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수업, Life Lessons>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과 같이 이 책의 주제는 바로 "인생"이다. 아주 포괄적이고 깊이있는 이런 주제가 내게도 또한 실제상황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건강하게 살던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병을 얻거나 사고를 당한 뒤 죽거나 혹은 죽음을 극복했던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과거의 살아온 삶과 현재의 삶을 반추하는 과정이 대부분이다.

 

내 정다운 친구에게 읽어보라 받았던 책인데 오래도록 묵혀두다가 이제서야 꺼내보게 되었다. 표지나 제목에서 느껴지는 무거움때문에 조금은 경쾌하고 가볍게 살고 싶은 나로서는 이 책을 멀리하게 된 이유가 되기도 했지만 모든 책은 그 나름의 목적과 이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읽어보기로 결정했다.

 

초반부를 읽는 동안 호스피스활동과 현직의사로서 건강한 삶을 살다가 갑자기 뇌졸증으로 머리를 제외한 왼쪽 몸이 마비된 저자의 실제상황이 언급되고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의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처절하게 느끼는 공포와 두려움을 몰아내는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실로 괴로운 대목이 이 부분이다. 이 책의 후반부로 가면서 내게는 밤잠을 설치는 상황이 있었다. 인간인 나, 너무도 나약한 나의 모습이 보여서다. "오늘 밤이 지나고 내일 바로 내가 죽는다면..."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라는 당찬 금언으로 무장하면서 주어진 삶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는 나와 다른 사람들. 그럼에도 인간의 한계는 죽음을 넘어설 수 없슴을 흡사 외국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여러 체험자 중심 수기형식으로 결국 간증의 효과로 승화시키는 부단한 간섭이 눈에 거슬리게 띄었다.

 

언제나 별 볼일 없는 지루한 일상을 투정하는 일이 병들어 내일을 약속할 수 없는 중환자의 삶보다 훨씬 행복한 것임을 새삼 알게 한다. 가수 양희은이 암투병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 때 했던 말로 기억되는데 내게는 상당히 심도있게 느껴지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다시 찾아온 삶을 그 이전의 삶처럼 살아가지 않을 거라는 의지와 다짐들이 이 책에도 들어있다. 너무도 지당하고 확실하고 명백한 말들이다. 행복해질려면 이 책을 번역한 류시화님의 말씀처럼 이러한 숙제들을 충실히 해야 하지 않을까

 

1.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기

   : 사회적 역할이전에 스스로의 모습에 충실할 수 있다면..

2. 사랑없이 여행하지 말라

   : 눈에 보이는 여행도 그렇고 인생이란 긴 여행도 그렇고..

3. 관계는 자신을 보는 문

   : 되도록이면 끊고 싶고 멀리하고픈 관계도 있다.

4. 상실과 이별의 수업

   : 그래서 인간은 슬픈 존재라는 생각이다.

5. 아직 죽지 않은 사람으로 살지 말라

   : 그렇지!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기어이 살아야지

6. 가슴 뛰는 삶을 위하여

   : 하루동안 뭔가 이루지 못하면 좀이 쑤시는 성격때문에 가만있질 못한다.

     아무튼 뭐라도 한다.

7. 영원과 하루

   : 어려운 숙제다.

     죽으면 그만인데 주어진 이 시간, 이 하루는 그토록 눈물겹게 소중하다.

8. 무엇을 위해 배우는가

   : 끝없는 배움의 욕구가 있는 한 삶은 행복하지 않을까

     배워야 할 시기만 배우고 말면 그 건조한 인생을 견뎌낼 수 있을지..

9. 용서와 치유의 시간

   : 인간은 한없이 이기적인 동물이다.

     그 누구도 아닌 나의 평안과 행복을 위해서 용서해야 한다.

     그래야 매사가 잘 풀리고 치유될 수 있다.

10. 살고 사랑하고 웃으라

   : 꼭 그렇게 하자!

 

이런 명백한 사실들 앞에서 나는 언제나 흔쾌히 대답하지 못하는 답답함을 버릴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