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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글쓴이
위화 저
문학동네
평균
별점9.3 (41)
하루

작가 위화의 작품은 독일의 대중적인 서점에 가면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처럼, 그의 신간이 출간될 때면 신간소개서에도 종종 등장한다. 언젠가 [형제]라는 작품을 소개하는 짧은 기사도 읽은 기억이 난다. 내가 읽은 그의 작품은 [허삼관 매혈기]가 전부였지만 한 권의 소설로도 독자를 사로잡을 만 했으니 명망있는 작가임에 틀림없다. 그런 그가 중국 사회에 깊숙이 스며든 특유의 정서, 어쩌면 치부일 수도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는 열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중국의 정치 경제가 공공의 사회와 개인의 역사를 어떻게 한계지었으며 변화시켜 갔는지 보여주는 글이다. 


1989년 6월 4일 톈안문 광장에서 대거 자행된 유혈사태를 기억할 것이다. 중국인들의 정치적 열정이 한차례 집중되어 폭발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문화대혁명이후 누적되어 온 그들의 정치적 열망이 한꺼번에 발산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이후 중국인들이 찾고자 했던 가치는 바로 부, 돈에 대한 열정이었다. 모든 사람이 한마음으로 돈을 버는데 집착하는 과정속에서 중국이 맞이한 1990년대는 경제적 번영으로 발돋음하며 초석을 다지는 시기가 되었다. 새 밀레니엄이 임박한 때에도 전세계의 뉴스는 이제는 중국이 세계에서 우뚝 솟아오를 것이라 예측했다. 한반도의 유구한 역사속에 조선왕조가 대국이라 칭하며 알아모셨던 나라였기에 작은 나라로써 심리적으로 몸에 밴 역사적 트라우마를 또 한번 겪게 되는 것은 아닌 지 홀로 섬뜩해하며 바라보던 우리의 시각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의 변화를 쓰촨 지방극에 등장하는 변검에 비유하곤 한다. 고개를 한 번 돌릴 때마다 가면이 바뀌는 그 기술 말이다. 문화대혁명이후 고작 30년이란 세월이 중국을 정치지상주의 국가에서 금전지상주의 국가로 탈바꿈시켰다. 1989년은 뎡샤오핑의 갸혁정책이 11년째로 접어든 시점이었다. 한 시대가 꿈틀거리며 변화를 시도할 때 항상 어떤 의미 깊은 사건이 따라오게 마련이다. 장중한 대극이 펼쳐지기 전 서곡처럼 시작된 사건이 톈안문에서 발생했다. 관료들의 부패와 전횡에 반대하며 대규모 학생시위로 터져나온 구호. "관도에 반대한다." 즉 국가기관, 단체, 기업들이 투기를 통해 폭리를 취하는 행위에 강력하게 저항하는 구호가 터져나왔다. 실상 당시의 중국사회는 경제 개혁중으로 그러한 불만이 없지는 않았지만 극소수에 불과했다. 지금의 중국에 만연된 부패 속도에 비할까. 극소수 '관도'의 부패는 다양한 방식으로 동원되는 지금의 부패현실에 비하면 별 것 아니었다. 


6월 4일이란 중국의 인터넷 검색어에서는 금기 날짜이며 대신 5월 35일이란 날짜로 통일되어 있다고 한다. 나라밖에 나오면 유연한 태도와 자유로운 표현이 나라안에서는 금지되는 실정이다. 그래서일까 작가는 말랑말랑한 글을 통해서 금기시하는 6월 4일의 의미를 5월 35일이라는 겉표지로 포장하여 이야기한다. 그 안에 문화대혁명시기를 거치며 겪었던 유년시절('인민'과 '영수')과 청년시절의 개인이 있으며 그 개인은 결코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인민과 마오를 동일시하던 시절에 마오의 죽음을 온몸으로 감당해야 했던 인민들의 울부짖음을 표현한 작가의 글이 꽤 흥미로웠다. 

몇몇 사람들이 소리 내어 울고 있을 때, 내가 느꼈던 것은 틀림없는 슬픔이었다. 하지만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거대한 공간에서 한꺼번에 울부짖을 때, 내가 느낀 것은 유머였다. 나는 이처럼 풍부하고 다채로운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전 세계 모든 품종의 동물들이 자신들의 대표를 보내 우리 학교 강당에서 함께 소리 지르기 경연을 벌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유년시절의 작가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아내려고 안긴힘을 쓰며 한참동안 고개 숙여 엎드려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친구들이 했던 말, "위화가 가장 슬프게 울더군. 너무 격하게 울어서 어깨까지 심하게 떨리더라니까." 유머를 절대 포기하지 않는 글이 아닌가. 


민감 단어들속에서 가치추구를 해야 했던 그 시절의 궁핍과 여의치 않음이 키워드 '독서', '글쓰기', '루쉰'에 담겨 있다. 책이 없던 시절에 어린 반혁명분자로 몰리지 않기 위해 친구들과 숨어서 돌아가며 필사를 하던 기억, 최초로 읽었던 앞장이 찢어진 그 소설이 바로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이었음을 나중에 알아 본 기억, 아버지의 병원 영안실의 차갑고 기분좋은 시원함을 하이네의 싯구에 견주던 기억들, 참으로 적절한 표현에 오래도록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죽음은 서늘한 밤이다' 

 '이것이 바로 문학이다' 

어떻게 해서 작가가 되었냐를 물어보면 그 대답은 바로 '글쓰기'였다고 한다. 글쓰기는 경험과 같으며 혼자서 뭔가 경험하지 않으면 자신의 인생을 이해할 수 없다. 직접 써보지 않으면 자신이 무엇을 쓸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기본이 바로 여기에서 있었다. 흔히들 말하는 글쓰는 습관, 그런 습관을 경험하지 않으면 글은 써지질 않는다는 말로 이해했다. 


