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니

회색
- 작성일
- 2009.4.13
[Blu-ray] 월 . E (한국어더빙 / 2Disc) : 블루레이
- 글쓴이
- 앤드류 스탠튼
브에나 비스타
블루레이로 출시되는 영화들은 아날로그 영상을 그대로 전달/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해상도의 영상을 찍고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그 섬세한 표현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근데 애니메이션에서는 상당히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왜냐하면, 영상 자체를 첨부터 고해상도에 맞도록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섬세함을 일일히 표현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일반 영화에서는 그냥 일반 카메라를 해상력이 높은 HD 카메라로 바꾸기만 해도 (물론 TV 등이 HD 재생을 지원한다는 가정 하에) 그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만, 애니메이션의 경우 모든 사물의 표현을 더욱 섬세하게 해 주어야 비로소 효과가 나타납니다. 물론 단순히 모든 사물을 섬세하게만 표현한다고 해서 전체적인 영상 품질이 올라가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런 이유로 애니메이션을 블루레이로 구입하는데 고민이 많이 생깁니다. 물론 기존의 'Hedge'나 '부그와 앨리엇'과 같은 애니메이션들도 상당히 좋은 디테일을 선보이고는 있지만, 사실 DVD 급의 영상과의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을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거니와, 전체적인 영상의 완성도 면에서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반면 요 Wall-E의 영상 처리는 지금까지의 작품들과 확실한 차이를 보여줍니다. 단순히 섬세한 표현만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적절한 아웃포커싱 효과를 주어 표현 대상을 더욱 강조시키는 것이라던지, 화면의 넓이를 최대한 활용하는 카메라 움직임이라던지, 로켓/구름/화염과 같은 상당히 난해한 표현을 아주 사실적으로 원근감있게 표현한 것이라던지. 어디 한군데 빠지는 곳을 찾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물론 우주선 내부의 장면들에서는 애니메이션 특유의 원색적이고 단순한 화면들이 주를 이루지만 그런 것들은 협소한 공간이라는 특수성을 가지니만큼 요납되는 수준입니다.
영상과 더불어 제 맘을 사로잡은 부분은 바로 로봇들의 음성(?)입니다. 기계음이지만 사람같고, 그렇다고 사람이 만들어 낸 소리 같지도 않은 아주 오묘한 수준. 게다가 (헐리우드 애니메이션들을 보며 많이 느끼지만) 특별한 대사 없이 기계적 효과음만으로 로봇들간의 관계 진전이나 상황 파악이 이루어진다는 점은 출중한 시나리오와 짜임새 있는 스토리보드 작업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영상과 음성 이외에 전체적인 배경(?)도 제 관심을 샀는데요, 약간은 디스토피아적인 지구 상황과 유토피아적인 우주선 환경이 짬뽕되면서 조금 묘한 느낌을 가져다 줍니다. 'Buy 'n Large'라는 일종의 회사가 모든 것을 관장하고, 그 회사의 사장=대통령인 사회. 쓰레기와 오염물질로 덮여 더 이상 생물이 살 수 없는 환경. 어쩌면 영화를 보는 사람의 나이에 따라 그 느낌이 조금씩 다를 수 있을 듯한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 요런 애매하고 생각하게 하는 부분들을 좋아하는지라)
전체적인 제품 구성도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제작진의 해설을 기본이고, Burn-E와 같은 짧은 필름들(요건 Pixar 작품들 특유의 재밌거리죠.)도 여전합니다. 게임과 같은 기타 내용들도 풍부한 편입니다.
다른 리뷰를 보다보면, 감상 중간에 툭툭 정지되는 느낌을 받으신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저는 그런 경우는 없었습니다. 느낌상 블루레이 플레이어의 펌웨어 업데이트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발생하는 현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감상 중간에 두번 정도 디스크를 벅벅 읽어댔는데 만약 플레이어의 성능이 받쳐주지 못하면 고 부분들에서 영상이 정지될 수도 있거든요. 다행히 저는 벅벅 소리는 났지만 재생에는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참고들 하시길.
주절주절 길어졌는데 마지막으로 총평을 하자면, '애니메이션 분야의 블루레이 레퍼런스로 손색 없는 작품이다'라고 하고 싶습니다.
(요거때문에 집에 있는 TV를 바꾸겠다고 고민하는 중입니다.)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