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비비안전
- 작성일
- 2020.7.16
나는 장례식장 직원입니다
- 글쓴이
- 다스슝 저
마시멜로
어려서는 것이 두렵고 무서웠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변해감을 느낀다. 특히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몇차레 맞이하며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지인들의 죽음일 경우 보통 장례식장을 찾아 고인의 영정앞에서 애도를 표하고 슬픔에 잠긴 상주들을 위로하는 것이 전부이다. 그러나 가족의 죽음일 경우 장례절차의 모든 순간을 함께하게 된다.특히 입관식때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보게 되면 그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런데 몇차례 장례를 치루면서 장의사라는 직업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수많은 죽음을 지켜보게 되는 장의사들은 어떤 생각으로 죽음을 대할까, 또 어떠한 생각으로 고인들을 대할까하는 것들이 궁금해졌다. 그런데 마침 장례식장에서 일하는 직원이 쓴 책이 나왔다. 비록 우리나라사람이 아닌 대만 사람이지만 죽음이란 국적을 불문하고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을 읽고>
'죽음'이라고 하면 느껴지는 감정은 슬픔이다. 때문에 장례식장을 가면 엄숙하고 숙연한 분위기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쓴 책이라면 슬프고 무거운 느낌이 들 것이란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표지부터 반전이다. 관을 들고가는 두 남자의 얼굴엔 엄숙함이 아닌 미소가 지어져 있
다. 또한 "잠깐만요, 관뚜껑 좀 닫고 올께요!"라는 멘트는 이 책의 유머스러움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무겁고 진지하게 느껴질 수 있는 소재인 '죽음'을 저자는 재미있고 유쾌하게 써놓았다. 그러나 결코 가볍게만 써내려간 것은 아니다. 다양한 죽음을 이야기하며 그 속에서 교훈도 얻고 삶의 의미도 되돌아 보게 해준다. 특히 살아있는 것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 것인지도 깨닫게 해준다.
저자는 대만의 유명 사이트 PTT 마블게시판의 인기 필자다. 저자자신의 소개에 따르면 그는 뚱보 오타쿠이고 현금수송차량기사와 요양보호사로 일한 적이 있고, 현재는 장례식장에서 근무한다. 집이나 차를 살 생각도 없고, 여자 친구를 사귈 마음도 부자가 될 마음도 없다. 그러나 일을 좋아하고 일하면서 만나는 사연들이 모두 그에게 살아갈 힘을 준다. 그는 밥만 먹을 수 있으면 즐겁고, 아침에 일어나 숨 쉬고 있음에 행복을 느낀다. 또한 돈을 모아 흉가를 사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책을 읽고 내가 느낀 저자는 따뜻한 마음을 지녔고, 외할머니를 지극히 사랑하는 효심많은 손자이다. 긍정적인 생각을 지니고 있고, 책까지 써 낸것을 보면 직업에 대한 자긍심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5장으로 구성 되어 있다.
1장 어쩌다 장례식장 : 저자가 장례식장에서 일하면서 경험한 일들.
2장 매일 시체를 보는 사람들 : 저자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경험한 일들.
3장 남겨진 자들의 얼굴 : 고인의 가족들의 다양한 모습들.
4장 무서운 이야기 : 귀신이야기 (그러나 결코 무섭지 않다)
5장 삶과 죽음, 그 사이에서 : 죽음이 주는 교훈과 삶의 가치에 대하여 써놓았다.
장례식장이란 장소가 결코 자주 가게 되는 곳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그 곳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볼 일은 별로 없는 듯하다. 그저 내가 알고 있는 범위에서는 고인을 모신 장소와 문상객을 대접하는 장소, 입관식을 하는 곳, 화장터, 그리고 묘지정도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죽음의 모습이 있고, 생각도 못한 부분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만운 건강에 해로워서 안 좋다. 그럼 죽어서는 어떨까? 이 책을 보나 비만은 살아 있을 때도 걱정이지만 죽어서도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1장의 '비만은 힘들어'편에 보면 비만하면 냉동고에 시신을 넣기가 힘들다고 한다. 손을 배 위로 올린 후 밧줄로 묶어 고정을 시켜야 냉동고에 넣을 수가 있다. 냉동고에 넣었다가 다시 꺼낼 때 손이 걸려서 침대가 움직이지 않으면 누군가 냉동고 안에 들어가서 시신을 옆으로 돌려서 들고 밀어야 한다고 한다.
이 때는 영하 15도 이하의 냉동고 안에서도 땀이 난다고 한다.
언젠가 몸이 너무 뚱뚱해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평소 생활도 어려운 사람의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문득 그 사람이 죽으면 냉동고를 제작 주문해야 할까, 어떻게 냉동고에 들어가지? 하는 걱정을 해본다.
'부모는 자식을 기다려주지 못한다'편에서는 저자의 따뜻한 마음씨와 외할머니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저자의 마음을 느낄 수가 있다. 한 할머니의 시신을 냉동고에 넣기전 가족들에게 보여주며 저자도 자신의 외할머니 생각에 눈물을 줄줄 흘렸다. 오죽하면 장의사가 저자를 죽은 할머니 가족으로 오해하고 저자를 위로했을까. 이 에피소드외에도 책의 중간중간 저자의 외할머니에 대한 사랑이 언급되는데 저자의 효심이 참으로 깊음을 알 수가 있다.
뉴스를 보면 가끔 차안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자살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곤 한다.
