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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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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그가 사랑한 클래식
글쓴이
요아힘 카이저 저
문예중앙
평균
별점9.3 (3)
하루

'음악의 이해'는 나의 대학 1년 교양선택과목 중 하나였다. 과목명에 음악이 들어가니 음대에서 수업을 들었을 것이다. 딱히 음악에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주변환경에 음악이 빠졌던 적은 없었다. 어릴 적 책장을 열심히 뒤지다가 우연히 발견한 이탈리아 가곡시리즈 테이프로 카타리를 열심히 들었고 독일가곡악보집에서 슈만과 슈베르트를 만났다. 그들이 한 생애동안 아주 불운했다는 걸 고등학교 음악시간에 알게 되었다.  음악감상시간이 있어서 클래식 음악을 일주일에 한번은 만났다. 내게 주어진 음악적 환경은 이게 전부였다. 음반가게에 10곡씩 때론 12곡씩 녹음을 맡기기도 했고 용돈을 모아 LP판을 사서 모으기도 했다. 음악을 듣는 딸에게 부모님은 처음엔 라디오를 다음엔 워크맨과 이어폰을, 그리고 언젠가 겨울 크리스마스에 인켈 오디오세트를 사서 세 명의 딸방에 들여놔 주셨다. 기계가 생겼으니 좋아하는 음악을 테이프에 직접 녹음해서 워크맨으로 들었다. 친구들에게도 선물하고 나눠 음악을 들었다. 베토벤의 로망스가 귀에 들어오던 날 나는 악성이라는 별명을 가진 음악가가 어쩌면 이리도 여리고 섬세한 곡을 만들수 있었을까 참으로 희한한 일처럼 생각되었다. 미리 규정짓기를 하는 것이 생각을 압축해버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걸 방해할 수도 있다는 것도 알았다. 

베토벤(1770-1827)이 살았던 시대에 그는 안드로메다에서 온 외계인처럼 그의 음악은 뭔가 특별했고 색달랐다. 아무도 그런 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기에 밀어내려는 의도도 많았다. 고전주의 음악과 낭만주의 음악 사이의 과도기적인 음악가라고 말을 하지만 좀 어렵다, 이러니 음악책을 손에서 놓는 것이 아닐까.  고전주의를 알아야 하고 낭만주의를 알아야 하니 말이다. 나도 잘 모른다. 제대로 설명할 줄도 모르지만 하이든을 시작으로 모짜르트의 음악이 고전주의라고 한다면 그 형식을 달리하는 자유로움과 혁명적인 거센 느낌의 베토벤은 그 시대 락과 같았다고 생각하면 쉬울 것 같다. 

그의 교향곡 1악장은 아주 강하게 시작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교향곡 3번 [영웅]이나 5번 [운명]을 들어보라! 얼마나 강렬한 시작인지 이해가 될 것이다. 그의 9번은 어떤가. [합창] 그 누구도 하지 않던 일을 베토벤은 시도했다. 교향곡 말미에 인간의 목소리를 집어넣은 일이다. 대규모의 합창과 더불어 각 성부의 가수들의 등장은 그야말로 센세이셔널한 일이 아니고 뭔가.  독일의 자랑인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은 일년에 딱 한번 일회 공연을 한다. 동독과 서독이 통일이 되었다고 사인한 날 10월 3일에 독일 전 지역의 무대에서는 [합창]을 연주한다. 우리처럼 축구경기에서 골을 넣거나 해내야 하는 걸 했을 때 방송에서 틀어주는  환희의 송가는 그들에 비하면 아주 무례한 일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만큼 대중적이라 생각해야 할까! 

베토벤을 이쯤 알고 브람스 (1883-1897)교향곡 1번을 듣는다면 그 시작이 발끝에 몰려있던 피를 머리쪽으로 끌어올리는 느낌을 받는다. 그만큼 강렬한 시작이니 들어보라!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고 한다.  브람스 교향곡 1번이 베토벤의 교향곡 10번이라고....


