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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1.5.30
보통 행운목이라 불리는 열대에서 온 식물.
보통 꽃을 보기 힘들어서, 꽃이 피거나 볼 수 있으면 행운이 온다고 하는 식물.
예전 어렸을 때 집에 항상 있었고, 거의 매년 꽃이 피었었기에 너무 당연히 여겼던 식물.
그래서 집을 얻어 나와 살면서 혼자 키워보기로 했었는데,
첫 번째 시도는 처참히 실패!
그리하여 새로 얻은 두 번째 녀석을 키우기 시작했는데,
이 놈은 왠지 모르게 계속 비실비실.
그래서 친척 집에서 지나치게 건강하게 자라고 있던 녀석을 추가로 데려다 키우기 시작했는데,
이 놈도 왠지 모르게 계속 비실비실.
그러던 중, 날이 더워져 두 녀석을 베란다에 내 놨는데,
두 번째 녀석이! 드디어! 꽃을 피웠다!
만 9년만에 집 행운목에서 꽃이 피었다!
으흐흐.
특별히 상태가 좋아 보이지는 않았는데, 어느 날 밤에 빨래를 널다가 발견!
연초부터 안 좋은 일만 계속되더니, 드디어 한 가지 흐뭇한 일이!
처음 발견했을 때는 꽃 줄기가 막 나오기 시작했을 무렵.

며칠 뒤 봤을 때는 꽃 줄기가 다 올라온 모습.

오늘 봤을 때는 거의 다 피어 꽃이 피어 향기가 솔솔.

잠잘 때 머리맡의 열린 창을 통해 솔솔 피어오는 꽃 내음.
기억 속에 강하게 각인되어 있는 그 향기.
한 번 피면 거의 한 달 간 집에서 떠나지 않던 그 향기.
이 무렵의 아카시아 꽃 향기와 섞여 묘한 분위기를 내던 그 향기.
추억 속의 향기는 그렇게 강하게 남아있는데,
현실의 향은... 물에 한 번 헹군 듯이 약하다.
이상해.
녀석이 비실비실해서 그런가? 아니면 꽃이 만개하지 않아서? 아니면 꽃이 너무 적은가?
이런 애매한 향기를 그렇게 강렬하게 기억하고 있는건 왜지?
이런저런 잡스런 생각이 들지만 아무려면 어때?
아직 꽃이 만개하려면 며칠은 걸릴 것 같고,
그 이후로도 한 동안 향기를 맡으며 잘 수 있겠지.
부디 내년에도 또 볼 수 있기를...
그리고, 이놈 옆에 있는 놈도 꽃을 피울 수 있기를...
이맘 때의 연례행사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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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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