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궁극의 오페라대본

하루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4.11.7
from Madama Butterfly by Giacomo Puccini (1858-1924)
Orchestra del Teatro alla Scala di Milano
Herbert von Karajan, conductor
recorded in 1955
푸치니 : 나비 부인 (1955) - 마리아 칼라스, 카라얀 Maria Callas 노래/Nicolai Gedda 노래/Herbert von Karajan 지휘/The Orchestra Del Teatro Della Scala Di Milano 오케스트라/Plinio Clabassi 노래/Enrico Campi 노래/Renato Ercolani 노래/Lucia Danieli 노래/Mario Borriello 노래/ |
서늘한 가을밤을 뜨겁게 달궈 다 태워버릴지도 모를 섹시하고 관능적인 사랑의 아리아를 고르라면 나는 단연코 이 곡이다. 그리고 연주가도 이들이여야만 한다. 마리아 칼라스, 니콜라이 겟다, 지휘는 카라얀
사랑! 그것은 들뜬 설렘, 다 포기해버려야 비로소 행복하다고 여리디 여린 버터플라이는 노래한다.
"밤이 오는구나!
====그리고 어둠과 평화가 옵니다.
그리고 너는 홀로 여기에 있다.
===혼자서..그리고 포기를 하니 행복해요."
결혼식을 마치니 평화로운 밤이 그들을 맞이한다. 다람쥐처럼 떨고 있는 버터플라이의 모든 것을 무장해제시키는 남자, 핑거톤,
이 작은 인형이 내 아내로구나! 갑작스러운 욕망이, 열병나게 우아함을 드러내는 그녀다.
아름다운 소녀여, 요염함으로 가득찬 눈! 너는 나의 것이다. 백합처럼 하얀 옷을 입었구나.
(실제 이 장면에서 버터플라이는 우아하고 하얀 베일의 속옷을 입는다.)
나는 너의 흑단같은 머리모양을, 그리고 하얀 베일의 옷을 사랑한다.
보일 듯 말 듯 시스루소재의 하얀옷과 대조를 이루듯 검고 긴 머리모양을 한 버터플라이를 백허그하는 핑커톤에게 그녀는 서정적인 가사로 답한다.
===나는 달의 여신을 닮았어요. 밤이면 하늘의 다리에서 내려오는 작은 달의 여신 말예요.
그녀의 서정적인 말이 들리는지... 백허그상태에서 남자는 이렇게 속삭인다.
그리고 넌 날 완존히 사로잡았어.
그런데 말이지, 넌 아직 날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구나.
그 여신은 불타는 열정을 만족시킬만한 단어를 아는지?
===그녀는 알아요. 아마도... 죽을만큼 두려워서 그러지 못할 거예요.
푸훗, 죽다니...사랑은 죽이는게 아니야. 삶을 주는거지. 천상의 미소를, 즐거움을 주는거야. 마치 너의 아몬드 모양의 눈안에 있는 것처럼...
이 말은 정말 슬픈 말이다. 핑거톤은 그녀에게 죽음을 준 사람이니까. 다스릴 길 없는 욕정의 밤이니 달콤한 속삭임외에 던질 것은 없었을 것이다.
이 말에 용기를 얻은 버터플라이가 그녀의 속내를 드러내는 부분이다.
===나에게 당신이야말로 천상의 눈이예요. 처음 당신을 보았을 때 난 당신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내 눈속에 당신이 들어왔어요. 키크고 강한 분, 열렬함, 아직까지 내 인생에서 들어본 적 없는 그런 것들을 얘기하는 사람, 나는 무지 행복해요.
열네살 소녀의 삶에 들어온 이 남자의 속삭임, 밀당도 할 줄 모르는 동양의 가련한 아가씨, 사랑받고 싶은 마음밖에 없는 여린 나비같은 여자,
===날 사랑해줘요. 나에게 어울리는 작고, 친절한, 순진한 사랑을요.
너의 손에 키스하게 해다오. 나의 버터플라이! 어쩜 너의 이름은 이렇게도 어울린다니, 여린 버터플라이!
===사람들이 말해요. 한마리 나비가 손에 앉으면 핀으로 꽉 잡는데요.
그 속에 담긴 진실이 뭔 줄 아니? 다시는 날아가지 못하게 할려고 그래. 난 널 잡았어. 내게 오도록 널 안놔줄거야. 너는 나의 것이니.
===그래요. 삶을 위하여!
이리 오너라. 네 가슴속에 있는 모든 슬픔, 두려움 사라지리니.. 밤은 청명해! 봐! 모든게 잠들었어.
나의 것! 이리 오너라!
아! 이 부분에서 자꾸 [춘향전]이 생각난다. '사랑타령'이란 동서고금을 넘어서니까 그냥 이해해주길.
그리고 마지막 클라이막스를 던지는 버터플라이의 대사야말로 한 발 더 나아간다. 이제 그녀는 사랑에 빠져버렸으니까 어짤 수 없다. 다 포기하면 행복하다!
===오! 사랑스러운 밤이예요. 수많은 별들! 이렇게 아름다운 건 본 적이 없어요. 모든 것들이 번쩍이고 빛을 내는군요. 눈속에 찬란함이 가득해요. 오! 사방에 우릴 지켜보는 눈들이 많아요. 하늘에서, 바닷가 해변에서, 먼 바다에서... 하늘이 미소짓고 있어요! 오! 사랑스러운 밤, 사랑의 황홀경에 찼어요. 하늘이 미소짓고 있어요.
그리고 그들은 불타는 밤을 보냈다.
마리아 칼라스의 서늘한 음성이 가련한 여인의 비극적 삶과 닮았다면 그녀의 연주가 가슴속 깊이 영롱하게 맺힐 것이다. 난 그렇게 그녀의 연주를 들었다.
니콜라이 겟다의 음성도 압권이다. 많은 테너들이 이 관능적인 아리아를 사랑하지만 누구도 이처럼 가볍고 날렵하게 핑거톤을 연주하지는 않는다.
영상속의 마지막 장면 , 카라얀의 지휘모습, 동영상은 없지만 이 섹시한 아리아의 모든 걸 설명해주는 사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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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