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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lan
- 작성일
- 2017.9.28
바람
- 감독
- 이성한
- 제작 / 장르
- 한국
- 개봉일
- 2009년 11월 26일
지금은 대세 배우인 정우의 주연 데뷔작.
이 작품과는 인연이 없는 편이었다.
가끔 TV에서 해줄 때 흘깃 보았는데 진짜 보고 싶지 않은 스타일로 인지했었다.
고등학교 남학생들 그들만의 세계. 몰려 다니고 폭력서클 만들고 그런 이야기.
그저 그런 줄 알았다.
나는 여고를 나와서인지 <써니>에 비해서는 더욱 공감대가 없는 영화.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러다가 최근에 정우라는 배우가 좋아져서 한번 보기 시작했다.
와 그런데 결국은 눈물이 흐르고 말았다.
정우는 정국 이란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다들 짱구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정우는 광춘상업고등학교를 다닌다. 그 곳은 부산에서 유명한 문제아들이 다니는 학교였다고 나온다. 정우는 입학함과 동시에 교내 서클인 몬스터에 가입한다.
그런데 점점 정우의 캐릭터에 눈길이 갔다. 그러면서 정이 들기 시작했다.
정우는 양아치 같은 친구들과 몰려 다니고 공부와는 담을 쌓았다. 운동하면서 몸을 키워서 폼생폼사로 살아간다. 그런데 이 친구 그렇게 못된 친구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가족들의 사랑과 이해를 받는다는 걸 차츰 알 수 있었다. 물론 가족들도 짱구의 생활을 좋게 보지는 않는다. 공부도 좀 해서 좋은 대학을 갔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아이를 정죄하지는 않았다. 늦게 들어올 때 엄마는 잔소리를 하시고, 공부 안하니까 누나는 정신 좀 차리라고 한 마디 한다. 아버지도 가게를 운영하면서 묵묵히 아들이 정신 차릴 날이 올거라고 기다려 준다.
그렇지만 정우의 학창생활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이나 성적보다도 친구 관계가 제일 중요하다. 선배와 후배들도. 그리고 광천상고에는 몬스터라는 서클이 실세다. 그건 교사들도 감히 어쩌지 못하는 부분이다.
정우가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밤늦게 들어오고, 학교에서 주먹질을 하고 그래도 이 캐릭터에게서 마음을 포기하게 되지가 않았다.
정우는 집에 들어와서 아버지 앞에서는 죄인처럼 눈을 내리깐다. 엄마가 잔소리 하면 말은 잘 안 들어도 늘 알았다 알았다 한다. 누나한테는 대들지만 누나가 있어서 부모님께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느날 엄마가 자신을 진지하게 불러 앉혔다. 엄마가 잔소리는 해도 이렇게 심각한 적은 없었다. 엄마가 하신 말은 아빠가 병원을 다녀오셨는데 많이 아프시다고 한다. 병명은 간 경화. 철부지 정우는 ‘간 경화? 그게 뭔데?“ (부산 사투리로) 툭 내뱉는다. 엄마는 한숨을 쉬고 누나는 ’이노마야 철 좀 들어라‘고 한다.
차츰 정우는 아빠가 많이 아프시다는 걸 알아 간다.
이 때부터 영화에 확 빠져들었다. 정우는 티는 안 내지만 서서히 자신의 삶을 바꿔 간다.
의미 없이 길거리를 방황하던 것을 멈춘다. 안 하던 공부를 하려니 영 어렵지만 그래도 책상 앞에 자꾸 앉아 본다. 과외 선생님한테 혼구멍을 받으면서도 수능 공부를 손에서 놓치는 않는다.
나는 난생 처음 기도까지 하며 보았다.
아 하나님. 정우한테 기회를 주세요~.
이미 결론은 정해졌을 텐데도 그렇게 기도하며 보았다.
정우가 학교에서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집으로 택시를 타고 왔다.
아빠가 119를 타고 응급실로 가셨기 때문이다.
정우는 응급실에 가서 천천히 주변을 둘러 본다. 응급실에는 아픈 이들로 가득하다.
멀리 병실 침대에 누나와 엄마가 보인다. 아빠가 코에 호흡기를 대고 계신다.
영화는 이 때 천천히 묘사한다. 슬로우 모션이었던 것 같다.
정우는 한 발 한 발 침대로 향해 간다. 무사하시겠지 그런 간절한 마음으로.
한발짝. 한발짝. 가까이 가니 엄마와 누나가 반갑게 맞이한다. 정우는 사고뭉치 아들이긴 해도 이 집의 귀중한 막둥이다. 엄마가 정우 친구에게 말을 건넨다. 밥 묵었나.
그런데 갑자기 엄마가 아빠에게 소리를 질렀다. 여보! 왜 이래요!
곧 의사가 왔고 말했다. 돌아가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아빠가 돌아가셨다.
엄마와 누나가 운다. 정우는 망연자실하게 서서 아버지를 바라본다.
이 때 눈물이 핑 돌았다.
나중에 장례식을 치른다. 정우의 첫째 형이 군대에서 달려왔다. 정우는 꾹 참고 있다가 형이 안자 엉엉 운다.
아 정말 나도 울음을 참느라 혼났다.
나는 성인이 되어 아버지를 떠나보냈는데. 정우처럼 열아홉살에 그런 일을 겪었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런 생각이 나면서 많이 가슴이 아팠다.
아버지 얘기가 결말이어서 주로 이야기했다만 <바람>은 학창시절에 대한 영화기도 하다.
사고 치고 다니고, 공부 안 하는 고등학생 남자 아이들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했다.
예상 보다 훨씬 괜찮은 영화였다.
팬으로서 정우라는 배우의 진심을 전달받아서 좋았다.
나오는 배우들에 깜짝 놀랐다. 신기하게도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의 배우들이 나왔다.
손호준.
그리고 얼마전 비밀의 숲에서 절정의 연기를 펼쳤던 유재명씨가 나온다.
진짜 반가웠다. ㅎ^^
오해했는데 그렇지 않은 괜찮은 영화
<바람> 이다.
As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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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