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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서 행복을 만드는 것들
글쓴이
알로이스 프린츠 외 1명
다산초당
평균
별점9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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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하노 벡의 [인플레이션]을 읽었다. 쉽지 않은 내용을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재미있게 쓴 그의 책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독일 최고의 경제학자로 불리우는 저자가 이번에는 행복에 관한 책을 썼다. 경제학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행복은 어떨까? 숫자로 표현되는 행복의 경제적 가치를 논하는 것이 아닐까? 저자는 서문에서 경제학자이기 이전에 한 개인으로서 행복을 연구하고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 고민하면서 이 책을 집필했고, 결국 집필과정에서 행복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행복은 구글 검색에서 1억개가 훌쩍 넘는 검색 결과를 보여줄 정도로 인류의 최대 관심사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두 종류로 분류했다고 한다. 하나는 헤도니아(Hedonia), 즉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쾌락, 즉 강렬한 긍정적 감정이고, 다른 하나는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 즉 삶의 만족도이자 감정과 이성 모두와 관련된 행복이라는 것이다. 헤도니아는 잠시 반짝이는 불꽃처럼 쉽게 식지만, 에우다이모니아는 오랫동안 빛을 내는 삶의 만족감이라고 한다. 헤도니아는 경험으로 얻고, 에우다이모니아는 결과로 얻는다는 차이가 있다고 구분짓는다.

 

고대 아리스토텔레스가 설명하는 행복은 현대 뇌과학자들이 입증하는 연구결과와 놀랍도록 일치한다고 한다. 이처럼 행복이라는 것은 인류가 오랫동안 추구해왔던 목표이자 지향점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행복이 우연이 아니듯이, 행복에 대해 보다 더 많이 알고 노력할 때 우리는 행복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경제학자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행복에 다가서는 길을 경제학적 관점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심리학자, 사회학자, 행동경제학자들의 연구성과를 토대로 행복에 이르는 학제적 관점을 취하고 있다. 행복에 이르는 길은 사람 수보다 더, 최소한 사람 수만큼 다양하다는 것을 밝히면서 여러 국가, 사회, 문화, 개인에 이르기까지 행복과 관련된 사례와 시사점을 제공한다.

 

행복은 무뎌진다. 모든 일은 반복할수록 행복감은 줄어든다. 익숙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쾌락의 쳇바퀴(hedonic treadmill)’라고 부른다. 계속해서 쾌락을 추구하게 되면 더 큰 강도의 쾌락이 필요하고, 결국 쾌락중독자가 된다. 결국 갈망의 끝은 우울감이다. 중독자처럼 행복을 사냥하는 사람은 정반대 감정을 얻게 된다고 말한다.

 

19세기 덴마크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는 질투의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경고했다. “이웃에 대한 질투는 갈등과 소송을 낳을 뿐 아니라,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다.” 또한 비교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말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은 스스로 행복을 단념하는 행위다. 비교는 불만을 낳고 불만은 불행을 낳는다.” 이웃의 차가 더 크고 좋은가? 이웃이 더 부유하고 더 행복해 보이는가? 불행해지는 데는 단 몇 초면 충분하다. 불행해지고 싶다면 이웃, 친구와 자신을 비교하면 된다.

 

사회과학자들은 이것을 [지위 경쟁]이라 부르고, 저술가 알랭 드 보통[지위불안]이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일반인들은 질투라고 말한다.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머리가 되어야 행복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친구들에 관해서도,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자기 수준과 비슷한 정도의 친구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기 발전의 측면이 아닌 행복의 관점에서는 비슷한 수준의 친구를 만드는 것이 낫다는 결론이다.

 

행복의 절반은 DNA가 결정한다고 한다. 낙관적인 사람들이 더 행복할 수 있음을 연구결과는 보여준다. 결국 나머지 절반은 우리 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헤도니아와 에우다이모니아 사이에 깊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충만한 삶을 사는 사람은 순간적인 행복감도 자주 경험하고,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순간적인 행복감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둘의 연관성은 약 80%라고 하면서 상관계수가 상당히 높음을 보여준다.

