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화

하루
- 작성일
- 2010.4.24
- 글쓴이
고독이란 누구에게나 있는 병이지.
나도 한때 그 병에 걸려
자살까지 생각해 보았던 적이 있단다.
하지만 결국은 치료법을
알아내고야 말았지.
고독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 더 큰 고독 속으로
뛰어드는 수밖에 없는 거란다.
더욱 고독한 고독을 위하여.
조용히 침잠하고 싶은 날이 있다. 아무도 없는 사막이라면 더 좋겠다. 하늘과 햇빛과 모래와 오아시스가 있는 사막이라면 좋겠다. 혼자 있다가 어린왕자의 그 여우라도 문득 생각난다면 좋겠다. 황금밀밭은 네 머리카락을 떠올리게 할 거라는 그 말..
책 읽다가 혼자서 중얼중얼, 책 속의 드넓은 여백에 이런 내 생각을 집어넣기도 하고... 또 중얼중얼...
무거운 공기가 내 숨쉬기를 가로막고 자리를 비껴주지 않는 날 읽으면 딱이다.
하얀 올챙이가 꿈꾸는 바다는 죠스의 바다도 모비딕의 바다도 아니었다.
그런 바다는 증오와 미움이 가득하단다. 증오는 다시 내게로 돌아오는 화살같은 것이라는데, 인간에 대한 증오도 없이 이 험난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수 있지?
그 말에 동의하는 나는 일종의 까만 올챙이 수준인거다.
지극히 한국적이면서 세속적인 이야기, 말만 조금 바꾸면 신앙으로 탈바꿈하는 사이비들, 허허로운 마음이라도 잠시 쉬었다 가기에 안성마춤인 대중오락들, 그 속에서 유영하며 일시적인 눈먼 쾌락에 취하여 허둥대며 살아가는 민물어들, 아니 현대인들.
그렇다고 무슨 대단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말도 없다.
마음의 눈을 통해서 들여다보면
먼지 속에도 그대가 육안으로는
본 적이 없는 무한 공간이 있고
은하계가 있고 태양계가 있고
달이 있고 별이 있음을 알게 되리라.
시가 있고 아침이 있고
꽃이 있고 그리움이 있음을
알게 되리라.
시니컬한 페이지를 웃어넘기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자꾸 어린왕자의 철학적 의미가 생각나는 이유는 이 책의 결말이 지니는 메시지가 희망적이며 이상적이어서 그렇다. 중요한 것은 결코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 마음으로 보지 않으면 볼 수 없다는 의미가 주는 한없는 메아리!
삶에는 해답이 없고 중요한 것은 마음으로 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심오한 사실을 끝없이 생각하게 하는 예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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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