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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bea80
- 작성일
- 2020.5.5
우리 각자의 미술관
- 글쓴이
- 최혜진 저
휴머니스트
이제 저는 미술관에 가기 전 예습하지 않습니다. 어떤 작품을 보게 될지, 누구에게 끌림을 느낄지, 무엇을 얻고 나올지 모르는 채로 자신을 불확실설 안으로 던져봅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악수를 청하는 마음으로 작품 앞에 섭니다. 별다른 감흥을 주지 않는 작품이 이어질 때도 많습니다. 그러다가 일순간 어? 하면서 시야의 초점이 또렷이 맞는 작품, 한참 들여다보고 나서도 발길이 잘 떨어지지 않는 작품, 지나치고 나서도 어쩐지 눈길이 자꾸만 가서 뒤돌아보고 싶어지는 작품과 만납니다. '여기에 너를 흔들고 재배열할 무언가가 숨어 있어' 라고 직관이 신호를 보내는 겁니다.
미술작품을 직관하는 일이 몇번이나 있을까.?
잔공자가 아니어도 미술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할 수 있을까.?
사전에 어떤 공부를 하고 가야하나.?
미술관엔 어떤 옷을 입고 가야 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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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부터 지금까지 미술관에 직접 가서 직관을 해본적이... 없다.
내가 좋아하는 화가의 전시를.. 본적이 없다는 말이다.
미술관의 문턱이 지방에 사는 사람들에겐 특히나 높은듯하다.
개인 전시는 몇번 본적이 있다.
지방에서도 그 지역의 사람들이 작품을 갤러리나 카페를 빌려 전시를 하기 때문에..
그래서 미술관에 발을 들이는게 더 어렵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미술관 가기전 내가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부터, 그곳에서 지켜야 하는 예절?? 까지...
그래서 미술관의 문턱은 더욱더 높았는지도 모른다.
흔히 주변에 미술관을 다녀온 지인 이야기가 아는만큼 보인다. 였다.
그는 미리 그 화가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를 보고, 작품을 찾아보고, 그 화가의 연혁을 외우기도 했다고 했다. 그래서 미술관에 가서 본 그 화가의 작품은 그 만큼 더 잘 보였다고, 더 즐겁게 보고 왔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난 미술관에서 아는 만큼 보기 위해 난 얼마나 많이 알아야 하는걸까..?
미리 공부하고 그 작품을 눈으로 보는게 과연매력적일까..?? 라는 생각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제가 이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나누고 싶은 내용은 그림을 볼 때 '나'를 개입시키며 보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구체적 방법론을 다루기 전에 먼저 해결하고 싶은 질문들이 있습니다.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정보의 축적'으로서의 그림 감상을 하게 만들까요? 우리가 미술작품을 볼 때 알게 모르게 전제하거나 당연시하고 있는 생각은 무엇일까요? 우리의 감상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일까요?
같은 그림을 보고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이 책에서도 폴 세잔의 이탈리아 소녀 라는 작품을 보고 소녀의 얼굴이 표현하고 있는 감정이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던졌을때, 우리 가족은 모두 다른 단어를 골랐다.
틀린 답은 없다. 아니 좀 틀리면 어떤가?
미알못 이라도 괜찮다. 우리 각자의 방법으로 즐겨보면 어떨까..?
작가님의 있으려나 미술관의 감상법으로 말이다.
비록 코로나 때문에 이번 봄 제주의 빛의벙커 반고흐 전 을 보지 못했지만, 가을까지 전시를 한다고 해서 고흐를 좋아하는 큰아이에게 가을엔 그 두 눈에 가득 담게 직관의 묘미를 알려주고 싶다.
나는 비록 아직 그 높은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내 아이들은 아니 내 아이들과 함께 그 문턱을 가벼이 넘어보고 싶다.
무언가 분명히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발설하기 두려워한 적이 있습니다.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봐, 평가당할까 봐, 오해받을까 봐, 느낌을 삼켰던 시간들을 기억합니다. 자기 느낌에 귀 기울이지 않고 신뢰하지 않을 때, 나머지 세계는 언제나 손에 닿지 않는 거리 너머에서 어른거립니다. 다시 말해 실감을 잃게 됩니다. 좋아하고 있다는 실감, 이것을 원한다는 실감, 살아있다는 실감을 말이지요.
그러니 부디 주눅 들지 마세요. 많이 아는 사람, 경험 많은 사람, 학위를 가진 사람에게 '내가 무엇을 알아야 합니까?' 라고 묻지 말고 스스로에게 물어주세요. '지금 느낌이 어때?' 라고요. 괜찮아 보이는 정답을 찾느라 자기 느낌을 소외시키지 마세요. 어떤 대답이든 여러분 안에서 돌아오는 대답은 그 자체로 존중받을 만하다는 점을 믿어주세요. 이 한마디가 간절히 하고 싶어 이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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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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