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궁극의 오페라대본

하루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8.10.26
목포와 인연을 맺은 지 6개월이 되었다. 11월 공연을 앞두고 총 연습이 한창이다. 그 날의 무대를 위해 틈틈이 연습을 했고 지금은 연습량을 늘려 집중하는 시기이다. 연출가의 무대 액팅은 마무리 되어간다고 하고 무대에서의 동선이 어찌 진행될 지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는 무척이나 궁금했다. 가장 중요한 가수들의 노래는 또 어찌 변화되었을 지... 아직은 덜 붉은 가을산을 바라보며 늦은 7시, 목포대 도림캠퍼스 창조관에 도착했다. 음악실에서 연습이 시작되었다.
'이런 날이 오는구나.'
상상만으로 시작된 일이 현실이 된 지금, 부족함이 많아도 무조건 공연은 올려야 하고 많은 사람들은 나름대로 반응할 것이다.
유치한 방식으로 다듬은 1900년대 이야기가 음악이란 옷을 입고 시대를 훌쩍 뛰어 넘어 21세기 이 땅에 상륙했다. 창작음악극 [이 수일과 심 순애]의 서곡에 베르디 트라비아타적인 비극의 선율을 끌어들이고 싶었던 시간들을 기억한다. 비올레타의 죽음을 예고하는 트라비아타 서곡의 선율처럼 수일순애의 서곡도 순애의 죽음을 예시한다. 당연히 슬픔이 짙게 묻어나는 서곡이 흐른다. 막이 열리면 수일 친구들이 다이아몬드의 이중창을 연주한다. 그 유명한 김 중배의 다이아몬드에 대한 소문을 듣고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내용이다. 트라비아타의 서곡이 끝나면 갑자기 떠들썩한 분위기로 돌변하며 객석에 밝음을 선사하는 파티장면처럼 수일순애도 서곡이 끝남과 동시에 반전의 음악으로 객석을 들썩이게 하고 싶었다. 중독성있는 다이아몬드 선율이 부디 객석의 귓가에서 윙윙거리는 귀벌레역할을 해주길 욕망한다. 수일이 순애의 변심을 알아차리고 극도의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은 소름이 끼칠 정도의 강도가 느껴졌다. 아마도 오페라의 힘일 것이다. 테너의 리릭한 목소리와 감정의 반전이 객석을 자극하리라! 사랑을 버리고 다이아몬드를 선택한 순애의 울부짖음에 하마터면 울 뻔했는데 공연때는 더욱 강하게 느껴질 거라 생각한다. 주인공 두 사람은 독일파로 남도의 공연무대를 사로잡고 있는 오페라 감각이 뛰어난 성악가들이다. 주도적인 역할이기에 그들에게 눈길이 많이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돈과 권력에 복수를 다짐한 수일이 냉혹하게 순애를 대하며 돈다발을 던질 때 미쳐버린 루치아를 상상했다. 광란의 아리아의 루치아처럼 정신줄 놔버린 순애를 그려보고 싶었다. 이 모든 것들이 꿈속의 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젊음은 결코 함부로 죽어버려서는 안되지 않은가. 도니제티 '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마지막 장면 젝스텟트(6중창)과 베르디 '리골레토' 중 리골레토,질다, 막달레나, 공작의 4중창처럼 수일순애의 마지막은 과거를 후회하고 한탄하는 장면에 4중창을 넣었다. 아주 서정적이지만 쓸쓸하게 그렸다.
전체적으로 극을 보고 나니 대본보다 더 슬펐다. 사랑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새삼 고민하게 되었다.
이 고민을 화두로 합창, 중배와 순애의 장면을 추가하고 순애엄마의 숨겨진 러브를 추가하려고 한다.
내년 중앙으로의 진출을 목표로 시나리오 추가 작업에 들어가고 있다. 기획자의 제안서에 합창, 오케스트라가 필수라서 올 연말연초까지 수일순애와 함께 지내야 할 것 같다. '이런 날이 오는구나' 하고 반복하는 그 날이 올거라 믿으며 나는 음악적 글쓰기를 이어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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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