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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글쓴이
위화 저
푸른숲
평균
별점9.6 (178)
bsog44



 



  실로 오랜만에 들려온 위화의 신간 출간 소식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개인적으로 많은 중국 작가들의 작품을 접해본 것은 아니지만 위화는 단연코 가장 기억에 남는 작가이다. 그가 보여준 작품 세계는 내게 중국을 더 이상 역사 속 사건들의 무대로만 존재하는 세계가 아닌 저마다 사람들의 복합적인 삶이 담겨있는 공간으로 다가오도록 만들었다. ‘살아간다는 것허삼관 매혈기에서 부구이나 허삼관 같은 주인공을 포함한 인물들이 국공내전부터 문화대혁명 시기 어떤 일들을 겪고 어떻게 생활하는지 살펴보았고 형제7에서는 개혁 개방 이후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한 현대 중국에서 살아가는 중국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 역사를 접할 때 커다란 사건만 기억하고 주요 지도부나 위인들에만 주목해 역사를 통해 사실상 대부분의 중국 서민들의 생활 양식을 이해하기란 어려워서 다만 짐작할 뿐이었으나 위화의 소설 속 인물들이 지닌 생명력으로 독자들은 중국 역사 속 한순간으로 몰입되어 중국인들이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떻게 생활하며 왜 그런 행동들을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힌트를 얻을 있다. 위화의 책을 읽으며 흔히 내가 중국인에 대해 가졌던 선입견이나 행동 양식에 대해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그저 객체로만 존재하던 중국인에 대해 우리와 비슷한 문화적 분위기가 있음을 발견하고 놀라게 되면서 동시에 우리와는 다른 역사적 소용돌이 속이지만 역시 저마다 각자가 참으로 쉽지 않은 삶들을 견뎌냈구나라는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자신들의 과오나 중국의 부정적인 모습에 대해서도 소설을 쓰는게 가능하구나라는 생각도 들면서.



 



  그래서 위화의 새로운 장편소설인 원청의 시대적 배경이 청나라 말기에서부터 중화민국 시대를 가로지르는 난세의 시기라는 점에서 새로운 시대적 배경 속에서 이번에는 또 작가가 어떤 인물로 대표되는 민중의 삶을 독자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기대가 되었다. 지금껏 작가가 그려온 중국의 역사에서 가장 멀리 나아간 동시에 어쩌면 주인공들의 가장 선대가 되는 중국 민중들의 모습이기 때문에 이를 관통하는 공통점과 시대적 차이로 오는 인물들 간의 간극에서 어떤 새로운 차이점을 발견하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전히 위화가 가진 인물들의 생명력은 뛰어나며 당시 민중들에게서 중국의 전통적 가치인 남존여비, 가부장적 모습, 이웃에 대한 베품, 인정 등을 후대의 중국인들보다 확실히 견고하게 갖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동시에 인물들이 갈등하거나 고난을 겪게 되는 원인이 보다 원초적인 사회적 상황 속에서 발현한다는 점이다. 좌우 사상적 갈등이나 물질적 계급 차이에서 어쩌면 더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대혼란의 시기 민중들이 겪을 수밖에 없던 고초를 담고 있다. ‘토비라 불리우는 도적떼들은 사람을 납치해서 돈을 요구하고 응하지 않을 경우 귀를 자르고 고문을 일삼고 심한 경우에는 사람들을 우습게 죽이는 것도 서슴치 않는다. 아무런 명분도 없고 이유도 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총을 들었단 이유로 선량한 사람들이 비참하게 학살되고 유린되는 장면을 보는 게 쉽지는 않다. 그러면서도 부패한 북양군과 소설에는 별로 등장하지 않지만 혁명군의 대립 등 이중 삼중으로 눈치를 살피고 생존을 도모해야 하는 민중들의 삶이 가엽기만 하다. 서양 열강들의 잇따른 이권침탈과 청나라의 붕괴 및 실패한 중화민국의 기치 사이에서 애꿎게 고통받는 민중들의 삶이 그리 멀지 않게 느껴지는 건 우리와도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시대적 배경을 차치하더라도 원청의 소설 속 인물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매력적이다. 주인공인 린샹푸의 삶을 중심으로 의문의 배경을 품고 있는 샤오메이, 구이민, 천융량 등의 주변 인물들의 삶을 중첩시키면서 그들을 모두 포함할 수 있는 단어는 선함이 아닐까. 무자비하고 탐욕스러운 북양군, 토비 장도끼와 다르게 일반적인 민중의 모습을 한 그들은 이웃에게 도움을 베푸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선함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이야기 속 인물들의 삶은 저마다 다르며 생명력이 있어 곁에서 그들을 지켜본 것처럼 몰입이 된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차례로 여의지만 겸손한 마음씨와 목공을 다루는 손재주를 물려받은 린샹푸는 선물처럼 다가온 샤오메이와 함께 행복한 미래를 꿈꾸다 홀연히 자신의 전재산 절반과 함께 사라진 그녀, 다시 아기를 낳기 위해 돌아와 모든 걸 용서하고 다시 함께 밝은 미래를 꿈꾸다 다시 한 번 사라져버린 샤오메이. 이번에는 자신의 모든 삶을 정리하고 자신의 딸의 엄마이자 사랑하는 아내를 찾아 황허와 양쯔강을 건너면서 대륙을 횡단하며 그녀를 찾을 수 있는 원청이라는 고향을 향해 먼 길을 떠난다. 사람들에게 아무리 물어봐도 알 수 없는 원청과 최대한 비슷한 도시인 시진에서 그는 삶이 다하는 끝까지 아내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그곳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간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유대하는 모습은 감동을 주면서도 동시에 시련을 겪을 때 마음이 더 아파온다. 평화롭게 살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본 이야기와 동시에 또 다른 이야기로서 샤오메이의 관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또다른 느낌을 준다. 여자의 입장에서 당대를 살아가는 이야기면서 지금의 관점으로 보면 참으로 답답한 동시에 사람의 마음은 어찌할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주인공들의 중요한 선택들을 보며 안타깝기도 하고 그 또한 삶이 아닐까싶은 마음이 들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도시들은 대부분 가명을 사용했는데 원청은 작품 속 세계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도시 이름이다. 다만 작가의 말처럼 그 이름은 아득하게 멀지만 주인공의 마음 속 한가운데 자리잡아 평생을 떠나지 못한 것처럼 우리 각자에게도 그러한 원청이 있지 않을가라는 말에 공감이 되었다. 각자의 인생에서 평생을 안고 살아가는 의문들이 많아 알고 싶어도 알 수가 없고 찾고 싶어도 찾을 수 없는 일이 너무 많기에 우리는 상상 속에서 추측하고 조각을 맞추려 한다는 것처럼 작품 속 인물들의 삶은 교차하면서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고 어긋나버린다. 하지만 그 또한 삶이며 현실에서 그러한 일이 부지기수로 얼마나 많은가. 진실을 마주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지나쳐버리며 끝까지 그것을 모른채 마음 속에 담아 살아낸다. 이야기 자체로서 매력도 뛰어나면서도 더불어 위화의 여타 소설처럼 당시 시대를 살아가는 중국인들의 생활 모습과 생각, 감정들을 엿볼 수 있는 소설이기에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임에도 쉽고 유머러스함을 담아낸 위화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무겁지않고 잘 읽히면서도 그 속에 담겨 있는 인물들의 삶은 결코 가볍지 않고 우리에게 커다란 의미를 안겨주기 때문에 책을 덮고 나면 여러 생각에 잠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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