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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a
- 작성일
- 2020.9.12
월든
- 글쓴이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저
다연
평생에 한 번은 읽어야 할 인생 역작,
법정 스님이 깊이 애독한 불멸의 고전
<월든>

누구나 한 번쯤 제목은 들어봤으며, 어딘가에 꽂혀있는 것을 보았을 것입니다. 저도 어렸을 때부터 도서관에 꽂혀 있는 월든 책 제목을 보고 왠 남자아이 이름인가,했었더랍니다.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월든 호숫가의 숲에 들어가 2년간 자급자족하고 산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1817년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에서 태어난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단순하고 금욕적인 삶에 대한 선호, 사회와 정부에 대한 개인의 저항 정신으로 잘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잠시 교사 생활을 하기도 하고 목수, 석공, 조경, 강연에 이르기까지 시간제로 일하기도 했다는데요. 그의 대표 저서인 <월든>은 1845년 여름부터 1847년 가을까지 월든 호숫가에서 혼자 지낸 생활을 정리한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크게 다를 바 없지만 '19세기'라면 산업혁명과 자본주의, 물질적 성공, 빈부격차가 심해지던 시기 등이 떠오르는데요. 그 모든 가치와 반대로 자연으로 떠난 소로. 그는 왜 떠나야 했으며 이웃들과 1.6km 떨어진 외딴 오두막집에서 2년 2개월 동안 어떻게 의식주를 해결하였고, 무슨 생각을 하며 지냈을까요?
<월든>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이 그 속에서 누릴 수 있는 자급자족 삶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어요. 시간이든 생필품 면에서든 간에 자유롭고 여유로우며 의외로 풍족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오히려 아름다운 월든 호숫가의 풍경과 동식물에 대한 묘사를 통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어요. 어찌 보면 어린 시절 시골 외할머니 댁에 내려가서 피자가 아닌 감자를 먹으면서도 더 즐겁게 지낼 수 있었던 느낌이랄까요.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의 우리는 오롯이 의식주를 어른들께 의지하였지만 소로는 집을 짓고 작물을 수확하는 모든 과정을 손수 이루어냈다는 점이었어요. 게다가 아늑한 거처와 식량을 얻기 위해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증명하고 있더군요. 때문에 자급자족하는 삶이 생각만큼 불가능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필품에 대해 우리가 가지는 불안과 근심은 근거가 부실하며 내일을 위한 오늘의 수고가 지나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언뜻 줄거리만 들어서는 로빈슨 크루소와 같은 생존기처럼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월든은 생존기보다는 인간의 삶과 자연에 대한 찬가에 가깝습니다.
"어쩌면 이 글은 가난한 학생들을 위하여 특별히 쓰였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 밖의 독자들은 자신에게 해당되는 대목만 받아들이면 되리라. 옷을 입을 때 솔기를 늘여가면서까지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옷은 그 옷이 맞는 사람에게나 제 구실을 할 테니까 말이다. "들어가기 전에, 이처럼 저자는 읽는 이가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들을 골라서 받아들이기를 바랍니다.
저자는 우리가 먼지가 되어 사라질 많은 것을 소유하기 위해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극단적으로 모두 생업을 때려치우고 숲 속으로 들어가기엔 무리가 있지만, 귀기울일만한 말들입니다.
"내가 보기에 이 고장 젊은이들의 불행은 농장과 주택, 창고와 가축과 농기구 들을 유산에서 받은 데 기인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일단 얻으면 버리기가 쉽지 않다. 그들은 차라리 광막한 초원에서 태어나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랐더라면 더 나았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자신이 힘들여 가꾸어야 할 땅을 보다 더 맑은 눈으로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누가 이들을 흙의 노예로 만들었는가? 왜 한 펙의 먼지만 먹어도 될 것을 그들은 60에이커나 되는 흙을 먹어야 하는가? 왜 그들은 태어나자마자 무덤을 파기 시작하는가? 그들은 이런 모든 소유물들을 앞으로 밀고 가면서 어렵사리 한평생을 꾸려나가야만 하는 것이다. "
"비교적 자유로운 이 나라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지와 오해 때문에, 부질없는 근심과 과도한 노동에 몸과 마음을 빼앗겨 인생의 아름다운 열매를 따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돈을 벌려고 너무나 무리를 한 결과 끝내 여러분은 병이 들고 마는 것이다."
