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쌈박한 영화리뷰

시월사일
- 작성일
- 2009.11.5
시간 여행자의 아내
- 감독
- 로베르트 슈벤트케
- 제작 / 장르
- 미국
- 개봉일
- 2017년 3월 23일
원하지 않는 시간 여행을 하는 남자. 어릴 적 초원에서 그를 만난 후 오로지 그만 사랑하며 살게 된 여자. 과거와 미래를 잠시 잠깐 넘나드는 소재는 접해봤지만, 자신이 어느 시점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채 살아가는 시간 여행자라니. 영화의 원작인 책을 쓴 작가는 도대체 어떻게 시간 여행을 생각해낸걸까?
벌거벗은 채 길바닥, 초원, 기차역, 눈밭 위에 떨어지는 남자는 우선 헐벗은 몸을 옷으로 감추고 지금이 몇년도인지 물어보기에 바쁘다. 시간 여행을 하며 자신이 6살 때 같은 차에 타고 있다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엄마도 만나고, 현재(?)로 돌아와서는 처음 보는 여자가 자신을 어릴 적부터 봐 왔다고 반색해 당황하기도 한다. 미래 일어나는 일을 알고 과거로 돌아가기도, 과거에 일어났던 일을 모르는 채 현재에 있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게 과거와 현재, 미래 시간의 혼동 속에 힘겹게 살아가는 그에게 클레어가 큰 힘이 되어 준다.
"너무 예쁘고 똑똑한 당신을 사랑해. 그런 당신을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당신은 나를 외롭지 않게 해주기 때문이야."
조금은 이기적인 이유로 클레어를 사랑하는 시간 여행자. 이기적인 마음으로 사랑한다 하더라도 진심이 아닌 것은 아니니까.
영화를 보다보면 둘 - 헨리와 클레어 -이 정말 사랑하는구나 절절히 느낄 수 있다. 아마 헨리가 시간 여행을 하는 탓에 늘 기다리고 그리워하는 시간이 존재하기에 애틋한 마음이 커져서 그렇겠지. 같이 저녁 준비를 하다 사라지고, 침대 위에서 장난치다 한순간 없어지고 심지어 결혼식장에서도 시간 여행을 다녀오는데 말 다 했지. 그가 시간 여행을 하느라 피곤하고 힘들지 않을까 걱정만 하던 그녀도 결국 지쳐간다. 갑자기 사라지고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남편을 기다리는 여자. 임신해 애기를 낳는 평범한 일 조차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진다.
" 난 늘 당신을 기다려왔어요."
" 내가 기다려 달라고 말한 적 없잖아?"
" 나에겐 선택권이 없었어요. 어느날 갑자기 초원에서 당신을 만난 것부터 지금까지 나에겐 선택권이 없었다고요."
사실 그를 선택한 건 자신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지만 늘 함께 있어주지 못하는 그와 현실에 화가 나 소리친다는 사실을 아는 우리(관객)는 그 둘을 보는 마음이 더욱 안타까울 수 밖에 없다.
늘 자신을 기다리기만 하는 힘든 그녀에게 깜짝 선물로 5백만 달러 상금에 당첨될 복권을 선물하기도 하는데, 이처럼 미래 일어날 일을 알 수 있다는 게 행운만 가져다 주진 않느다. 자신이 언제 죽을지, 자신이 언제 가족을 떠날지 미리 아는 고통도 겪게 되니까.
아저씨를 사랑하는 귀여운 꼬마와 절절히 사랑하는 헨리와 클레어를 보며 얼굴은 웃는데 마음은 찡한 감동을 받는 그런 영화였다. 감동은 영화가 끝나고 복받쳐와 나는 이제는 볼 수 없는 사람이 생각나 울었고, 신랑은 별다른 욕심없이 사랑만 하다 가기에도 짧은 인생이 허무해 울었다.
늦은 밤이었지만 훌쩍훌쩍대며 우는 모습이 창피했는지 어두운 골목길로 걸어가자며 살짝 내 옷깃을 잡아끌던 오빠 모습이 아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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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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