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

하루
- 작성일
- 2014.3.30
[eBook] 공부하다 죽어라
- 글쓴이
- 현각 저
조화로운삶
평소의 생각이 곧 나를 말한다고 하는 말속에는 평소의 습관이 곧 나의 태도를 결정짓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속뜻이 들어있다. 내 모습이 제아무리 곱게 포장된 선물상자처럼 보일지라도 한 번의 스크래치만으로도 충분히 찢겨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주변 사람들과의 얽힘속에서 내가 가졌던 생각이나 취했던 행동은 바로 나의 본질과 깊은 관련이 있다. 아!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하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봄앓이가 심했던 지난 2월이 가고 3월도 막바지에 닿았다. 일련의 갈등이 있었다. 남편과 아이들과 바로 나.
돌아보니 그저 그러한 고만고만한 일들로 말도 안되게 다투고 어이없게 실망하고 아! 니들은 그리 생각하고 사는구나. 자기 말에 힘을 싣기 위해 소리 높여 아예 지르는구나. 그래야 니가 이기니까. 일단 말에서 이기고 보자 이거지. 누가 누굴 가르치려 드는지 정말 모르겠네등등의 어처구니없는 생각들이 나를 밀치고 들어왔다. 그렇게 생각해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사실을 알지만 감정이 복에 받치면 쉬운 일도 잘 안풀릴 것처럼 만드는 것이 또 사람아닌가. 어쨋든 안좋았던 갈등상태는 서서히 풀어냈다. 나 못지 않게 상대방도 마음의 짐이 컸을 것이다. 나 하나의 마음만 생각했지 상대의 마음같은 건 아랑 곳 하지 않았던 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한바탕 마음속 폭풍이 지나갔다. 혹여 후푹풍이라도 올라치면 이전과는 다르게 대처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읽은 책이다. [공부하다 죽어라] 제목만 읽고는 죽도록 공부만 시키고 해야만 하는 국내상황의 어두운 그늘을 보는 느낌이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불교 스님들, 그것도 외국인 스님들의 법문을 번역한 책이었다. 그러니 제목에서의 '공부'는 다름아닌 마음 공부가 아니겠는가. 평생 수행하며 다스려야 할 것이 바로 내 마음의 결을 지혜롭게 단련하는 일일 것이다.
왜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지,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해도 별 일이 없었는데 지금은 그 때와 왜 달라야 하는지, 이 사람과는 이야기가 잘 되고 저 사람과는 이야기가 잘 안되는 이유는 뭔지, 내 안의 불안과 걱정은 어떻게 생겨나서 금방 사라지지 않는지, 내 삶의 행복과 불행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무엇인지...
마음결이 자연스럽게 흘러갈 때는 별 일도 아닌 것들이 심란해지는 상황이 오니까, 곧 내 자유의지나 행복한 기운을 침범당했다는 억울함이 한층 심해져서 괴로웠다. 그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일! 그래서 힘센 자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 바로 예수님이나 부처님을 찾는다는데 그 분들은 그런 일 도와주려고 세상에 오신 분들은 아니지 않는가. 한 사람의 이기적인 마음을 치유하려고 오신 분들이 아니란 말이다. 돌이켜보면 내 마음속에 억울한 기분이 들었던 것은 벌어졌던 일들이 나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내 자율적으로 어쩌지 못하기에 생긴 것이다. 그러니 내 자유나 자율적인 행동들이 욕망의 실체가 아니고 뭔가. 내 욕심대로 되면 만족스럽고 행복한 것이었다. 몇번은 그리 넘어가지만 일상을 사는 사람의 일에는 언젠가 한번은 닿을 한계지점이 온다. 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다투고 싸우고 자신과 상대에게 상처를 줄 그런 상황들을 만들지 않으려면 마음 공부는 살면서 지속적으로 해야 할 사람의 일일 수 밖에 없다.
무지에서 벗어나려면 바로 내 자신이 무지하다는 걸 알면 된다. 소크라테스나 공자님도 그리 말씀하셨다.
아테네 사람들이 모두 잘 안다고 해서 정말로 잘 아는 지 스무고개처럼 물어대는 소크라테스의 의도속에는 무지에 대한 깨우침, 즉 자기 자신이 뭘 모르는지 그걸 아는 것에 핵심이 있다.
안다는 것은 곧 모르는 것에 대한 물음 아닐까.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한갖 얄팍한 지식이나 정보검색에만 능하다고 우쭐대며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반쪽언어 구사력에 쾌감을 느끼며 하루 온종일 SNS에 몰입하는 젊은이들에게 한번쯤 권하고 싶다. 이런 책도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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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