나는 음악관련된 일에 관심이 많다. 음악듣기를 좋아한다. 음악하는 사람을 만나리라 생각했다. 나와 완벽하게 다른 사람을 만나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되었다. 먹물의 속성을  벗어던지지 못하는 나에게 음악의 기술을 알려준 사람이다. 노래 , 피아노, 기타의 기초를 가르쳐준 사람이기도 하다. 음악을 못하는 나이지만 내가 그보다 조금 더 나은 것은 음악 비평이다. 역시 내 피에는 먹물의 속성이 흐른다. 자기가 할 줄 아는 것에 다른 이의 지식을 얻어들어 내 것으로 만들기도 한다.  글쓰는 이들이 말하는 구라! 나는 그런 것도 조금씩 늘고 있다. 그런 나에게 요아힘 카이저와 같은 저명한 음악비평가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언제나 읽을까 했는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그가 사랑한 클래식]은 애초에 클래식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궁금해한 질문들을 간추려 저자의 음성으로 들려주는 영상물이었는데 이를 책으로 엮었다고 한다. 아주 간결하고 깔끔한 책이다. 질문하면 마구 설명하려는 게 아니라 그 중심에 있는 명확하고 적확한 답변을 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오랜 세월 축적해 온 음악적 경험과 저자만의 감성도 잃지 않는다. 음악가들과 지휘자들의 이야기, 오페라 가수들의 이야기, 사람들의 상식적인 생각등도 꼼꼼하게 읽어준다. 독일스러운 맛도 풍긴다. 한 질문의 답변 말미에 이런 음악을 들어보라고 추천한다. 나는 대부분 들어보았다. 다시 듣기를 하기도 하고, 특히나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는데 메조 소프라노 크리스타 루드비히가 연주하는 슈베르트의 빈터라이제(Winterreise), 우리에게는 '겨울나그네'라고 명명된, 원제는 '겨울여행'인 24곡의 연가곡 연주를 들었다. 카이저가 묘사한 그녀의 Schnee(쉬니),'눈'의 독일 발음이 공포였다는 그 부분을 나는 느낄 수 없었지만 그녀의 연주는 탁월했다. 5번째 곡 '보리수'를 얼마나 고요하고 청아하게 부르던지, 보리수를 부르는 그 시작부터 내 등줄기에 소름이 쏴악 한번 지나갔다. 너무도 아름다운 시점에서 나는 소름이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라고 칭송하던 카이저의 모습을 영상으로도 만났다. 들어봐야 아는 일이니 루드비히의 '겨울여행'을 유튜브에서 라이브연주로 들어보길 바란다. 


수년동안 오페라 보기를 했기에 이해가 빨랐고 공감이 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바그너의 연작 오페라 [니벨룽엔의 반지]가 그 예이다. 비록 바이로이트에서는 아니지만 바그너의 오페라를 전부 봤다. 오페라 한편당 장장 5-6시간 걸린다.  서곡인 [라인의 황금]이 세시간이 안되고 그 외에는 다 장편이다.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어]에서는 독일민족주의를 드러내는 연출이 종종 보인다. 오페라 파이널에 등장하는 바그너 오페라에 등장하는 모든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나오고 독일의 과거와 현재를 고스란히 연출하는 일도 벌어진다. 그러니 의문을 가질 수 밖에! 그러나 카이저는  그 부분에서도 흔쾌히 답한다. 

[파르지팔], [로엔그린], [탄호이저], [방황하는 홀란드인],[트리스탄과 이졸데]등은 어떤가. 바그너를 좋아한다기보다 어디까지인가 하는 그런 오기가 발동해서 끝까지 앉아 보는 편이다. 졸면서 보는 일이 흔했고 지금 다시 보기 한다면 예전과는 다른 기분이 들 것 같다. 바그너의 오페라를 무대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졸지 않고 충분히 즐기고 싶다. 그 외에 평생 불운한 청춘이었던 슈베르트이야기, 지휘자와 연주자의 이야기, 음악 용어들이 뜻하는 바와 오페라에서 연출의 비중이나 가수들의 역량에 관한 이야기는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편안하게 서술하고 있다. 일독을 권한다. 음악에 관심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나이듦에 따라 클래식 음악 듣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뭐든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자꾸 한다는 의미에서 그 쟝르가 무슨 문제가 될까마는 그 중에 음악이 들어있다면 더 좋다는 입장이다. 객관적인 음악듣기가 필요하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일은 그저 음악을 듣는 일이 아닐까. 언젠가 들었던 음악들이 어느 순간 어느 장소에서 들린다면 그걸로 행복하다. 내 귀의 클래식이 들리는 일은 참으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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