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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585
- 작성일
- 2017.11.9
두 번째 달, 블루문
- 글쓴이
- 신운선 저
창비
두번째 달...블루문!!
보름달이 뜬 날 하얀 옷을 입은 긴 머리 여자가 서 있다. 지그시 뜨고 있는 그녀의 시선은 아래를 향한다. 여자의 배 부분에 반짝이는 보름달을 바라보고 있는 듯 하다...
블루문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녀의 표정은 왜 이렇게 무겁게 느껴질까?
이런 저런 생각을 떠올리면 책장을 넘겼다.
[두번째 달, 블루문]은 신운선 작가의 첫 청소년소설이다.
이 소설은 5부로 이루어져 있다.
달의 모양 변화와 함께 점점 떠오르는 차례를 하나하나 읽어가며 내용을 상상해본다.
새로운 장이 열리는 곳마다 학교에서는 가르쳐 주지 않는 질문들로 그 장의 이야기를 예고한다.
차근차근 읽어보니 이런 질문은 학교에서 대답해주지 않았다.
갈 곳이 없어지는 상황...
'나를 위해서'라는 말로 이어지는 변명들...
할머니의 냉정한 표현...
반복해서 거절당하는 상황에서의 나...
부모를 닮고 싶어하지 않는 주인공...
생각만 해도 아프고 힘든 이야기들이 지금 여기에서 펼쳐지겠구나!!
이런 아픔 속에서도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이런 중요한 것을 학교에서 배우지는 못했구나...!!
주인공 수연이는 아버지와 둘이 살고 있다가 아홉살에 엄마를 다시 만난다. 하지만 엄마는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힘들어한다. "사소한 것 하나로도 한 사람의 삶이 행복해지기도 불행해지기도 하는 법인데..." 엄마는 사소하지 않은 사람이다. 너무 간절히 바라던 만남이었지만 이 만남은 한 달여 만에 다시 이별로 끝났다!!
아홉 살의 작은 아이 수연이도 생명을 가진 인격체인데... 부모라는 사람들의 뜻에 의해 아빠에게서 엄마로 다시 아빠에게도 물건처럼 이동된다. 아픈 마음을 달래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작은 아이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가슴이 먹먹해졌다.
열 여덟 살이 된 수연이는 9개월 된 임신부의 몸으로 '사랑아이집'의 들어선다.
또 다시 낯선 곳에 들어서게 되지만 지금은 혼자가 아니고 둘이다. 그리고 자신의 선택이었다.
상담실 문에서 보게 된 포스터는 "미혼모의 새 이름을 지어 주세요"
인식 개선을 위한 포스터...그 전에는 스쳐지나갔을 내용이지만 이젠 자신이 그 주인공이 되었다.
미혼모...
혼인하지 않은 엄마...! 직설적이고 부정적인 이미지부터 떠오른다.
각자의 상황이 다 다를텐데 그 모든 개개인을 하나의 이미지로 묶어버린다.
미혼모의 새 이름을 짓기 위한 캠페인이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나도 부끄러워졌다.
관계의 비밀... 진짜는 감추고 그럴듯한 가짜를 내보이는 것. 하지만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어디까지가 가짜일까를 생각하다 보면 어느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사랑아이집에서 만난 다른 임신부들과 처음 만나게 된 수연이!
어색한 인사 이후로 어떤 대화도 쉽게 이어지지 않는다.
자신의 복잡한 몸과 마음의 상태와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는 생각...
그리고 나를 드러내고 싶지 않다는 의지...
진짜 내 마음과 만나고 싶지도 만나려고 하지도 않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아이 아빠인 지호가 찾아왔다.
아이를 낳기로 했다는 수연이의 말에 대답이 없다...
수연이만큼이나 혼란스러울 어린 아빠 지호의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지호는 책임지려는 태도보다는 회피하려 애쓴다.
"......"
계속 이어지는 말줄임표를 보면서 한숨이 푹~~ 나왔다.
글을 읽고 있는 나도 이렇게 답답한데
대답을 기다리는 수연이의 마음은 얼마나 무겁고 화가 났을까?
남자와 여자의 책임이어야 하는 임신과 생명 탄생이
여자의 몸에서만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남자에게는 회피의 기회를 제공한다.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상황이지만 쉽게 개선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고 화가 난다.
내가 왜 엄마를 이해하려고 하지?
엄마를 이해하고 싶었지만, 이해할 것도 같았지만, 그러기에는 억울했다.
임신을 하고 엄마를 떠올린 수연이다.
어린 딸을 낳은 엄마의 상황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지만 이해하자는 말로 용서하기엔 힘들다.
엄마와 같이 어린 딸을 버리고 싶지는 않다는 수연이의 의지가 보인다.
열 여덟 수연이는 그렇게 엄마를 떠올리고 자신의 상황을 돌아본다.
아기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이 아기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 보자고 다짐하는 수연이...!
어린 엄마는 아기의 존재를 실감하면서 마음이 쑥~ 커버린다.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자 다짐하는 열 여덟 엄마를 보면서
스물 여덟에 엄마가 된 나를 떠올려보았다.
혼인 후에 자연스럽게 받게 된 아이였지만 반가움보다는 혼란함이 먼저였다.
수연이보다 10살이나 많은 성인에게도 임신과 새 생명과의 만남은 두려웠다.
나는 아이에게 어떤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주고 있나 반성해본다.
블루문...
한 달에 한 번 떠야 하는 보금달이 두 번이나 떠 불길하다며 두 번째 뜨는 달에 붙이는 이름!!
배신자 달...재수 없는 달...블루문은 그런 의미였구나!!
하지만 수연이의 블루문은 이제 "의미를 주는 빛나는 달"이 되었다.
수연이의 태중 아이는 이 날 "달이"라는 태명을 갖게 되었다.
미혼모가 아니다.
이제는 <두리모>이다.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강하고 둥근 마음을 가진 엄마 두리모!!
나부터 잊지 않고 사용해야겠다.
강하고 둥근 마음을 가진 두리모를 응원해야겠다.
엄마가 된다는 생각은 기운을 솟아나게 하고 맨 앞에 서 있게 하고 차분하고 다독이게 한다.
암마가 된다는 것은 생명을 책임진다는 말이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 준다는 말이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엄마가 된 수연이는 또 생각한다.
달이가 있어 자신의 인생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라고!!
달이 엄마와 수연이의 삶을 모두 살아낼 것이라고!!
진욱이와 가현이의 엄마로 살아가고 있는 나 '조현주'는 늘 다짐한다.
엄마의 삶을 받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나 조현주의 삶을 다시 시작해 성장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열 여덟 엄마 수연이를 통해서 서른 일곱의 엄마 조현주는 배우고 느끼고 다짐했다.
작가 신운선은 이 소설을 쓰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조바심내고 무기력해지고 아팠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려 애쓰는 사람들의 의지를 보면서 끝까지 동행했다.
그렇게 수연이의 달이와 같은 생명 [두번째 달, 블루문]을 우리에게 보내주었다.
구원이라 믿었던 사랑 그리고 어긋남...열 여덟 수연이의 선택!!
더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있다.
소설을 읽으며 표시하고 밑줄 긋고 메모한 곳이 여기저기 보인다.
가볍지 않은 주제로 가만가만 이어가면서도 강건한 표현들에 고개를 끄덕인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고 아픈 곳의 사람들을 바라보고 응원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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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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