저자는 필요 이상으로 벌기 위해서 삶을 노동에 희생시키는 것을 견제합니다. 그러한 '먹고살기 위한'시간을 정말로 '살기 위해' 사용할 것을 권합니다.
"하루의 본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예술이다. 누구나 자신의 삶을, 사소한 부분까지도 숭고하고 소중한 시간에 음미해 볼 가치가 있도록 만들 의무가 있다."
"왜 우리들은 이렇게 쫓기듯이 인생을 낭비해가면서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배가 고프기도 전에 굶어 죽을 각오를 하고 있다. 사람들은 제 때의 한 바늘이 나중의 아홉 바늘의 수고를 막아준다고 하면서, 내일의 아홉 바늘의 수고를 막기 위해 오늘 천 바늘을 꿰매고 있다. 일, 일, 하지만 우리는 이렇다 할 중요한 일 하나 하고 있지 않다. 단지 무도병에 걸려 머리를 가만히 놔둘 수 없을 뿐이다."
월든의 놀라운 점은, 우리가 어렴풋이 가지고 있던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을 아주 날카롭고 정확한 언어로 담아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별도의 설명이 추가되지 않아도 그 말 자체로도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아주 명확하게 전달합니다.
그렇다고 저자가 노동의 가치에 대해 폄하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자는 생존을 위해, 또한 그 자체로 행복한 노동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그 중에 생계수단으로 삼은 것이 농사이며, 농사를 통해 자연과 더불어 많은 것을 느끼며 생존의 문제 또한 해결해 나가는 수단으로 삼습니다. 저자가 경계하는 것은 필요 이상의 돈을 벌기 위해서 필요 이상의 노동으로 삶을 낭비하는 것입니다.

또한 월든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자연의 아름다움과 친근함입니다. 모든 것은 땅에서 옵니다. 이 책에서 재미있는 점은, 단순히 일에 관해 추상적으로 말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생존을 위해 어떻게 했는지 자세히 서술합니다. 예를 들면, 살기 위한 통나무집은 직접 지었습니다. 물론 초기에 돈이 들어가긴 합니다만, 자신이 먹을 것과 생존을 위해 필요한 양 만큼의 농사를 지어 생계를 이어갑니다.
하지만 우리는 꽤 충분한 돈을 번다고 해도 늘 부족합니다. 마음의 문제를 떠나서, 우리가 사는 데 돈이 너무 많이 필요해진 것이지요. 우리는 이웃에게 도움을 받아서 집을 짓기보다는 회사에 돈을 주고 인부를 고용해야합니다.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음식을 해주기보다, 밖에서 사주게 되죠. 우리는 우리가 쓰는 물건의 생산으로 부터 멀어지는 대신 돈을 벌어서 쓰게 됩니다. 개인의 문제라기 보다는 전체적인 생활양식이 그렇게 된 것입니다.
우리의 삶에 만약 월든 호숫가에서의 삶의 모습을 반영하게 된다면 그것은 혁명과도 같은 일이 될 것입니다.
일회독을 하고 책장을 덮으니 세 가지 인상적인 부분이 떠올랐는데요. 하나는 소로가 집을 짓는 비용과 농사를 짓고 수확하여 얻은 비용들을 계산하여 실제로 혼자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해 경제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부분인 '경제'고요. 또 하나는 이런 자신의 실험을 통해 터득한 사실을 정리하고 있는 '맺음말' 부분이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채화를 감상하듯 월든 호수가 봄을 맞이하는 아름다움을 한껏 느낄 수 있었던 '봄'이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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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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