 

심리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1인당 소득이 지난 50년간 모든 국가에서 명확히 높아졌음에도 서구 산업국가의 평균 행복 수준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으로서, 한마디로 돈이 행복하게 하는 건 아니다는 것이다. 이를 이스털린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어느 연구에서는 행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우정을 꼽기도 했다. 우정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건강 만족도가 높았고, 안전하다고 느꼈으며, 자신이 성취한 것에 만족했다. 행복과 사회적 관계는 늘 동반한다. 페북 친구가 아닌 친한 친구가 둘 이상이 되면 즉시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계속해서 상승한다. 또한 친한 친구를 만나는 빈도는 통계적으로 삶의 만족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우정은 행복의 중심요소에 속한다는 점이다. 친구를 만나는 빈도가 중요하다는 대목에서는 옛 격언이 떠오르게 된다. [우정이란 숲 속에 난 길과 같아서 자주 다니지 않으면 잡초가 무성하게 된다.]

 

행복은 전염된다는 것이 사실로 규명되었다고 하는데, 시간과 장소의 거리에 따라 전염성은 낮아지고, 흥미롭게도 거의 매일 보다시피 하는 직장동료 사이에는 전염되지 않는다고 한다. 쉽게 갈등을 겪을 수 있는 직장 동료와 감정을 공유하는 친구가 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불행한 환경보다 행복한 환경에서 자살이 더 빈번하게 일어난다. 불행한 사람들 틈에 있는 것보다 행복한 사람들 틈에 있을 때, 행복 격차를 더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이는 불행한 사람을 더 불행하게 하는 꼴이 된다.

 

저자는 또한 행복하게 돈 쓰는 법으로, 물질적 상품 대신 경험을 구매하라고 조언한다. 콘서트 관람이나 여행은 물질적 상품보다 장기적으로 더 행복하게 한다는 것이다. 심리학자가 제안하는 행복한 지출법은 다른 사람을 위해 돈을 쓰라는 것인데, 그러면 사회적 관계가 돈독해지고, 스스로 더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고, 그것 때문에 기분이 더 좋아진다고 한다. 때때로 친구들에게 돈을 쓰면 행복을 준다면서 이보다 더 간단할 수가 없다고 단언한다. 이 밖에도 몰입(flow)을 한다거나, 신앙을 가지면 왜 행복해지는지를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또한 요즘 일반화된 개인 블로그나 SNS계정에 사진을 올려놓고, 나중에 행복했던 과거의 일을 의도적으로 떠올리거나 상상하고 그것과 연결된 감정을 불러냄으로써 행복감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이는 행복감 상승에 가장 효과가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즉 행복한 기억이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행복으로 가는 하나의 길은 없다. 행복을 만드는 특허조제법은 없다. 행복의 길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은 없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분명히 사람 수보다 많고, 적어도 사람 수만큼 많을 것이다. 하지만 단지 극소수만이 행복을 쉽게 얻는다. 행복으로 가려면 우리는 많이 보고, 배우고, 듣고, 이해하고, 노력해야만 한다. 행복의 길 위에서 행복을 알아보려면,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 더 많이 더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닌 내 인생의 행복과 진정한 삶의 가치를 들여다보려는 의미 있는 움직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경제지수는 높지만 행복지수는 어떤 나라보다도 낮은 우리나라에서 하노 벡이 던지는 물음은 무게를 가진다. 이 책의 역자는 후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석가모니 말처럼, 행복으로 가는 길은 없다. 행복하게 사는 게 길이다. 행복은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진 것을 누리는 것이며 행복은 쫓아가 잡는 것이 아니라, 옆에 있는 것을 발견해내는 것이리라.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까?” 이 질문에는 나는 불행하다.”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니 이렇게 묻는 것은 어떨까. “나는 왜 행복하지?”

 

 

더 행복하게 사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시간 관리를 잘하는 것이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에 할애할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가?”                          - 2002,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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