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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보
덩케르크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제작 / 장르
미국, 영국, 프랑스
개봉일
2017년 7월 20일
평균
별점8.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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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간만에 영화를 보았다.

그래서일까, 마음마저 무디어졌는지 쉽게 들뜨지는 않았다.

돈 버는 일에 지친 뒤끝이라 그런지 모르겠다.

요즈음 많이 보는 <택시운전사>를 먼저 볼까 하다가 아직은 시간이 있어서 먼저 나온 영화를 보기로 했다.

 

<인셉션 Inception, 2010년>, <다크나이트 The Dark Knight, 2008년>, <인터스텔라 Interstellar, 2014년>...

앞날을 다룬 여러 영화에서 빼어난 솜씨를 보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지만, 제2차 세계대전 때의 일을

다룬 영화는 어떨지 궁금했다. 106분짜리 영화 <덩케르케 Dunkirk, 2017년>도 남다르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별은 넷밖에 주지 않았다.

전투기들이 하늘에서 싸우는 공중전은 여느 영화에 견줄 수 없이 가슴을 졸이게 했고,

다시 만들기가 쉽지 않을 바닷가에서 벌어지는 장면들이 남달랐지만, 어쩐지 내 마음에 덜 찼기 때문이다.

 

극장을 나서면서 내가 왜 이렇게 담담하게 영화를 보았을까 하며 다시 되돌아보았지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Saving Private Ryan, 1998년>를 볼 때와 같은

느낌은 없었다. 어쩌면 오래 두고 보면 다르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그렇게 끌리지는 않았다.

 

적군에 둘러싸여 언제 죽을지, 사로잡힐지 모를 때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클 것이다.

그런 두려움과 살아서 돌아가려는 굳센 뜻을 담은 영화라 조금은 무겁게 보았다.

 

2.

영화는 1940년 5월에서 7월의 일로 프랑스 땅 덩케르크의 바닷가에서 영국과 프랑스, 벨기에 연합군이

도이칠란트 군대에 밀려 곧 바닷가로 쫓겨날 때를 그렸다.

이들이 바다에 빠져 죽지 않도록 하려면 배를 보내서 영국으로 데려와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도이칠란트 육군은 이들을 둘러싸고 밀어부치고 있었고, 바닷가에서 배를 타고 영국으로 가려고 하면

도이칠란트 전투기와 전폭기가 와서 이들을 싣고 갈 배를 부수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한 시간, 바다에서 하루, 바닷가에서 이레동안 일어난 일을 섞어서 보여준다.

하늘에선 전투기를 모는 세 사람의 얘기를,

바다에선 요트를 몰고 가는 한 집안 사람들이 겪는 모습을,

바닷가에선 배가 와서 빨리 데려가길 바라는 40만의 싸울아비들 얘기를 맛깔스럽게 버무렸다.

 

감독은 같이 싸우는 상대방을 보여주지 않는다.

도이칠란트 사람은 끝무렵에 보여줄 뿐 모습을 숨겼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는 꼭 있어야 할 몇 마디 말고는 말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왜 그랬을까?

누가 잘잘못을 했다거나 누가 잘 싸웠다는 걸 보여주기 싫었기 때문일까?

그런 싸움은 언제나 윗사람의 잘못일 뿐 싸움터에 나선 싸울무리들의 잘못은 아니기 때문일까?

 

죽고 죽이는 싸움터에서 잘잘못을 가린다는 건 별 뜻이 없다.

싸움터에 나서면 죽지 않으려면 죽일 수밖에 없다.

거기에 어떤 아름다운, 높은 뜻이 있을 리 없다.

오로지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나섰기 때문에 빠질 수 없다면 싸울 뿐이다.

 

감독이 어느 쪽을 두둔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우리편 이겨라" 하며 외치는 운동회와 총 들고 싸우는 싸움은 다르다.

 

몇몇 싸울무리들이 바닷가에 버려진 배를 찾아 밀물 때 타고 떠나려는 꼭지에서

같은 부대에서 싸웠기 때문에 전우애를 느끼고 같이 싸우지 않았던 사람은 남처럼 여기는 대목이나,

프랑스 싸울무리는 프랑스 배가 올 때 타고 가라면서 영국 배를 타지 못하게 말리는 대목도

사람들이 지닌 마음을 잘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느 영화에서 나오듯이 싸움터에서 지나치게 아름다운 마음을 끌어낼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3.

