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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넉넉
- 작성일
- 2019.3.30
드라큘라 (하)
- 글쓴이
- 브램 스토커 저
열린책들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2009, 열린책들)』는 원작보다 다양하게 변주된 형태의 이야기가 더 유명하다. 배우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가 드라큘라 백작으로 분한 현대판 드라큘라 이야기가 내 기억 속에 가장 인상적으로 남아있으니 내게도 원작은 뒷전이었다.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의 스토리는 안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읽어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소설은 트란실바니아에 위치한 드라큘라 백작의 성을 찾아가는 ‘조너선 하커의 일기’로 시작한다. 이야기 초반부에 조너선 하커가 드라큘라 백작의 첫인상을 묘사하는데 섬뜩하다. 미드 『드라큘라』에서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의 매력적인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는 특이한 관상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의 얼굴은 억센 독수리와 같은 인상을 주었다. 콧날이 날카롭고 콧마루가 오똑하며, 코끝이 삐죽하게 아래로 숙어져 있다. (...) 입매는 딱딱하고 조금 잔인한 느낌을 주었고, 기이하게 날카로운 하얀 이가 입술 위로 비죽 나와 있는데, 그 입술이 유난히 붉어서 그의 나이에 걸맞지 않는 싱싱함을 느끼게 한다. 또 귓바퀴는 파리하고 끝이 매우 뾰족하다.(상권 p.37-38)
『드라큘라』 ‘상권’은 조너선 하커가 트란실바니아 드라큘라 백작 성에서 경험한 무시무시한 사건과 드라큘라 백작이 은밀하고 비밀스럽게 영국으로 들어오는 과정 그리고 미나 머레이의 친구 루시 웨스텐라가 흡혈귀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솔직하게 고백하면 지금까지 ‘드라큘라’를 향한 공포는 없었다. 드라큘라는 저주받은 공포의 대상이 아닌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낭만의 대상에 더 가까웠다. 드라큘라 백작은 심장이 뛰지 않는 죽은 육체를 가졌지만 과거에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고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로맨티스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설을 읽은 후 나는 가로등 불빛만이 어두운 거리를 밝히는 창밖을 쳐다보기가 두렵다. 루시 웨스텐라가 메모에 남긴 창문에서 철썩거리는 소리 때문에 잠이 깼다(상권 p.250)는 문장과 창밖에서 커다란 박쥐 한 마리(상권 p.251)를 보았고 그것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 때문에 겁에 질렸다는 내용이 소름끼치고 으스스했기 때문이다.
‘하권’에서는 트란실바니아를 떠나 영국으로 온 드라큘라를 제거하기 위해서 반 헬싱 선생, 아서 홈우드, 잭 수어드 박사, 퀸시 모리스 그리고 조너선 하커와 미나 머레이가 힘을 합쳐 투쟁하는 과정을 그렸다. 드라큘라는 산 사람의 피로 몸을 살찌울 수 있고 더 젊어지기까지 하며 생명력은 더 강해지며(하권 p.414) 동물을 부릴 수 있고 이리와 박쥐로 변신할 수도 있으며 안개 속에 몸을 숨겨 은밀하게 움직일 수도 있는 비범한 능력을 지녔기에 인간과의 대결에서 우세하리라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인간과 흡혈귀의 대결은 드라큘라가 무기력하게 쫓기면서 시시하게 끝나버린다.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소설 『드라큘라』를 읽고 나서 지금껏 스토리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착각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보았던 「드라큘라」는 관객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사랑’이란 감정을 삽입해서 각색한 작품이며 동명 원작 소설과는 다르다. 흥미나 재미 측면에서는 각색한 작품에 점수를 주고 싶지만 공포만을 두고 보면 원작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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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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