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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로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
글쓴이
김기택 저
다산책방
평균
별점9.1 (82)
목생화

 

“일과 밥에 붙들려

꽃 지는 줄도 모르는 나에게

시는 다른 세계로 향하는 출구를 열어주었다.“

 

시인의 출구를 나도 살며시 고개를 들어 들여다본다.

이곳이 나의 입구가 될 수 있을까? 나에게 처음 시는 어떻게 다가왔을까.

난 이것 밖에 할 줄 몰라서 지금껏 사랑하며 온 줄 알았다.

그런데 그건 나에게 위로였고 출구였고 사랑이었다. 내가 할 줄 아는 것이 이것이어서가 아니라 그가 나를 사랑하여 오늘까지 온 것이다. 내 부족한 사랑에 더 큰 사랑으로 보답해주며... 오늘 무척이나 우울한 소식들에 힘이 겨운데 나를 위로하는 것이 있음에 애써 감춰둔 눈물이 또르르 떨어진다. 못쓰면 어떤가? 이해시키지 못하면 어떤가? 그것이 나의 꽃 피는 자리였고 꽃 지는 자리였음을.... 그에게 감사한다. 무언가에 붙들려 살아야만 되는 것. 그것이 인생이라고 나를 애써 위로해줘야 하고 살아가야할 자리로 붙들려 앉히는 날이 있다. 그것도 내가 선택한 인생이고 길이었음을 알기에 나는 나를 깊이 반성해야 한다는 부제까지 내리깔고 말이다. 누군가를 특별히 용서할 수 있는 지점을 나는 ‘진심’에 둔다. 아직도 세상살이가 아둔하여 나는 그런 것들을 붙들고 살고 있다.

 

시인은 울음에도 요령이 있다고 말한다. 마음껏 울면서도 창피당하지 않고 바보처럼 보이지 않으려면 말이다. ‘실컷 수다 떨고 나서 마음이 조금이라도 후련해졌다면 그건 떠드는 사이에 자기도 모르게 속으로 울었다는 증거다.’ 누군가의 수다 속에서 눈물을 만날 때가 있다. 실컷 분노하여 어딘가 터져버릴 듯한 얼굴을 하다가 어느 순간 다시 쾌활해진 그도 속으로 울었다는 증거다. 시를 쓰는 것도 우는 방법의 일종이라며 시는 감정을 절제시켜 겉으로는 평온하고 즐거우면서도 속으로 마음껏 울게 하는 속울음을 갖고 있단다. 내면 깊은 곳에서 격렬하게 우는 형식. 그는 문정희 시인의 흙이라는 시에서 그런 깊은 울음의 소리를 쾌활하게 듣는다. 내 안의 울음조차도 쾌활하게 끌어낼 수 있는 것이 시인이라니 시인은 참 아름답다. 내가 그녀의 시를 좋아했던 것이 바로 저것이었나 싶게 참 반가웠다.

 

시인은 참 섬세한 직업이다. 울음을 불러내더니 이젠 웃음을 불러낸다. 가짜로 만들어진 웃음들이 진짜 웃음 속에 얼마나 초라하고 무의미한 것인지 시인은 알고 있다. 우린 때로 까먹는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짜웃음도 만들어야한다는 게 결국은 자신을 가면속에 가두는 일임을. 그리하여 자신을 만나는 길을 더더욱 멀게 하는 위험한 동굴 속에 갖히게 하는지 그 가면이 스스로를 얼마나 아프고 피폐하게 하는지 까먹는다. 내 아이의 까르르 웃는 저 웃음이 우리를 지극히 행복하게 하는 일임을 감사하게 한다. 그리고 한 아이의 웅크린 울음이 이 세상에서 얼마나 슬픈 눈물인지도....

때론, 시를 쓰면서 나를 위로할 때도 있지만 타인의 시들이 나를 위로할 때가 있다. 얼마 전 읽은 공광규 시인의 맑은 슬픔이 자신의 시로 위로받을 때라면 김기택 시인은 우리를 위로하기 위해 이 시들을 모아 놓은 거 같다. 감상이 지나치게 치우치지도 않으면서 시의 본질이 그렇듯 개인적 서사들이 차분하다. 시인은 자기 시만 잘 쓰는 게 아니라 타인의 시를 이해하는 눈도 탁월해야한다는 듯 시인의 혜안을 통해 다시 살아나는 시들을 만났다.

시가 언어의 유희가 아니라 삶을 긴밀하게 하는 것임을. 시인만 캄캄한 길로 들어서는 것이 아니라 그 끝자락을 붙들고 독자도 함께 들어가야 하는 것임을. 새카맣던 어린 시인의 화자가 나임을. 원인불명의 고립된 쾌감이 어디서부터 기원되었는지를 아는 일임을. 그런 추억과 위로가 내 현실을 견디고 이겨내는 힘이 된다는 것을. 나는 어렴풋이 알게 된다. 그리고 고맙다. 내가 위로 받을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의 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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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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