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하루
- 작성일
- 2010.3.29
곽재구의 포구기행
- 글쓴이
- 곽재구 저
열림원
해질 무렵 서해안은 온통 오렌지빛 낙조로 물든 하늘이었다.
하늘인지 바다인지 구별이 안되는 오렌지색과 청록의 군무를 바라보면 한낮의 쓸쓸한 풍경은 어느새 사라지고 마음은 웬지 모를 설레임으로 가득찼다.
오래 전 서해바다의 기억을 더듬었다.
시인이 그리도 청초한 언어로 쓰다듬던 서해안의 그 곳에 이제는 사라졌을 나의 발자국을 찾아가게 만드는 여행에세이 <곽재구의 포구기행>!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3월, 깊이 은닉중인 역마를 일깨우고 만다.
학창시절에는 친구들과 삼삼오오 짊어지고 서로 무너지면서 생생한 젊음을 확인시켜주던 장소였고 졸업 후 밥벌이의 고민을 안고 그 짠물에 얽힌 심사를 다 풀어놓아도 불편해하지 않던 그 바다, 모든 걸 받아주던 그런 곳이었다.
시인의 눈길로 바라본 포구사람들의 삶과 애환은 살아 숨쉬는 그런 것은 아니다.
문학적 풍미로 위장한 어촌의 삶을 상상할 수 있는가?
짠내나는 삶의 흔적을 몇 장의 사진과 문학적 글쓰기로 맛보는 일은 책 읽는 자의 즐거움일 뿐이다.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고 갯벌에 "널"을 깔고 하루종일 엎드려 조개를 캐고 밥 한덩이, 막걸리 한사발에 시름을 씻고 자식을 거두는 삶이란 이방인의 시각으로는 공감하기 힘든 일이다.
그런 삶이 있는 곳에 가서 시인은 글을 쓰고 시를 읊고 인생의 깊이를 나누어 준다. 그런 글이 너무도 좋아서 이내 흠뻑 빠지고 말았다.
우아하고 세련된 음성의 성우가 설명하며 진행하는 다큐 여행프로그램도 좋고, 큰바위 얼굴같은 강호동의 억센사투리가 익숙한 예능 1박 2일도 좋다. 어디를 가든 누구와 가든 그 곳에 가면 그 곳의 삶의 애틋함이 있고 서러움과 절규가 있고 사랑과 유머가 있다.
시인과 함께 하는 포구기행은 어머니의 다사로운 품처럼 훈훈하고 넓고 깊다.
책 후기에 이런 말이 있더라.
프랑스 사람들은 바다 (la mer/라 메르)와 어머니 (la mere / 라 메르)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발음도 발음이지만 그 두 단어가 지닌 상징적 의미가 실로 의미심장하다.
- 좋아요
- 6
- 댓글
- 12
-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