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학

하루
- 작성일
- 2010.9.19
공무도하
- 글쓴이
- 김훈 저
문학동네
사랑아, 강을 건너지 마라.
고대의 애달픈 시어는 그리도 측은한데 소설속 현실의 기사성 글은 비루하기 그지 없다. 그래도 세상은 살아갈 만하다고 말하지 마라. 이 소설속 현실, 아니 우리네 눈 앞의 삶인 그 현실은 지금도 진행중이며 신문 사회면 맨구석 한줄 글나부랭이로 24시간 남아있다가 막연한 과거속으로 사라질 그런 별 것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죽으면 그만인, 당하면 손해인,그런 것이다.
글 속에 감정따위란 없다. 자고 일어나면 상상밖의 추한 사건사고들이, 정말 말도 안되는 이벤트들이 버젓이 벌어지는 현실을 묵묵이 들여다보면서 사회적인 스트레스를 독버섯처럼 키워나간다. 발가락의 고질적으로 기생하며 목숨을 부지하는 무좀균처럼, 꼬질꼬질하고 느끼한 인스턴트 조미료국물처럼, 새벽에 들이키는 소주 한잔의 쾌감마저 없다면,땀밴 머리카락을 묻을 안락한 젖무덤마저 없다면 그 지겨운 무좀과 뱉어내는 말의 반이 욕설뿐인 차장의 기운을 내치고 소화시키기 힘들 그런 현실속의 남자가 나온다.
백화점 화재의 현장속 불을 진압하고 물과 재로 뒤엉킨 매장은 보석이 넘쳐나는 아라비안 나이트,카심의 동굴처럼 챙겨나갈 귀금속으로 가득하다. 보석탈취행위와 장기이식의 아이러니는 당치도 않은 현실처럼 막막하고 얼척이 없다. 의붓여동생을 상습적으로 강간한 아버지를 존속살해한 아들의 이야기, 해망간척사업 도로건설중 아스팔트에 짓이겨진 어린 딸을 잃은 아버지의 쩔은 이야기,어느 지점에서든지 틀림없이 만날 듯한 얼키고 설킨 삶들의 고루하고 지린내나는 사실들을 아무런 흐느낌없이 비인간적인,하지만 사실에 충실한 보도성 글들로 행간은 채워진다.
그래서 죽도록 지겨웠다. 불쾌하고 비참하고 해결도 안되는 이미 일어났었던 우리의 이야기들이 그 안에 가득해서 공포심보다는 역사가 오래되어 묵혀질 대로 묵혀진 사회시스템의 부조리와 천박하고 던적스러운 인간사가 지겨웠다.
강 건너 죽음의 길,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선 어부의 혼은 강 이남에서 목놓아 우는 여인의 삶 속으로 회귀한 건 아닐까?
강 너머 이야기가 아니라 강쪽에 얽혀 사는 자본의 힘을 얻지 못한 자들의 모진 삶을 그려놓은 거라 생각된다. 자본의 힘! 그 더러운 기계에 낀 때처럼 한없이 귀찮고 성가신 존재들이 우리의 삶 일부분이라면 그 또한 용납하기 힘들다. 어쩌자고 나는 이토록 힘든 글을 읽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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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