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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도자기 박물관
글쓴이
윤대녕 저
문학동네
평균
별점9.2 (13)
하루

읽고 싶은 책이 이북으로 출간되어서 기쁜 마음으로 읽었다. 살면서 생각이 깊어가는 건 홀로 사색하는 시간이 많아서라기 보다  마음에 들려오는 소리에 귀가 더 쫑긋해지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나아닌 타인을 통해 얻게되는 관계의 비극이나 고통을 솔직하게 되내이지 못했던 내 지난 날의 이야기를 곱씹어 볼 수 있다는 점 말이다. 그로 인해 나는 어떻게 변했는지 다른 사람들은 어떠했는지 혹 나도 비슷한 감정의 선을 경험해 본 적은 없는지 생각해 보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더욱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고 가뜩이나 심란한 요즘 요동치는 심사를 다스릴 수 있었다. 물론 이 책으로 인해 내가 달라진 건 없지만 사람의 감정이라는거, 흔하디 흔한 조작을 통해 돌연변이로 환생한 기억들이 되살아났다고 할까. 나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고 철저한 자기 기만에 빠졌던 적은 없는지, 혹여 현재도 그리 살고 있는건 아닌 지 점검의 시간도 가져볼 수 있어서 좋았다.


말하여진 고통은 이미 고통이 아니다. 말이나 글을 통해서 자신의 고통 덩어리를 쏟아내면 그 고통은 더 이상 덩어리진채로 내 안에 들어서질 못한다. 자진 해체를 통하여 공기중으로 소멸하거나 타인의 머리와 가슴에 들어와 이제껏 품어보지 못했던 기운으로 내 안에 돌아오게 된다. 내 형편없는 이야기를 아무런 평가없이 들어주는 타인이 있다면 그 타인은 더 이상 타인이 아니다. 내 실존을 존중해주는 타인이 존재할 때 비로소 나는 고통에서 반은 벗어날 수 있다. 그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실존은 위로를 받는다. 윤대녕 작가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점때문이다. 살면서 빗겨가지 못했던 관계의 흔적이 비극으로 마무리되더라도 방관하지 않고 고통의 소용돌이를 모른 체 하지 않으면서 밀고 나가는 힘이 그의 글에서 느껴졌다. 나는 용감하게 바닥까지 긁어주는 그런 글이 좋다. 위선과 허풍없이 일상적 희비극이 말끔한 소나기처럼 감정을 훑고 지나가는 글, 그런 글은 자신의 고통을 주도면밀하게 고백하지 않고선 타인의 고통을  그려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주변에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타인을 갖고 있는가. 친구면 더 좋겠지만 사십대 혹은 오십대 심신이 차츰 노화되어가는 시점에 친구는 하늘의 별같은 존재다. 내 고통의 그물을 밤하늘에 던지면 별무더기같은 친구들이 내 가까이 올까. 차츰 나랑 비슷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면 피하게 된다. 꺼름직하게 생각되는 부분도 있다. 모두가 과거에 져버렸던 기억때문이다. 나로 인해 재구성된 고통들을 피하려고 멀리하는 건 아닐까. 이상하긴 하지만 그런 감정이 매번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타인의 삶에서 발견된 고통으로 나를 위로하는 건 부당할 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일상이 있고 그 안에는 항상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관계에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다. 때로는 사랑이었던 것들, 이별이었던 것들, 심지어 사기당했다는 것까지도 한참이 지난 후에서야 알게 되는 삶의 우스꽝스러움들이 이제는 조금씩 보인다. 인간에 대하여 심안을 갖게 되는 것도 다 괜찮은 독서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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