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래식과 오페라

하루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9.8.30
바람결에 선선한 기운이 섞여 한참 뜨거운 낮동안도 견딜 만하다. 올 여름이 이렇게 가는 와중에 나는 지난 한달동안 어깨에서 목덜미로, 목덜미에서 머릿끝으로 급작스럽게 올라오는 열기에 얼굴이 시큰거리고 열이 오르락 내리락하는 걸 경험하고 있다. 양방에서 이를 갱년기라 한다고 약사가 말한다. 말로만 듣던 걸 직접 몸으로 겪고 보니 이게 보통 황당한 게 아니다. 선선한데 갑자기 끓어오르는 열기에 손풍기를 아예 달고 산다. 어제 지하철에서 한 부인이 열심히 부채질을 하고 있는 걸 봤다. 전철 안은 냉방이 한창이었지만 부인은 여전히 부채질을 멈추지 않는다. 남 일 같지 않으니 한참 보게 된다. 약간 애처로움도 있다.
초기엔 잘 때도 땀이 났다. 마냥 놔 둘 수 없어서 운동과 집중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했다. 다행히 조금 뜸해졌다. 하루에도 대여섯번 오르락 내리락 하던 열기가 다행히 두어번으로 줄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불시에 올라오는 열기를 생각하니 미리 겁이 나기도 한다. 많은 것들이 익숙해지는 나이이지만 낯선 것도 늘어가고 있다.
비슷한 나이의 우리 세 자매는 단톡방에서 종종 만난다. 늦게 아이를 키우는 셋째가 오늘따라 힘겨워한다. 같은 나이 대인데 언니들하고 하는 일이 너무 다르다고...서럽게 울고 있는 이모티콘을 날린다.
시간이 아주 많이 지났다. 거울 앞에 서선 넌 누구냐? 라고 되묻고 싶을 때가 많다.
얼굴에 희미하게 그려지고 있는 선들이 갑자기 선명하게 보이는 날!
바로 오늘!
나는 '시간의 춤'을 듣고 또 듣는다. 나의 시간과는 무관하게 음악속에서만 흐르는 시간같다.
'시간의 춤'은 하루의 시간을 볼륨감 넘치는 선율로 구성한 춤곡이다. 오페라 [라 죠콘다] - 아밀카레 폰키엘리 작곡 - 3막에 등장하는 춤곡으로, 1940년 월트 디즈니 음악영화 [환타지아]에서도 만화영상과 함께 재현된 곡이다. 지난 주 디즈니 특별전에서도 만난 적 있어서 일부러 기억해놓고 들어본다.
이른 아침 -- 낮 -- 저녁 -- 밤 으로 구성되는 하루의 시간이 음악으로 펼쳐진다면... 바로 이렇게 근사하게, 아름답게, 활동적으로, 생생하게, 장엄하고 웅장하게 정리되는 시간이리라.
나의 시간도 이와 무관하지 않게 근사하게, 아름답게, 활동적으로, 생생하게, 장엄하고 웅장하고 싶다.
단 하루라도 이렇게 살아가려고 애쓰는 기특하고 어여쁜 내 여동생들,
그녀들과 같은 시간속에서 듣고 싶다.
https://youtu.be/YmD5ph20C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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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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