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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난
- 작성일
- 2019.1.8
깊은 상처
- 글쓴이
- 넬레 노이하우스 저
북로드
피아 시리즈 세번째 이야기. 등장인물들의 이중적인 구조로 말미암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이야기. 그 혼란이 지나고 나면 안개가 걷히고 햇살이 내리쬐듯이 속속들이 가리워진 것들이 보여서 더욱 인간의 추악함을 드러내는 이야기. 인간은 대체 권력이나 물질 앞에서 어디까지 자신을 타락시킬 수 있는가.
나이가 든 할아버지가 총에 맞은채로 발견된다. 미국 국적의 할아버지는 옛날 나치들이 처형할 때와 같은 방식으로 총에 맞았다. 이 나이든 노인을, 평생을 미국에서 살다가 이제 독일로 와서 여생을 마무리 하려고 하는 노인을 누가 이토록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한 것일까. 없어진 것은 없고 어질러진 것도 없으니 분명 아는 사람의 소행으로 용의자는 좁혀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은 금세 해결되지 않는다.
모든 형사들이 덤벼들어 사건을 조사하려고 하던 찰나 윗선에서 브레이크가 걸린다. 사건을 덮어두고 묻어두라는 것. 그것은 일개 형사들이 반박할 수 없는 압력으로 내려오는데 대체 이 할아버지가 누구이길래 이토록 빠른 대처가 이루어지는 것인가.
사건과는 다르게 또 다른 사건이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역시나 같은 자세로 총에 맞은 시체. 이 역시도 나이 든 노인이며 이전에 죽었던 시체와는 관련이 있다. 서로 아는 사이인 셈이다. 이제 사건이 둘, 현장이 둘이 된만큼 양쪽에 동일하게 남아있던 증거들을 찾아가면 용의자를 좁히고 범인을 잡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건은 그렇게 호락하호락하게 범인을 내어 주지 않는다. 연달아서 일어나는 또다른 노인 살해사건. 이 역시도 같은 총으로 당한 것으로 확인된다. 물론 세사람은 아는 관계다. 그리고 이들과 같이 지냈던 한명이 더 남아있다. 범인은 이 네명을 모두 죽일 셈인가. 그렇다면 남은 한명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될 것 같다. 형사들과 범인간에 숨막히는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이야기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독일과 폴란드를 넘나들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는 히틀러가 나라를 지배하던 나치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그래서 작가는 피해자들의 나이를 이토록 많이 설정해 두었을 것이다.
그들이야 직접적으로 전쟁을 겪은 세대라고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단지 부모에 의해서 이 땅에 태어나고 아무것도 모른채 자신들의 위치를 지키고 살아온 자식들은 하루아침에 모든것이 달라진 것처럼 느낄지도 모르겠다. 역사란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고여있지도 않다. 지금 이 시간에도 모든 것은 역사로 남을테니 말이다.
여전한 피아와 보텐슈타인. 그들의 합은 이제 처음보다 훨씬 더 세련되어진 것 같다. 이젠 피아없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보텐슈타인의 고백처럼 그들의 콤비가 찰떡호흡을 자랑한다. 물론 피아와 새로운 사랑이야기도 간간히 비춰보이고 어느때보다도 활달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피아의 모습이 보인다. 단 그 사랑이 출장을 간 기간동안 울적해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너무 감정의 기복이 널을 뛰지 않기를 바라며 다음 이야기를 또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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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