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전

하루
- 작성일
- 2011.6.14
명심보감
- 글쓴이
- 이기석 역해
홍신문화사
친정어머니는 정원가꾸기는 물론 분재, 석분재는 수준급이고 동양란를 비롯 온갖 원예에 일가견이 있는 분이시다. 한마디로 예술적 기질이 다분하시다는 주변의 평가를 한 몸에 받으신 분인데 요즘은 어떠신지 참 궁금하다. 올 여름에 찾아뵈면 어머니만의 개성넘치는 베란다를 볼 수 있겠다.
책읽기가 수월하지 않게 되면서 던져 두었던 천자문에 눈길을 돌리게 되었다. 점심식사 후 한 자 한 자 써나가다 보니 불필요한 생각이나 어두운 내면의 베일을 벗어버릴 수 있고 글자에 담긴 이미지와 그 의미가 새삼 신령스럽기조차 한 것이 홀로 한지에 수묵화를 그리는 마음으로 연필을 굴려댄다. 말이 천자이지 참 그 글자수가 많기도 하다.
젊은 날의 어머니는 연필로 천자문 쓰는 딸년과는 차원도 다르게 직접 먹을 갈아 붓으로 한지에 글을 쓰셨다. 황금빛이 반짝이는 먹물의 그 은은하고 묘한 향기까지 기억한다.
물론 많은 나날을 배우셨고 나름대로 잘 갈긴다는 평가에다가 서예전에 출품도 하셨으니 나름 정성을 다하신거다. 천자문을 쓰다보니 그렇게 서예를 즐겨하시던 어머니가 생각났다. 아마 어머니도 나처럼 불필요한 근심과 각박한 살림살이와 모진 인간관계속에서 마음의 평정을 찾기 위해 붓을 드셨을 것이다.
그런 문방구들과 함께 할 때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자유로움과 행복감을, 사람들과 부대끼며 힘들어하면서도 마음 한켠에 스산하게 불어와 살을 에이는 외로움 한 점까지 다 껴안을 수 있는 그런 기분이었을 것이다.
이유없이 스산하고 세월의 흐름이 서운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할 즈음 살짝 꺼내어 본 낡은 한 권의 책은 나를 한없이 맑고 지혜롭게 해주었다. 동양고전의 단아함과 성실함에 흠뻑 빠져보려는 심사가 더 컸을지도 모른다.
<명심보감>은 고려 충렬왕때 문신이었던 추적이 저술한 것으로, 원래 계선, 천명등 19편으로 되어있던 것을 증보, 팔반가, 효행, 염의, 권학등 5편을 증보하여 내용을 보강함으로 24편이 되었다.
인간 본연속에 존재하는 선과 악의 행동은 어떠한 결과로 드러나고 마는지, 그런 인간은 자기반성을 통해서 순수하고 숭고한 인격을 도야할 수 있는지를 강조하는 바가 크다.
삼강오륜이란 말이 요즘에도 통할 지 모르겠지만 디지털과 테크놀러지가 지배하는 세상속에 가장 필요한 것이 아날로그적인 질서가 아닐까 싶다. 인간관계의 기본이 그 속에 있음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져야 할 덕목은 참으로 간단하고 단순한 이치라는 사실도 깨달게 한다.
자기안의 진실된 자신을 꺼내놓고 바라볼 수 없다면 매사 부딪히는 난관속에서 스스로 빠져 나오기 힘들뿐더러 상처와 상실만이 결과로 남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시대의 흐름과 상관없이 좋은 글귀와 그 속에 담긴 속뜻은 모든 시대를 초월한다. 담긴 속뜻의 의미가 나와 별개라고 생각한다면 할 수 없지만 세상에 대한 경험이 크지 않은 나조차도 느낌과 그 깨달음이 꽤 컸다.
두고두고 볼 책이면서 행동이나 말이 부조화를 이루거나 거칠어질 때 또 한번 꺼내어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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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는 세 가지 경계할 것이 있으니 연소할때는 혈기가 정하여지지 않았는지라 경계할 것이 여색에 있고, 몸이 장성함에 미쳐선 혈기가 바야흐로 강성한지라 경계할 것이 쟁투하는데 있으며, 몸이 늙음에 미쳐선 혈기가 이미 쇠한지라 경계할 것이 탐하여 얻으려는 데 있다. <공자, 정기편. 제9장>
옥은 다듬지 않으면 그릇을 이루지 못하고,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의리<義理>를 알지 못한다.
<예기, 근학편 제3장>
자기 집 두레박 줄이 짧은 것은 탓하지 않고 남의 집 우물 깊은 것만 탓한다. <성심편, 하, 제10장>
오늘 배우지 아니하고서 내일이 있다고 말하지 말며, 올해 배우지 아니하고서 내년이 있다고 말하지 말라. 날과 달은 가서 세월은 나를 위하여 늦추지 않는다. 아! 늙었도다 이 누구의 허물인고.
<주자, 권학편, 제1장>
좋은 나이는 두번 거듭 오지 아니하고, 하루에 새벽이 두번 있지 않다. 때가 되거든 마땅히 학문에 힘쓰라.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도연명, 권학편, 제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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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