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의 세월을 접으려니 눈밑이 뜨거워진다. 내 인생을 풍요롭게 했던 이국의 생활이 오늘밤을 마지막으로  끝난다. 그 동안 귀국준비하면서 때때로 힘들고 때때로 버거웠던 마음 한 구석이  오늘에서야 복받쳐올 줄 몰랐다. 내내 눈에 새겨두었던 풍경들이 다시 그리워질 날이 올까. 그 때 되면 나는 눈물지을까.

내가 살던 이 도시가 얼마나 아름답고 정겨웠던지 그 때 되면 나는 또 알게 될까.

녀석들 남겨두고 가는 심정이라니...

아무것도 없는 싸늘한 거실의 기운이 나를 어찌나 차갑게 끌어 안았던지 마지막 날 감기가 찾아오고 말았다. 연거푸 재채기를 하기도 하고 반사적으로 흘러내리는 콧물에 거칠게 대항하면서 오랜만에 찾아온 감기와 다정하게 마주하고 있다. 나는 감기를 앓아서 눈밑과 코밑이 뜨겁다. 내가 사랑한 도시, 함부륵의 마지막 밤에 감기를 앓으며 그동안의 고마웠던 시간과 이별하려 한다. 내내 행복했다고, 하루에도 몇번씩 감사의 인사를 했던 기억이 있어서 행복하다. 약기운에 정신이 몽롱하고 등줄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잘 견뎌왔는데... 이렇게 아파버리면 어쩌라구...

잘 자야겠다. 이 공간과 잘 헤어지고 싶다.

츄우스, 함부륵! 안녕 도이칠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