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나난
- 작성일
- 2017.12.22
눈보라 체이스
- 글쓴이
- 히가시노 게이고 저
소미미디어
[백은의 잭]. [질풍론도]에 이은 설산 시리즈 3번째 작품인 [눈보라 체이스]. 제목답게, 시리즈답게 아주 추운 눈덮인 스키장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가 스릴감이 넘쳐남과 동시에 스포츠에 자신 있는 작가의 역량을 아낌없이 드러내준다. 스포츠, 더군다나 겨울 스포츠에 대한 그의 사랑은 이미 [꿈은 토리노를 달리고]에서 익히 아는 바 있다.
나에게는 첫번째 설산시리즈. 빌린 책, 산 책, 받은 책, 모두 합해서 작가의 책을 스무권이 넘게 읽었지만 나에게는 첫번째 설산시리즈라 비교할 것이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기는 하다. 그의 많은 작품들 중에서 스릴러에 속하기는 하지만 깊이가 아주 깊거나 묵직한 사회적인 면을 담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또 딱히 그렇다고만 볼 수 없는 것이 경찰의 수사방식이다. 어느 주택가. 할아버지 한명이 죽음을 맞이한다. 누군가 침입을 한 흔적도 없다. 분명 아는 사람의 소행이다. 조사를 하던 경찰은 드러나는 증거를 바탕으로 그 집에서 개를 산책시키는 아르바이트를 했었던 대학생 와키사카 다쓰미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그의 행방을 찾는다. 증거가 그리 나오는데야 어떻게 하겠느냐는 경찰들의 말에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본청과 다른 개별 경찰소와의 갈등. 서로 자신들의 실적을 차지하려고 하는 것부터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만 하는 제도까지 어쩌면 저들은 곧이곧대로 어느 하나의 틀에 갇힌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정황증거가 다 들어맞다 하더라도 조금은 다른 방면으로는 전혀 생각해 볼 여지도 없었던 것일까. 꼭 그렇게 무대뽀로 이 대학생을 찾아서 범인으로 만들어야 속이 시원했던 것일까.
만약 그가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하지 못했더라면,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해 줄 사람을 결국 찾지 못했더라면 그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이었을까. 장래가 촉망되는 대학생, 입사할 회사도 다 정해놓은 시점에서 범인으로 몰려서 감옥에 가게 되었다면 그의 인생은 누가 보상해주는가 말이다.
무슨 수를 쓰든 증인이 될 그 여자를 찾아내. 경찰에 사정을 얘기하면 어떻게든 될 것이라는 생각은 절대 하지마. 경찰은 결코 용의자가 유리해지는 증거를 적극적으로 찾아주지 않아. 네 몸은 너 스스로 지켜야 해. 그게 안 될 경우에는 온 힘을 다해 도망쳐. 절대로 잡혀서는 안돼. (308p)
물론 범인의 편을 옹호해서 그들이 모든것을 다 잘했다는 소리는 아니다. 어느정도 타당한 의심은 해야만 하는 것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물이라 불리는 남자]에서처럼 만에 하나라도 엉뚱한 사람이 감옥에 들어가서 자신의 인생을 바꿔버리는 일은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소설속에서만 있는 일이라고 할 것도 못되는것이 우리나라에서도 잘못된 판결로 인해서 괜한 옥살이를 한 사람들이 신문지상에 나오고 있고 혹시 지금도그런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영화 [사형주의 편지]에서도 보면 그는 억울하게 범인으로 잡히지 않았던가. 너무 비약이 심하다 할지 몰라도 읽는 동안 내내 그 생각을 멈출수는 없다.
설산시리즈라는 이름답게 하얀 눈이 가득 쌓여있는 스키장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멋지다. 영화로 찍는다면 정말 멋진 배경이 나오고도 남을 듯 하다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그런 스키장을 배경으로 하는 결혼식 장면이라니. 생각만으로도 너무 멋져보이지 않는가. 비록 우리의 주인공은 경찰이 쫓기면서 어떻게든 자신의 알리바이를 찾으려고 안달복달이긴 해도 말이다.
너무 무겁지 않은 이야기. 하얗고 추운 겨울날에 긴박함한스릴감을 느끼고 싶다면 추천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 전작과 비교해서 같은 패트롤 대원이 나온다는 것도 전작을 읽은 사람들이 반가와 할 부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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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