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작
  1. 영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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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글쓴이
볼테르 저
열린책들
평균
별점9.1 (32)
아이작

      신밧드의 모험이랄지, 톰소여의 모험이랄지, 아니면 아라비안 나이트랄지, 어쨌거나 하여간 판타스틱 어드벤처 원더랜드 캐러비안 해적스러운 이 작품의 주인공은 캉디드입니다. 캉디드는 스승 팡글로스의 사상, <이 세계는 가능한 모든 세계 중에서 최선의 세계>라는 사상을 지대하게 믿는 초낙관주의자입니다. 18세기판 포레스트 검프라고 해야할지, 어쨌거나 검프를 떠올리게 하는 이 작품은 으흠, 말하자면 세상에 관한 익살 풍자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 뭐랄까, 돈키호테식으로 어처구니 없이 웃기는 류라고 보시면 되겠는데요, 말해놓고 보니 저는 돈키호테를 아직 읽어보지 않았네요. 그런데 어떻게 돈키호테가 어처구니 없이 웃긴다는 걸 알고 있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분명한 건, 캉디드가 어처구니 없는 냥반이란 건 확실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어처구니 없는 냥반이 겪는 다양한 세상의 이야기는 그렇게 어처구니 없다고만 볼 수는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최선의 세계이지요.


 


      저도 사실 팡글로스 선생의 생각에 크게 반대하는 쪽은 아닙니다만, 그 의도가 음험하기 이를 데 없는 반대적인 사상으로부터 출발해서 결론이 같아지는 묘한 상황이기는 합니다. 이를테면 저는 <이 세계에 가능한 모든 세계를 싸잡아서 쌩쇼를 해도 어차피 그 따위인 세계>라는 쪽이거든요. 그러니 얼핏 들으면 팡글로스의 사상과는 정반대인 것처럼 보이지만 극과 극은 통하는 법, 삶을 바라보는 결론적인 시각은 그래서 비슷합니다. 대체로 긍정적이고, 그래서 낙천적이며, 별로 고민 없이 사는 보헤미안처럼 보이는 이유도 아마 그래서 일겁니다.


      거의 매사에 좋아, 라고 말하는 저는 그러니까 이 세계가 최선의 세계라서가 아니라 뭘하든 해봐야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초긍정적인 사람이 된 것입니다. 해서 저는 장장 근 30년이 넘는 기간동안 제 지인들 사이에서 함께 여행다니기 가장 편한 인간 베스트 쓰리에 항상 들어가며 술자리에서 빠지면 영 심심한 종족 베스트 파이브에도 항상 등재 되어있습니다. 그 뭐랄까, 어떤 예상치 못한 악조건이 도래하더라도 기어코 황당무계한 방법으로나마 적응하여 즐기고야 마는 그대는 진정한 한량이네, 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고작 한 냥밖에 안 되는 인간이라는 얘기인 줄 알고 버럭했지만, 나중에 되어서야 한 냥과 한량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지요. 아니, 알고보니 제가 한 냥짜리가 맞았다는 걸 알게 된 건가?


      어쨌거나 그래서 종종, 어중간하게 저를 아는 지인 분들은 대개 좀 헷갈려 하시지요. 어쩐지 까칠한 듯 싶은 이 종족의 태평함은 그야말로 언발란스의 극치로서 도무지 이런 원인이 저런 결과를 가져올 수는 없을 터인데? 하는 식으로다가 자신의 학습 결과와는 상당히 다른 데이터를 가진 이 생명체를 몹시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관찰하고는 하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걸 자기 식으로 바꿔서 해석하는 님하들이야 그런 기회조차 생성할 수 없지만) 그 관찰을 또 제가 맨입으로는 잘 허낙하지 않는 터라 우린 항상 그렇게 소주를 마시고는 하였지. 저는 그렇게 맛있게 소주를 빈속에 채워넣고는 저조차도 알지도 못하는 온갖 개드립을 장시간 쳐 주시고, 이내 다음날 몽땅 잊어버리는 초낙관주의적 신공을 발휘하고는 하는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어쨌거나 물 속에 실을 넣었더니 생선이 물어서 어라, 물고기잖아, 하고 놀라며 일단 그러면 회를 떠서 먹어볼까 하고 먹었는데 알고보니 그게 옆집 순이네 막내 동생이더라 하는 식의 이 황당무계한 이야기의 연속은, 참으로 간단하면서도 익살스러운 풍자의 연속이기는 하나, 그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깊이가 실로 대단히 깊은 풍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으흠, 아마도 그래서 이 십팔세기 -지옥을 한 단어로 발음하면 안 되듯이 이 단어도 최대한 부드럽게- 계몽주의 철학자 볼테르의 작품이 명저로 평가받는지도 모르겠어요. 지식인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문장과 우화로 이 세상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으니까 말이죠. 그야말로 제가 지향하는 바와도 비스무레 한 것이지요. 저도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단어들만 골라서 리뷰를 쓰자 주의거든요. 그런 식으로 묻어가려고 하지 말라고요? 아니 증말 그렇다니깐요? 세상에 쉬운 단어를 어러운 단어로 고쳐쓰는 인간은 많아도 어려운 단어가 먼저 떠오르는 데도 불구하고 이게 쉬운 단어로 뭐가 있지, 하고 다시 고쳐 쓰는 인간은 그리 많다. 해서 우리는 스노비즘이 어떠니, 그 작품은 키치적이니, 알레고리가 어떻고 메타포가 어때서 아포리즘이 홀라당발라당하더라 하는, 이딴 식의 문장은 오로지 개그할 때만 사용한다 그 말이지요. 이런 문장을 시도 때도 사용한다면 말이죠, 소는 누가 기르냐고.


 


      하여간 유쾌한 소설입니다. 읽고, 유쾌함 속에 더한 깊이가 느껴지면 느껴지는대로, 안 느껴지면 안 느껴지는대로 유쾌하게 내려놓으시면 되겠습니다. 리뷰를 써놓고 보니 -실은 평소에도 대개 그런 편이었지만- 오늘은 유난히 알맹이가 없는 개드립 덩쿨에 휩싸인 리뷰로군요. 하지만 평소에도 그렇듯이 왠지 딴 길로 온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뭔 소설인지는 알겠지? 이게 당신이 늘 오던 길이 아니라서 이상하게 여겨지기는 할 터여도 실은 다른 길도 있다는 걸 내가 보여주는 거라고 말하면 꺼지라고 할테니,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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