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사진
하루
  1. 역사

이미지

도서명 표기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글쓴이
박신영 저
페이퍼로드
평균
별점9.2 (36)
하루

"스스로 질문하는 자 스스로 얻게 된다" 라는 말씀이 명확하게 적중한 책이 아닐 수 없다. 나 또한 저자가 우연코 지나가다 흘린 물음표에 대한 답을 공짜로 얻은 기분이다. 시간을 뒤로 아주 많이 돌려야만 돌아갈 수 있는 기억의 세계속에 명작동화를 읽던 시절이 있었다. 한여름은 마룻바닥을 뒹굴며 한겨울은 아랫목을 벗삼아 세계명작문학전집을 독파하던, 독서라도 않했더라면 밥만 축내는 이른바 식충이가 되었을텐데 그나마 매운 시간들을 버티던 번데기의 모습으로도 책만 보던 그 시절은 행복했었다. 중학생이 되어서야 나에게는 책상이라는 것이 생겼으니 당시의 책 보는 나의 모습은 땅에 떨어진 번데기의 고독한 자세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줄거리로만 만족한 동화속 공주와 왕자는 모두 아름답고 잘 생겨서 늘 행복하게 살았다로 결론났었다. 그래서 공주의 전제인 뚜렷한 아름다움이 없이는 난관을 헤쳐갈 수도 없고 더욱이 잘 생긴 백마 탄 왕자를 만날 수 없어 결코 행복해질 수 없음에 낙담했었다. 내 또래 남자아이들이 왜 공주 왕자 나오는 동화를 싫어했는지 대충 이해가 된다. 그들도 나랑 같은 처지였을지 모른다는....그토록 서구의 빛깔은 화사하고 달콤해서 동화를 맛보는 혀끝의 미각은 달달한 맛에만 길들여졌다. 만약 그 때 백마 탄 왕자들이 한결같은 모습으로 싸돌아 다닌 이유를 알았더라면 내 혀끝의 미각은 다양성이라는 혹은 상대성이라는 철학적인 맛보기를 시도해보았을 지 모른다. 동화속 공주와 왕자는 우연의 일치로 만난 것이 아님을 이제사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푸치니의 마지막 미완성 오페라인 [투란도트]도 이 내용과 일맥상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수수께끼를 내어 알아 맞추지 못하는 남자들의 목을 베어 효수하는 핏빛 엽기공주 투란도트를 탐하는 칼라프 왕자가 절대 이해가 안되었는데 생존할 것인가 죽을 것인가를 고뇌하는 버려진 차남왕자의 숙명이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력을 발휘해 보았다. 그 부분을 읽다가 돌연 떠오른 생각이었다. 


학생시절 세계사속에서 학습된 지명이름이나 꼬리에 꼬리를 밟히는 사건들이 하나 둘 기억나지만 누구나 읽었거나 주워 들어 읽었다고 자신하는 동화와 명작속의 은밀하게 담긴 역사성을 홀로 찾아가는 과정이 쉬운 일은 아니다. 연대을 추적하여 그 시대의 상황을 이해하고 동화속 가상의 캐릭터들이 현재 이미지화되기까지 과거를 생생하게 유추하는 과정은 시간과 공간에 갇혀있던 과거인들의 풍속과 시대정신을 되살려 상상이 아닌 그럴만한 이성적 이유가 다분히 있었음을 이 책은 확인해주고 있다.   

얼마 되지 않았지만 국내에 동화 열풍이 분 적이 있다. 70년대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디즈니로 결판나던 동화의 세계가 이제는 세계적이면서 미학적 아름다움을 갖춘 각종 출판사의 그림동화(Picturebooks)들을 언제든지 읽고 배울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이 부분에서 동화를 가르치는 학습의 방향을 이야기하고 싶다. 기존의 학습체험자들에 의해 구성되고 정리되던 틀을 한번쯤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전체를 읽고 마냥 교훈만 들먹이거나 문장의 의미만 다룰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소스가 되는 역사적 체험을 눈높이에 맞춰 학습에 넣는다면 아이들의 배움이 한층 풍요로워질 것같다. 그렇다면 그 동화를 읽은 아이들은 역사의 발자취를 찾아 그곳에 가고 싶다는 바램도 생기고 아울러 여행의 목적과 목표가 훨씬 뚜렷해질 것이 아닌가. 

[플란더스의 개]의 주인공 네로와 파트라슈를 만나러 벨기에 호보겐으로 떠나본다면...안트베르펜 성모승천성당에 걸린 루벤스의 거대한 그림들을 보면서 당시 위축된 가톨릭이 종교화를 통해서나마 여전히 건재함을 드러내고 싶어했다는 사실을 알고 시대적 결과물앞에서 선다면...슬프기만 했던 네로와 파트라슈의 이야기는 가슴에 담고 머릿속에는 진지한 역사를 담고 그런 시각으로 작품을 감상한다면... 너무 거창해지는가. 


이 책을 읽고 나서 아들방에 들어가 아들녀석 책장을 뒤졌다. [해리 포터]시리즈를 찾기 위해서다. 옆에  [반지의 제왕]시리즈도 읽어달라고 자태를 뽐내고 있다.  다른 책들은 모두 보았지만, 실은 그도 다 보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동화의 원본을 제대로 보았다고 자신할 수 없으니 말이다. 총 2편인 [돈 키호테]만 하더라도 1편에 해당하는 분량이 700페이지가 넘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은 1편에 해당한다. 어쨋든 나는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 읽을 결심을 했다. 영화도 보다 말고 책도 읽다 만 지 꽤 오래되었다. 방송에서 유난스럽게 난리를 떨길래 읽을 생각을 않했는데 이번을 기회로 몰입해보련다. 공룡 이름처럼 생소한 단어들이 몰려와도 학구적으로 달려들어 읽어보련다. 낯선 물음들과 함께, 이 책이 또 도움이 되겠구나, 그러니 두번 읽을 수 밖에 없는 책이다.











< src="http://api.bloggernews.media.daum.net/static/recombox1.swf?nid=39729828" quality="high" bgcolor="#ffffff" width="400" height="80"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좋아요
댓글
30
작성일
2023.04.26

댓글 30

  1. 대표사진

    하루

    작성일
    2013. 2. 4.

    @노라미미

  2. 대표사진

    생명은 소중해

    작성일
    2013. 2. 22.

  3. 대표사진

    하루

    작성일
    2013. 3. 3.

    @생명은 소중해

  4. 대표사진

    아바나

    작성일
    2013. 3. 2.

  5. 대표사진

    하루

    작성일
    2013. 3. 3.

    @아바나

하루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23.1.11

    좋아요
    댓글
    2
    작성일
    2023.1.11
  2. 작성일
    2022.10.13

    좋아요
    댓글
    4
    작성일
    2022.10.13
  3. 작성일
    2022.10.13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2.10.13

사락 인기글

  1. 별명
    사락공식공식계정
    작성일
    2025.6.25
    좋아요
    댓글
    98
    작성일
    2025.6.25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6.26
    좋아요
    댓글
    122
    작성일
    2025.6.26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6.26
    좋아요
    댓글
    135
    작성일
    2025.6.26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