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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
글쓴이
마르셀 프루스트 저
민음사
평균
별점9.6 (20)
하루

1913년은 한 시대를 이끌 예술가들의 특별한 시기였다.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봄의 제전]이 기존의 음악적 질서를 무너뜨리며 반향을 일으킨 스캔들의 시기였다.  같은 때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어느 시기에나 있을법한 종교적 반발에도  [토템과 금기]라는 책을 출간했다. 또 미국의  찰리 채플린은 미국 순회공연중 자신을 알아봐주는 제작자를 만나며 불멸의 헐리우드 스타이자 세계적인 채플린 캐릭터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게 만든 시기가 바로 그 때였다. 한편 비슷한 시기 프랑스 파리 시끄럽고 복잡한 오마르거리에 정착한 별 볼일 없던 40대의 마르셀 프루스트는  그의 아파트 골방에 코르크마개로 방음벽을 만들고 오랜 칩거를 하며 온 몸으로 글을 썼다. 너무도 긴 이야기인지라 삭제와 수정을 거듭한 끝에 1913년 드디어 20세기 최고의 문학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출간된다. 


1편 <스완네 집쪽으로>의 1부에서는 홍차에 마들렌을 적셔 한입 먹는 순간 잃어버린 시간속으로의 여행을 시작하는 작가의 행복했고 슬펐던 과거의 기억들이 인상주의 화가의 그림처럼 그 그림에 매료된 음악가 드뷔시의 음악처럼 찬란하고 아련하게 펼쳐진다. 나를 중심으로 연결된 사람들과의 무의식적 관계가 만들어낸 자아형성의 시기를 통과해야만 했던 그 때, 맛과 냄새가 기억을 환기시키며 사랑인지 욕망인지 혹은 정념인지 구별짓지 못하던 그 때, 섬세한 감각이 살아움직이던 그 때야말로 마르셀의 작가정신이 밑바탕을 이룬 텃밭이었지 않을까.


2부 스완의 사랑은 1부의 나라는 일인칭 시점에서 스완이라는 삼인칭 시점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지며 콩브레라는 시골에서 파리라는 거대한 도시로의 공간이동과 함께 옆집에 사는 부르주아 스완씨를 청년기 스완의 시절로 옮겨놓는다. 세기말 벨에포크, 그토록 아름답고 찬란했던 시기에 욕망했던 정념들을 스완과 오데트라는 인물을 통해 그리고 있다. 정치적으로 귀족계급의 몰락을 바랬던 신흥 부르주아가 점점 그들을 모방하며 그들과 같아지려는 천박한 본성이 스완의 심리 한켠을 지배한다. 귀족들이 만든 사교계에 몸을 굴리며 꽃이 된 여자 오데트는 스완이 바란 여성상이 아니었음에도 -당시 유행했던 그림속-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 보티첼리가 그린 프리마베라를 닮았다는 이상에 휘둘려 오데트에 집착한다. 인간이 존재한 시대에는 항상 그럴만한 트렌드가 따라다닌다.  이상적인 여성형이 마리아였던 시기의 기사들이 귀부인들을 마리아적인 관점에서 숭배의 대상으로 삼았듯이, 걸그룹의 누구를 닮았으니 좋고 여배우 누구의 분위기여서 좋다고 생각하는 가벼운 현재의 관점도 별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욕망이 정념으로 불타오르는 중심에는 질투의 감정이 힘을 보탠다. 사랑하진 않지만 내 것이여야 할 것 같은 여자 오데트를 끊임없이 의심하는 스완의 사랑은 허무한 몽상과도 같다. 사랑의 본질은 보이지 않고 집착으로 인한 질투만이 명확하다. 같은 이야기이지만 다른 결론이 나는 사랑이야기가 생각난다.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여주인공은 사교계의 꽃, 곧 길거리의 여자이지만 그 여인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사랑의 본질을 찾고 싶어했던 여인이 아닌가. 진짜 사랑을 할 수 있었던 여인이었는데,  제기랄! 평판만 좋고 무능력한 귀족을 만나 비극이 되어버렸다. 스완과 오데트는 그렇게 끝나지는 않았지만... 스완은 그저 그가 누구를 사랑했는지보다 무엇을 사랑해야만 했는지에 관심을 많았던 부자였다.


3부 고장의 이름-이름편은 다시 일인칭 작가시점으로 돌아온 마르셀의 이야기이다. 마르셀은 스완과 오데트의 딸 질베르트를 사랑한다. 그녀와의 샹젤리제 거리 산책이  주된 목표로 그려진다. 천박한 화려함이 향짙은 퍼퓸처럼 향기가 가시지 않는 여자 오데트는 이 장에서 볼로뉴숲을 산책하는 귀부인으로 기억된다. 낮에는 에덴동산처럼 신비로운 볼로뉴숲은 밤이 되면 창녀와 동성애자들의 놀이터로 돌변하는 곳이다. 나로 다시 돌아온 이야기속의 기억들은 이름, 즉 고유명사가 지닌 확고한 개념이야말로 불분명하고 모호한 이미지들에 확신을 준다. 몽환과 욕망덩어리들에 얼토당토한 정념까지 애매하게 괴롭히는 추상적 개념들이 분명하고도 친숙하게 서정성을 부여한다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장이 참 좋았다. 일상이야말로 모든 예술의 정점을 이룰 수 있는 시공간이며 그것이 바로 문학이라는 장치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걸 알게 한 장이기에 그렇다. 돌아보면 어느 것도 헛되지 않은 것이 없다니...그렇게 마무리를 하는 프루스트가 더욱 궁금해질 뿐이다. 


보티첼리, 베르메르, 렘브란트의 그림을 사랑하고 뱅퇴유의 소나타를 즐겨들으며 드뷔시와 바그너의 작품처럼 총체적 예술의 집합체가 한 문학서에 들어있다. 음악, 미술, 의상, 연극, 요리등 인간이 살면서 꼭 경험해야 할 것들이 바로 그 안에 있으니 우리는 단지 선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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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7편 <되찾은 시간>에서 뱅퇴유의 소나타 연주 
텍스트에 줄곧 등장했던 소나타를 들어본다는 의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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