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아무르를 보았습니다.

거장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작품은 언제나 제게 벅찹니다. 감당하기 어렵다고나 할까요.

<아무르>도 그래서 미루고 미루다가 드디어 보게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관람평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제게는 충격이었습니다. 

그 많은 평론가들의 호평 속에 다른 관객들은 이 영화를 어떤 느낌으로 보았는지 궁금합니다. 

미카엘 하네케 감독도 70이 넘은 감독입니다. <아무르>의 사랑과 죽음과 삶에 대한 이야기는 어쩌면 미카엘 하네케 감독, 자신이 바라보는 죽음과 삶에 대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는 서늘합니다.  아니 섬찟합니다.

삶의 현실과 삶의 무게가 너무 맞닿아 있어서 그럴까요?

은퇴한 음악교수 부부는 나름 행복하고 안정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안느 (엠마누엘 리바)에게 갑자기 마비증세가 찾아옵니다. 그로 인해 두 사람의 인생은 완전히 변하게 됩니다. 수술 뒤에도 안느의 병세는 차도가 없고 반신불수된 아내 안느, 그리고 안느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조르주(장 루이 트린티냥) 둘 다 힘들기만 합니다.

이 영화는 거의 모든 장면들이 이 부부가 사는 아파트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부부는 세상과 격리되어, 심지어 딸과도 스스로를 격리시키고 죽음을 향한 아내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남편의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로 부모님 연세가 높으시다보니 이 영화를 보면서 영화를 분석하기 보다는 그저 미카엘 하네케가 이끄는대로 영화에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딸의 입장이 제 입장같이 느껴졌다고나 할까요? 죽음 앞에서 인간은 한 없이 작아집니다.

아내가 음식을 거부하자 조르주가 아내의 뺨을 때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너무 아프면서도 공감이 되는 장면입니다. 아내를 살리고자 노력하는 조르주..하지만 조르주도 아내의 죽음을 깊게 예감합니다.

조르주의 표정은 단호합니다. 아내의 죽음을 지켜보는 그의 시선은 담담하면서 한없이 단호해서 더 아픕니다. 그러나, 이 거장 감독은 죽음 앞의 노부부를 보는 시선에 어떠한 단장도 화려한 미사여구도 늘어놓지 않습니다. 지극히 절제된 시선으로 아내의 죽음을 지켜보며 그녀가 죽음을 향해 가는 길을 지켜주고자 합니다. 곧 자신도 가야할 길이니까요.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객관적으로 봐지지가 않는 영화였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좌절하며 분노하는 딸의 모습, 그리고 아내를 지켜줄 마지막 단 한 사람이 자신임을 알고 감정을 절제하며 담담하고 굳건해지려는 80대 노인, 조르주의 모습에는 차라리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을 예감하게 될 때, 그 사람 앞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이 영화는 간담이 서늘해지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영화입니다. 아니, 너무나 사실적인 표현들이 견딜수 없게 잔혹하게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노배우들이 연기를 해서 영화는 영화가 아니라 마치 실화같이 느껴집니다.

<아무르>는 거장의 너무나 훌륭한 죽음을 향한 장송곡이지만, 이 영화를 두 번 볼 용기는 없습니다. 

죽음..너무나 먼 단어였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나이드는 가족들 생각에 새삼 숨이 답답해지도록 가슴이 미어지고 눈이 충혈됩니다. 

완성도가 매우 높은 작품이고, 배우들의 연기는 그냥 실제 같습니다만, 별점은 생략하기로 하겠습니다.  오늘은 그냥 감상평으로 하기로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