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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몬드
- 작성일
- 2022.7.21
너에게 보여주고픈 길
- 글쓴이
- 김항심 저
책구름
< 너에게 보여주고픈 길 >
김항심 지음
네 버킷리스트 중에 꼭 이루고 싶은 것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당연히 마추픽추에 가는 것과 스페인 한달살기, 그리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다른 많은 것들도 있지만, 이 세가지는 내가 죽기 전에 꼭 이뤄내고 싶은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약간의 수정을 더하자면, 원래 산티아고 순례길은 나 혼자서 걷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하면 함께 걷고 싶었다. 그러나 나의 아이가 생긴다면,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난 총 3번을 가야하는걸까?
아무튼 그런 생각을 가지게 만들어준 책이 바로 김항심 작가의 책 <너에게 보여주고픈 길 : 마흔 여섯의 산티아고>이다. 마흔 여섯살의 엄마였던, 한 사람이 열여섯살의 딸이었던 한 사람과 함께 800km의 산티아고 순례길 여정에 나선다.
이미 계획하고 있었던 것이지만, 조금 이르게 즉흥적인 계획으로 그 여정은 시작된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끝,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서로 껴안고 있는 항심 씨와 태윤 양.
P.75
"내가 왜 여기 왔는지 말해줄까요? …… 무거운 배낭을 메고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걷는 내 모습을 나이 마음에 사진처럼 남겨주고 싶어서 왔어요."
P.179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는데 모든 것이 변했다'
한 달 동안, 800km의 길을 오로지 두 발로 걷는다는 것은 숭고한 일이자 고통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매일 20km를 걷고, 또 걷는다는 것은 한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 시간속에서 후회를 하기도, 또는 그 후회를 했던 자신을 용서하기도, 그리고 시시각각변하는 주변의 아름다운 환경에 취해보기도, 그리고 땡볕에 지쳐 쓰러지기도 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봤다.
P.120
노란 화살표를 따라 순례길을 걸으면서 내 삶의 노란 화살표는 내가 세워가는 것임을 마음에 새겼다. 누가 친절하게 알려주는 길의 안내는 순례길에서만 받고 싶었다. 내 삶의 안내자는 나 자신이고, 노란 화살표를 세워가는 주체자도 나 자신이니, 삶의 자리로 돌아갔을 때는 오로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걸어가겠다는 다짐을 했다.
무엇보다도 순례길에서 자신의 삶의 방향을 정해가는 모습이 너무나도 멋졌다. 나는 내가 현재의 삶이 힘든 이유가, 나만의 노란 화살표를 만들어 길을 만들어 나아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도 그 길의 끝에는 내가 원하는 것이 있지 않을까, 조금의 위안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아무리 힘들어도, 계속해서 나아가라는 그 응원이 내게 닿았다. 그리고 나도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책이 아닌 내 마음속에서 무언가를 깨달았으면 좋겠다. 이 책은 산티아고에 대한 열망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힘듦도 여실히 드러나고, 낭만도 드러낸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P.148
살면서 느닷없는 바람이 내 몸을 덮칠 때 온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버텼던 오늘을 몸이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 버티기만 하면 어느 순간 아나지게 된다고. 그러니 오직 할 일은 멈추지 않고 걷는 일뿐이라고.
저자는 산티아고 순례길이 산티아고 대성당을 보러가기 위한 여정도, 순례자 증명서를 받는 여정도 아니고, 자신을 돌아보기 위한 여정이고 본래의 자신의 삶으로 돌아오기 위한 여정이라고 말한다. 현재의 내 삶을 더욱 사랑할 수 있는 조금 더 성장한 자아를 만들어 오는 것이다. 내게도 이 순간들이 주어지길, 더 단단해진 나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기를.
이 책은 두 권의 책이 함께 존재한다. 한 권은 마흔 여섯살의 나이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항심 씨의 목소리를 담은 책, 또 다른 한 권은 열 여섯살의 나이에 산티아고 순례길에 올라 엄마를 엄마보다도 더 잘 챙겼던 태윤 양의 목소리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태윤 양은 어떤 생각을 하며 길을 걸었을지 궁금해졌다.
P.197~198
산티아고 순례길의 끝은 내게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멀리까지 와서야 비로소 만나게 되는 것은 자기 자신일지도 모른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도착지에 있을 조금 더 나은 자신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걷기를 끝내고 돌아갈 때는 자기보다 더 멋진 자기를 데리고 돌아가게 된다. …… 길이 끝났으니 어서 나의 사랑하는 일상으로 돌아가 살던 대로 살아가는 시간을 맞이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마지막 길을 걸었다.
그것만으로 순례길을 걸은 충분한 이유가 됐다.
이 책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미래의 나처럼 가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꼭 필수적으로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내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마냥 공부만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지 않은) 미리 엿보고 싶다면 꼭 읽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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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에 알게 된 것은 독일 영화인 <나의 산티아고(Ich bin dann mal weg,2015)>를 통해서 였다. 번아웃 증후군으로 인해 쓰러진 독일 코미디언의 나를 찾기 위한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였다. 유쾌하고 재미있는 영화로만 기억하고, 그 당시에는 딱히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었다.
그리고 좀 더 자세히 알게된 것은 tvn에서 방영한 <스페인 하숙(2019)>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였는데, 고단한 몸을 이끌고 휴식을 위해 찾아온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유난히 마음에 끌렸던 프로그램이었다. 무엇보다 2018년에 스페인 여행을 다녀온 직후여서, 스페인에 대한 열망이 내 안에서 치솟고 있을 때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도 한 번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볼까, 작은 바람을 만들어냈다.
순례길에 대해 미리 경험해보고 싶다면 영화 <나의 산티아고>를, 순례길 위의 다양한 사람들의 가치관과 인생, 유쾌함을 엿보고 싶을 때에는 <스페인 하숙>을 보며 미리 산티아고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소망을 더욱 확고하게 만든 것은, 최근 산티아고 순례길 여정을 영상으로 남겨 올려준 손미나 작가님의 유튜브 영상이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님인데, (스페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그 모습에 반했다) 앞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꿈꾸는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참고하면 좋을만한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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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