아쉽다고 느낀 대목들도 더러 있었다.

바닷가에서 배를 타려고 줄지어 서있을 때, 전투기가 나타난다.

싸울무리들 가운데 몇몇은 하늘로 총을 쏘지만 거의 다 달아나거나 엎드리기에 바쁘다.

 

싸움하는 법이 달라졌을까?

내가 논산훈련소에서 훈련을 받을 때 적의 전투기가 나타나면 모여서 하늘로 총을 쏘도록 배웠다.

이름하여 '대공사격'이다. 피할 데가 있으면 그리로 숨으면 되겠지만, 그런 데가 없으면 어쩔 수 없이

같이 싸워야 한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하늘로 총을 쏘면 전투기도 때론 총에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열일곱의 앳된 나이로, 요트를 몰고 가는 도슨 아저씨를 따라 프랑스로 가는 조지가 나중에 신문에서

영웅으로 나온다. 어른들이 말리는 데도 호기심에서 요트를 탄 조지가 한 일이 과연 영웅으로 대접받을

일일까? 한국전쟁 때 낙동강변에서 북한군을 막느라 죽어간 어린 학도의용병들을 높이치는 것과 같은

일이긴 하지만, 나로선 글쎄다.

오히려 어린 아이들을 싸움터로 내몬 어른들이 뉘우치며 슬퍼해야 할 일이 아닐까?

 

유보트한테 공격을 받아 바다에 가라앉은 배에서 구해낸 싸울아비의 얘기도 곁다리인 듯하다.

아무리 제정신이 아닌 듯 보여주지만 그가 한 일은 어린 조지한테는 못할 짓이었는데, 그것 말고는

영화에서 아무런 쓸모가 없다. 조지와 엮은 것이라 빼기가 어려웠겠지만,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대목이다.

 

싸울아비들을 배에 태워 보내려 애쓰는 볼튼 사령관(케네스 브래너)이 전투기들이 총을 쏘아대는데도

밖에서 서있거나 어슬렁거리는 모습은 싸움터를 조금 우습게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총알이나 포탄은 사령관이든 누구든 가리지 않는다. 피해가는 게 아니다. 죽을 생각이 아니면 그런 곳에

나와 서있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높디 높은 사령관이라면 싸움터에서도 꼭꼭 쳐박혀 있을 게 틀림없다.

 

요트에 나오는 도슨 아저씨(마크 라이런스)와 피터(톰 글린 카니), 조지(배리 케오간)와

전투기를 모는 파리어(톰 하디)와 콜린스(잭 로던),

바닷가에서 배를 타고 돌아오려고 애쓰는 토미(핀 화이트헤드)와 깁슨(아뉴린 바나드)이나,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은 그리 머리에 남지 않았다.

그들의 연기보다는 놓여진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영화를 끌고 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영화에 나오는 <덩케르크>를 나오는 배우들은 '던커크'라 불렀다.

프랑스 말로 하면 영화 이름과 같을까? 궁금하다.

 

4.

바다를 건너서 프랑스 덩케르크까지 가는 길에서 전투기들이 싸우는 모습은 가장 멋졌다.

이 영화에서 한 꼭지만 남기라면 나는 이 꼭지를 꼽고 싶다.

전투기 한 대가 바다에 떨어져 조종사가 안 열리는 문 때문에 죽음을 맞이하는 꼭지도 버리기 아깝다.

아슬아슬해서 손에 땀을 쥐게 하고 가슴을 멎게 했다. 잠깐이지만.

불이 붙은 바다와 물속으로 들어가 견디려는 이들의 모습도 잘 찍은 꼭지였다.

 

멋진 모습과 조금의 억지스런 꼭지가 같이 섞여서 나오지만,

다큐멘터리가 아닌 영화이기 때문에 그런대로 보는 맛이 좋은 영화였다.

 

싸울무리들이 이기지 못하고 돌아왔을 때, 영국에서 마중하는 이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반긴다.

"죽지 않고 살아서 돌아온 일"이 으뜸이라는 것.

이 꼭지 하나 만으로도 각본까지 같이 쓴 감독의 생각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싸울 일이 없고 싸우지 않아도 다 같이 잘 사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도 핵무기와 대륙간탄도탄을 가진 북한과 사이좋게 지내는 날들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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