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래식과 오페라

하루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9.8.24
음악인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활동을 실현한다는 점에서 무대는 풍성해지고 그들의 경력은 차곡차곡 쌓인다. 바이올린을 열심히 하는 동생은 이미 음악인의 경지에 들어선 것 같다. 본인은 그저 연습 만으로 만족한다고 하지만 어디 그런가! 연습을 했으면 성과를 봐야지! 그래야 진정한 음악인인 거야!
나는 동생에게 그렇게 말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 아니 존재하지 않더라도 새로이 창조되고 창안되어 무엇인가 참신하고 풍성한 아이템으로 재탄생되는 시대에서 나는 살아가고 있다. 연주 무대 또한 다변하는 느낌이다. 이미 25년간 이 음악회를 이끌어가고 있다고 하니 나름의 전통과 음악성을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와 보람이 있을 것 같다.
프랑스 음악가로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작곡가 죠르쥬 비제와 카미유 생상의 곡들을 피아노로 변주하는 무대를 보고 왔다. 동생이 바이올린 렛슨실로 쓰는 동네 학원장님의 활동 무대로 시간이 남아도는 날 동생과 함께 모처럼 늦여름빛이 감도는 휴일 오후, 가벼운 마음으로 고감도의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보냈다.
가장 좋았던 연주는 가장 나중에 연주된 생상의 론도 카프리치오소와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의 주요곡을 변주한 카르멘 판타지 였다. 두 대의 피아노로 연주되어 무대가 꽉찬 분위기였고 많은 사람들에게 친근한 곡이어서 익숙하게 받아들여지는 느낌이었다.
두 곡 모두 바이올린 연주로만 들어 익숙했는데 두 대의 피아노로 변주되는 동안 흥분과 넘침이 반복되는 바람에 동생과 줄곧 미소를 띄우며 연주회를 즐겼다.
옆에 앉으신 할머니는 줄곧 가방을 뒤지며 무언가를 찾고 뽀시락 소리를 내신다. 좀 신경쓰임@@ 문득 아이들이 가만 있지 못하고 성가시게 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라 말할 수 없는 신경만 쓰이는 그런 기분@@. 무대에서 연주되는 음악은 시간의 예술이다. 자칫 다툼이 생기면 나는 연주를 못 듣게 되고 소란으로 이어지면 기분 완전 잡치는 상황이 되는지라.... 그냥 참는다. 매번 그렇게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늦여름의 빛이 오렌지색으로 변할 때 연주홀로 들어갔는데 나와보니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광화문 거리에 여름이 지고 가을이 오려나보다. 하얀 천막을 지나 우울한 눈빛들을 피해 우리는 걸음을 재촉했다. 시간과 공간과 사람과 우리 자신들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했고, 각자의 식솔들이 있는 곳으로 바삐 돌아갔다. 느긋하게 연주를 즐기지만 돌아가는 길은 왠지 서둘러진다. 서글픔이 밀려오는 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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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