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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낀새벽
  1. 왕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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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나희덕


 


너무도 여러 겹의 마음을 가진


그 복숭아 나무 곁으로


나는 웬지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흰꽃과 분홍꽃을 나란히 피우고 서 있는 그 나무는 아마


사람이 앉지 못할 그늘을 가졌을 거라고


멀리로 멀리로만 지나쳤을 뿐입니다


흰꽃과 분홍꽃 사이에 수천의 빛깔이 있다는 것을


나는 그 나무를 보고 멀리서 알았습니다


눈부셔 눈부셔 알았습니다


피우고 싶은 꽃빛이 너무 많은 그 나무는


그래서 외로웠을 것이지만 외로운 것인줄도 몰랐을 것입니다


그 여러 겹의 마음을 읽는데 참 오래 걸렸습니다


 


흩어진 꽃잎들 어데 먼데 닿았을 무렵


조금은 심심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 복숭아나무 그늘에서


가만히 들었습니다. 저녁이 오는 소리를


 


 


~"여러겹의 마음을 읽는데 참 오래 걸렸습니다." 요즘 곁에서 떠나지 않는 시!


몇 번을 다시 읽어도 천천히 다가오는 시가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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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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