그런데 혹시 그 시신을 처리하는 문제를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2장의 '남의 차 안에서'편에 보면 번개탄을 피워 자살한 시신의 처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차안은 번개탄 냄새, 시신 냄새, 차량 방향제 냄새로 진동을 하고 그 냄새를 맡으며 좁은 차에서 시신을 꺼내려면 시신의 얼굴과 가까이 마주하게 되는데 이 때 오래된 시신들은 구더기들이 기어다니며 눈알을 파먹는 모습을 보게 된다고 한다. 다시한번 장례식장 직원이 보통 직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3장에서는 다양한 유가족들의 모습이 보여진다.
너무 가난해서 장례조차 치룰 형편이 안되는 가족의 모습, 나한테 해 준 것이 뭐가 있냐고 하며 가장
싼 장례용품만 찾고, 심지어는 유골함으로 알록달록한 과자통을 가져온 유가족도 있다고 한다.
평생을 바람을 피우다 죽은 남편을 원망하며 아들과 홀로 남겨진 외국여인도 있고, 가족에게 인정받
지 못한 안타까운 동성애자의 죽음과 남겨진 동거인의 이야기, 아이를 꼭 껴안고 죽은 엄마의 시신을아이와 함께 냉동고에 넣어달라며 애원하는 유가족, 왕따로 인한 괴로움으로 투신자살한 딸의 시신을 확인해야 하는 부모의 이야기와 함께 저자의 아프고 상처투성이였던 어린시절 이야기까지 가슴저린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4장 무서운 이야기는 장례식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경험한 귀신괴담에 관한 이야기들을 모아놓았다.
어떤 이야기들은 설마하는 이야기들도 있고, 저자가 직접 겪은 귀신이야기도 있다. 과학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미스테리한 일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떠돈다. 하물며 장례식장에서 일하다 보면 실제로 귀신을 본다거나 귀신에 홀린 듯한 사건을 경험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5장은 이 책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교훈적인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어쩌면 저자가 이 이야기를 하기위해 이 책을 쓰지않았을까 생각도 된다.
5장에선 저자가 요양보호사로 일했을 때의 일과 장례식장에서 일했던 일들에 대해 병행해서 써놓았다.
세상세서 가장 잔인한 일이 무엇일까?
"가장 잔인한 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한평생 살 부대끼고 살던 사람이, 하루하루 나를 천천히 잊어가다가 어느 날 완전히 모르는 사람이 되는 거야."
5장 삶과 죽음 ,그 사이에서-가장 잔인한 일- 192P
이 말은 치매에 걸린 남편을 돌보시던 용감한 할머니께서 하신 말씀이다. 아직 직접 겪어보지는 못했으나 생각만으로도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안녕, 라오후 아저씨'편에서는 저자가 요양보호사로 일했을 때 돌보았던 가족이 없는 퇴역 군인이 있었는데 어느 날 시신이 되어 저자와 다시 만나게 된 사연이다. 요양사 시절 돌볼 때 성격이 불같아서 욕도 많이 얻어먹었다고 한다. 시신은 부패가 심한 상태로 왔는데 돈이 다 떨어지자 요양원에서 집으로 보내졌고 집에서 사망한 후 며칠 뒤에 발견이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염습하는 장의사에게 본인이 직접 씻기겠다고 하며 생전에 라오후 아저씨의 습관을 하나하나 생각하며 정성스레 닦아준다. 그리고 생전의 아저씨를 생각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데 읽는 나도 덩달아 눈시울이 붉어졌다.
책에는 자살한 시신의 이야기가 자주 언급된다. 앞에서도 이야기한 번개탄 자살, 투신자살, 목매달아
자살하는등 여러가지 형태의 자살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중에서 보기에 가장 처참한 시신이 바로
투신자살한 시신이다. 저자는 투신 자살한 시신에 대해 매우 상세히 표현해 놓았는데 그저 막연하게
생각했던 모습보다 훨씬 더 끔찍하였다. 그런 시신을 처리하는 저자와 그의 동료들의 이야기를 읽으
며 다시한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두개골이 깨지는데 그 안의 뇌들이 파편처럼 흩어져 시신을 수습할 때 그 뇌파편들을 따로 비닐봉지에 담는다고 한다. 이 부분은 여기까지 적어야겠다. 궁금하면 책에서 확인 해보기 바란다.
자살을 하면 모든 것이 끝이 나는 것일까? 자살을 한 사람은 끝일 수 있겠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그보다 무책임한 행동도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빚때문에 자살한 사람, 왕따를 당해 자살한 학생, 심지어는 그저 관심을 끌기 위해 자살한 여인도 있
었다. 이들 때문에 고통을 받는 사람은 결국 남아 있는 가족들이다. 가족뿐이 아니다. 몇달치 월세를
못 받은 집주인도 있다. 노숙자가 잠기지 않은 남의 차에서 번개탄을 피워놓고 죽었는데 그 차 주인은 더욱 황망하다. 차에서 번개탄을 피워놓고 자살을 할 경우 시신의 부패정도에 따라 심한 경우 차를 폐차시켜야 할 정도라고 한다.
"죽은 저 남자는 이제 다 벗어나 걸까요?"
"저 이기적인 놈은 모든 문제를 가족들에게 떠넘긴 것뿐이야."
5장 삶과 죽음 그사이에서-죽었으니 다 벗어난 걸까?- 235p
저자는 결코 평범한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매우 보통의 일을 이야기하듯 장례식장 직원으로서의
일에 대해 써놓았다. 또한 저자 특유의 유머스러운 필력덕에 매우 유쾌하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
는 책이었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했듯 단순히 웃음만 주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아무리 불로장생의비결을 찾아헤맨다 해도 결국 죽는 것은 어느 누구도 막을 수가 없다. 다만 죽는 순간을 알 수가 없을뿐이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간이 더욱 소중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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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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