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사진
하루
  1. 여행

이미지

도서명 표기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글쓴이
김영하 저
랜덤하우스코리아
평균
별점8 (44)
하루

사랑은 무엇이나 가능하게 한다.


돈은 모든 것을 이긴다.


시간은 모든 것을 먹어 치운다.


그리고 죽음이 모든 것을 끝장낸다. <이탈리아 속담>


 


너와 맹세한 반지 보며, 반지같이 동그란 너의 얼굴 그리며...로 시작하는 젊음의 찬가를 기억하는가. 


그대여, 그대여어어 너와 나는 태양처럼 젊었다. 로 끝나는 그 노래를 생각하니 싱그러웠던 우리들의 시간이 떠오른다.


문득 젊음이 몸부림칠 때는 감히 나서지 못했던 길을 이제는 할 수 있을 것같은 치기가 돈다. 할 수 있을 지 없을 지는 실행에 옮겨야 알겠지만 지금은 그 때보다 젊지 않다는 것 말고 삶의 경험과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괜찮아졌기에 다녀본 길이 아닌 서먹하고 낯선 길도 계획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티셔츠 한 장에 묻어나도 좋을 황금빛 태양이 만들어낸 땀방울과  느긋하게 늘어지는 사람들의 물결과 신화와 전설로 범벅이 된 섬, 시칠리아, 그곳에서 보내 온 대한민국 유명 작가의 사진과 글들은 꽤나 이국적이었다. 게으르다 못해 일상의 여유로 일부 포장한 현지인들의 거만한 나태도 요런 식으로 만나면 볼거리가 되고 안달못하고 살아가는 우리네 일상이랑 시덥잖게 비교도 하면서 아~~~ 어디론가 멀리 멀리 떠나고만 싶구나..하는 부러움마저 생긴다. 뭐, 많이들 부러워하라고 만든 책처럼도 보인다.


 


작가 김 영하는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도가 지나치면 시기 질투를 한 몸에 받는 소설가이다. 누구는 자기 취향이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젊은 나이에 이미 다섯 권의 장편소설과 세 권의 단편소설집을 펴낸 명실상부 부와 명예, 작가로써의 입지, 대중성에 부합하면서도 작품성에도 흠집을 내지 않는 한마디로 이 시대 잘 나가는 인물이다. 게다가 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 여기는 유럽에서도 알아주는 학교다)의 교수, 방송가에서도 상한가를 누리며 격하게 활동중이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일상을 재정돈해야겠다는 의지를 발견하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 바로 이 부분에서 이 사람의 용기와 마음속 성찰의 의지를 높이 사야만 하는데 평범한 일상인인 나는 당시 화가 무지 났다. 이 사람이 배가 불렀나, 그럼에도 여행중 짜증섞인 이야기만 늘어놓고 여름으로 들어선 로마에 하필이면 왜 비가 오냐며 따지고 드는 옆사람하며, 여정의 어려움과 이탈리아 특유의 근성인 여유만만과 나몰라라스타일등 문화적 차이에 세련된 그만의 접근이 없었다. 이 사람이 그냥 평범해져 버리려나..하는 우려와 독자로써 기대가 반감되는 기분은 참 씁쓸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번 책을 들었는데 단숨에 읽었다. 재미가 있어서 그런게 아니고 뻔하니까 단숨에 읽히는 거다.


 


세상에 쉽고도 잘 풀리는 일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걸까. 서울에서의 일상을 정리하는 것, 예를 들면 각종 이체된 공공및 사적인 서류들을 해지하는 과정이랄지, 짐정리랄지, 문장 한 줄에 옮기기는 쉽지만 하루이틀해서 될 일이 아니기에 그 어려움은 절실하기만 하다. 시칠리아에 닿는 과정도 어렵고 이탈리아어도 어렵고 낯선 곳에서의 일상을 꾸려가는 것도 어렵다. 그렇게 두어달 이탈리아 여행을 감행한다.


비우고 버리는 동안 자기안의 잃어버린 것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작가의 마음속을 헤아리는 정도로 이 책을 마무리했다.


 


거대한 세상속에 자유롭게 나를 풀어놓으면 내가 진정 뭘 할 수 있고 뭘 할 수 없는지 대충 가늠할 수 있다. 먹고 노는 일말고 그들의 문화와 양식속으로 끼어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되면 하찮은 일도 하찮지가 않고 작은 일도 작지가 않게 보인다. 끌려다니는 여행에는 이런 일이 벌어지질 않는다. 스쿠터를 몰고 이 골목 저 골목 돌아다니며 마음에 맞는 장소에서 드러 눕는 일이 그리 쉽지가 않다. 시칠리아하면 <시네마 천국>의 토토의 마을이고 <대부> 돈 콜레오네의 고향이며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비극적 사랑의 장소이다. 부츠모양의 이탈리아 국토만 보더라도 길지만 넓이는 별로인 그 나라에 길은 무척 험난하고 좁고 거미줄처럼 엉켜있다. 시칠리아는 그 부츠의 밑에 있는 섬이기에 교통편이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보면 되고 마찬가지로 좁은 길들은 차보다 스쿠터가 훨씬 유용하게 보인다. 예전의 괴테는 이 곳을 어찌 다녀갔을까, 그의 여행기에는 가는 과정의 어려움보다는 팔레르모와 메시나에서의 일상의 탐구와 관찰을 한없이 보여주었던 걸로 기억한다.  


 


같은 책을 두번 읽은 느낌은 여전히 불편하다. 여행에세이는 가볍되 여행에의 느낌이 살아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 성찰의 산문이라고 광고를 하지만 그럴려면 차라리 깊이있게 파고 들었으면 훨씬 좋았겠다. 자신의 내면의 가치를 일상적으로 희화하지 말고... 화사한 이탈리아 남부를 사진에 담는데 왜 이렇게 흐릿하게 편집했을까하는 의구심은 여전했다. 한 편의 사진을 양페이지를 이어서 편집하는 수고로움이 나에게는 답답하게 보였다. 2012년 그의 소설이 새로 출간되었다고 들었다. 그의 소설은 언제나 기대감을 갖게 하지만 에세이는 글쎄...아직은 빠른 감이 보인다.



< src="http://api.bloggernews.media.daum.net/static/recombox1.swf?nid=26352908" quality="high" bgcolor="#ffffff" width="400" height="80"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좋아요
댓글
36
작성일
2023.04.26

댓글 36

  1. 대표사진

    하루

    작성일
    2012. 3. 5.

    @깽Ol

  2. 대표사진

    오늘달림

    작성일
    2012. 3. 5.

  3. 대표사진

    하루

    작성일
    2012. 3. 6.

    @오늘달림

  4. 대표사진

    활자중독

    작성일
    2012. 3. 6.

  5. 대표사진

    하루

    작성일
    2012. 3. 6.

    @활자중독

하루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23.1.11

    좋아요
    댓글
    2
    작성일
    2023.1.11
  2. 작성일
    2022.10.13

    좋아요
    댓글
    4
    작성일
    2022.10.13
  3. 작성일
    2022.10.13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2.10.13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7.1
    좋아요
    댓글
    134
    작성일
    2025.7.1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7.1
    좋아요
    댓글
    116
    작성일
    2025.7.1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7.1
    좋아요
    댓글
    213
    작성일
    2025.7.1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