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끈따끈 신간
사랑, 판타지아
L'amour, la fantasia
아시아 제바르
김지현 옮김
"매일 웃고, 춤추고, 걸을 것.
나에겐 오직 태양만이 간절했다."
2015년 타계 전까지 매년 노벨 문학상 유력 수상자로 거론된 세계적인 작가, 북아프리카 출신으로는 최초로 아카데미프랑세즈 종신회원으로 선출된 지성, 최초로 파리고등사범학교에 입학한 이슬람 여성, 알제리 대학 최초의 여교수.
바로 아시아 제바르(Assia Djebar)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훈장처럼 따라붙을 뿐 아니라 서구 문단에서는 수많은 숭배자를 거느린 작가이건만, 한국에서는 연구자들 중심으로 소수에게만 알려져 있던 아시아 제바르의 대표작 《사랑, 판타지아》가 책세상에서 출간되었다.
알제리가 아직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던 1936년에 태어난 아시아 제바르는 지배자의 언어인 프랑스어를 써서, 경계인으로서 그리고 타자로서 글을 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 작가로 이름 높다.
최초의 프랑스어권 아랍 작가이기도 한 제바르의 소설들은 이미 '프랑스어권 문학의 고전이자 규범적 작품'으로 여겨지는데 그중에서도 《사랑, 판타지아》는 '억압받는 알제리 여성의 삶에 대한 고발'과 '역사적 요청에 대한 문학적 응답'이라는 제바르 일생의 주제 의식, 영화에서 빌려온 '교차편집' 기법, 시적이고 음악적인 문체, 때로는 소설이 아닌 자서전으로까지 분류되는 형식 실험의 측면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받는다.
“나는 최악의 지배 집단이 우리 면전에서 한 세기가 넘도록 주인 행세를 하는 시대를 살았다.” (240쪽)
“왜 여자들은 말하지 않는가? 행복의 지평선은 멀리 어렴풋이 보일 뿐이고, 사랑은 비명이고 계속되는 고통이라고. 피를 흘리고 나면 점액이 흐르고 침묵이 드리우며 모든 것이 핏기를 잃는다고. 왜 누구도 말하지 않고 모두가 이 사실을 숨기는가?” (203쪽)
- 좋아요
- 6
- 댓글
- 1
-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