중국은 지난 30여 년 동안 세계가 주목할 만한 기적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어냈다. 30여 년 동안 9퍼센트의 경제 성장률을 유지했고 2009년에는 이미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경제대국이 되었다. 2010년 중국의 재정수입은 8조 위안에 달하고 관계 기관들은 자랑스럽게 중국이 미국에만 뒤지는 세계 제2의 부국이 되었다고 말했다. 물론 그 뒤에 숨은 치부가 너무도 극명함을 모른 체 해서는 안될 것이다. 국민들의 연평균 수입이 세계 백 위라는 사실! 이는 국가는 부유하고 백성은 지속적인 가난에 허덕이며 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사회가 안고 있는 "차이"는 극심한 가난, 사회적 불균형, 분배의 불균형, 정보의 불균형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문화대혁명이후 천지가 뒤바뀌는 변화를 겪은 중국이지만 그 시대의 유물인 직인을 부당하게 탈취하는 사건은 오늘날까지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직인이란 도장을 말함인데 모모 서류를 증명하는 사인역할을 하는 것으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상징으로 지금도 그 기능은 유효하다. 민간기업가들 사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치고받고 싸우는 방식은 권력을 탈취하고 그 과정에서 살인도 서슴치 않는다. 그 배후에는 문화대혁명의 혁명폭력이 연출되고 있다. 노후 건물의 신속한 철거를 위하여 잠자던 가족들을 납치하여 한 곳에 가두고 새벽에 풀어준다. 살던 사람들이 돌아간 곳에 집은 온데 간데 없고 황량한 폐허만 남아있다. 그들이 무숙자가 되고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지방정부가 마련해주는 새 집에 입주할 수가 있다고 하니, 이런..투항할 시간도 주지 않는 무지막지한 권력이 있었기에 중국은 급속하게 발전할 수 있었다고 중국의 권력들은 자랑스러워 한다. 작가의 역설적인 표현도 재미있다. 중국 경제가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정치적으로 충분히 투명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는 말!

절차 밟아 인권중시하며 철거과정을 거치는 것보다 단방에 납치, 불도저로 철거개시, 그리고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받아들이면 새 집으로 입주! 폭력을 이용한 철거가 보편화되어가자 민중의 저항과 집단행동은 차츰 거세졌다. 


문화대혁명시기에 누구나 유창하게 외워야 했던 혁명에 대한 마오쩌둥의 엄숙한 개념을 정리해본다. 

혁명은 사람들을 식사에 초대하는 것도 아니고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그림을 그리거나 자수를 놓는 것도 아니다. 혁명은 그렇게 우아하고 조용하며 그렇게 문질빈빈하고 그렇게 공경스럽고 겸손한 것이 아니다. 혁명은 폭동이다. 한 계급이 한 계급을 전복하는 폭력행동이다. 

참으로 무서운 시대를 겪어내야 했던 중국인들이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이'와 '혁명'속에는 정치와 경제 권력이 공존한다. 그 중앙에 들어선 계급이 바로 농노집단에서 거대하게 도약한  '풀뿌리' 집단이다. 풀뿌리의 유형들이 갖는 특징은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엄청난 담력을 갖고 뭔가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일도 없다는 데 있다. 그들은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상태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의 말을 빌려 프롤레타리아인 그들이 잃을 것은 족쇄뿐이요 얻을 것은 전 세계였다. 

이러한 풀뿌리 부자들이 건드리며 만지작거린 습관과 풍속이 '산채', '홀유'라는 기묘한 사회적 현상을 자아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자주 등장했던 짝퉁 람보르기니, 짝퉁 아이패드, 짝퉁 명품의 근원이 바로 '산채'라는 유행어로  저자본 고소득의 경제호황과 급기야 진짜를 만들어내는 공급원이 되었다. 산채 현상은 풀뿌리문화가 엘리트문화에 던지는 도정장이자 민간이 정부에 던지는 도전장, 그리고 약자집단이 강자집단에 던지는 도전장이라고 할 수 있다. 산채는 웃음거리에서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조롱에까지 다향한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 의심을 품고 있던 중국의 기이한 일상현상을 산채를 읽어가면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엇다. 물론 아직까지도 깊은 공감은 안된다. 


작게는 말과 글로 크게는 정책적으로 사기를 치는 술수를 홀유한다고 한다. 있지도 않은 일을 사실화하면서 진실로 믿게 만들어 결국에 진위여부는 찾아 볼 수 없고 -카더라는 말만 난무하며 보이는 것에 집착하며 믿게 하는 사회적 현상도 홀유한다고 한다. 작가가 인터뷰한 사실도 없는데 기사가 나서 물었더니 이건 홀유기사인데요. 하며 꽁무니를 뺐다는 일화나 좌판에 널린 작가의 해적판 서적들, 일명 자신의 산채 도서들도 보았다고 한다. 몰론 주인장은 절대 해적판이 아니라며 우겼을 것이다. 

홀유라는 단어는 빠른 속도로 전국을 풍미하면서 산채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중국 사회의 윤리 및 도덕성 결핍과 가치관의 혼란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지난 30여 년간 급속하게 발전을 이루어 온 후유증 가운데 하나로 산체보다 홀유현상이 그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진지하지 못한 사회, 원칙을 지켜가지 못하는 분위기속에서 살아가는 현실이 못내 아쉽다. 


우리에게도 민감단어가 열 개쯤은 있을 것 같다. 가까운 20세기동안 우리가 거쳐왔던 역사적인 사건들이 사회와 개인을 어떻게 통제하며 걸어왔는지, 아마도 행복보다는 험난한 고통의 연속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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