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가족: 두 번째
이야기>는 같은 감독, 같은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입니다. 그러나 분위기와 스토리는 사뭇 다릅니다. 마치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는 듯한 과장된 연기, 코믹한 음악,
너무 뻔한 끝나다 만 엔딩은 영화관객을 슬프게 하더군요.

일평생 직장에서 몸바쳐 일해서
남부럽지 않은 가정을 일구었다고 생각하는 은퇴한 직장인 아버지 히라타에게 40년동안 순종적이고
가정적이었던 아내가 생일선물로 이혼장에 서명해달라고 하면서 사건은 시작됩니다.

가족들은 모두 청쳔벽력 같은
엄마의 이혼요구에 깜짝 놀랍니다. 가족들간에 윤활제 역할을 담당했던 막내아들 쇼타가 드디어 결혼할
여자친구 노리코를 소개하고 독립하려던 날 바로 가족들은 모여서 부모의 이혼에 대한 가족회의를 하게 됩니다.

전작에서 이렇게 연기 잘 하는
배우들과 똑 같은 감독이 너무 욕심을 부린 걸까요? 일본영화의 개그코드는 알겠는데 이 영화에 나오는
거의 모든 배우들이 쓰러지고 자빠지고 넘어지고 엎어지고… 영화에 몰입이 안 됩니다. 다른 배우가 연기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배우가 갑자기 미끄러지고..
도대체 감독은 관객이 무엇을 보기를 바란 건지 무엇에 집중하기를 바란 건지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메시지도 우주관도 인생관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심각하게 40년만에 이혼을 요구한 엄마의
요구는 너무나 허망하고 현실적이지도 않습니다. 일본에서 황혼이혼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아는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안타까왔습니다.

1931년생으로 동경대 법대를 졸업한 야마다 요지 감독은 일본의 영화계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감독입니다. 이 분은 천부적 재능이 없는 자는 감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 분
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 속에서는 이 감독이 여성에
대한 이해를 갖고 있는지, 여성을 동등한 사람으로 생각하는지 의문을 갖게 합니다.

결말이 너무 허무하군요. 몇 마디 말에 그렇게 쉽게 포기하고 바꿀 것이었다면 왜 그렇게 40년을 견뎠던 것일까요? 일반적으로 40년간 쌓인 불만이나 갈등은 절대로 몇 마디 말로 해결되지 않으니까요.

아버지는 지나치게 가부장적이고
이기적이며 생각이 없는 사람으로, 엄마는 너무 가벼운 사람으로 결론을 내니 영화를 본 자체가
허망하더군요. 막내 아들로 나오는 츠마부키 사토시
(쇼타)와 예비신부 아오이 유우
(노리코)만 생각도 있고 정상적이고 생각도 깊은 매력적인 사람들로 나오는 것은 전작
<동경가족, 2014>과 같습니다.  

가족간의 관계와 사람간의 관계를 지나치게 평면적으로 단순하게 그린 것, 인물들이 지나치게 평면적이라는 것이 치명적이지요. 사람들은 누구나 입체적인 캐릭터를 갖고 있으니까요.  아무 생각 없이 킬링타임용으로
보신다면 괜찮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