷔디를 사모으는 일은 나로서는 즐겁다.


사놓은 디뷔디를 둘러보면서 눈길이 가는 놈을 열어보면 밥벌이를 할 때의 고단함을 다 잊게 해주기 때문. 


어렵게 구한 디뷔디가 나중에 예스24나 알라딘에서 더 싼 값에 나오면 속이 쓰릴 때도 있지만,


내 눈에 들어왔을 때 사지 않은 탓에 떨어져버려 몇 해를 두고 아쉬워하는 일에 견주면 견딜 만 하다.


 


요즈음 집에 있는 영화 디뷔디를 보면서 가끔은 다른 생각도 해본다.


영화사는 원판을 갖고 비디오로 만들었다가, 다시 디뷔디로 만들어 팔고, 이제는 블루레이로 내놓고 있다.


그런데 갖고 있는 사람은 그걸 돌릴 기계가 없어서 나중에는 못 볼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든다.


혼자 어렵사리 사모은 디뷔디가 돈만 쓰고 나중에 빛은커녕 애물단지로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게다가 요즈음에는 1,000원이면 누리집에서 내려받기를 할 수 있는 영화가 많고,


사서 갖고 있어야 영화를 더 사랑하는 것도 아니므로,


나처럼 디뷔디를 사모으는 일이 꼭 바람직한 모습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


 


그래도 이젠 멈출 수가 없다. 몸에 밴 버릇이라 버리기도 어렵다.


꽂아놓은 디뷔디를 바라보고만 있어도 배가 고프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


영화 디뷔디를 사모으는 일은 내가 가진, 낫기 어려운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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