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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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지
글쓴이
정현우 저
창비
평균
별점9.7 (13)
나난

서점에서 가장 먼저 가는 곳은 아무래도 신간 코너일 것이다. 그 다음에는 소설 그리고 교재 위주로 한바퀴 돌아본다. 아무래도 시집이나 에세이 코너는 그렇게 쉽게 가는 그런 코너는 아니다. 그럴지라도 이 시집은 지나가지 못하게 될 것이다. 표지가 살며시 손을 내미는 듯한 그런 느낌. 동생이 예전에 그랬다. 이 운동화가 나를 불러서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그때 몰랐던 그 마음을 이 시집을 보는 순간 이해할 것도 같다.





총 4부로 구성된 시집은 각 장의 제목마저도 시적인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모든 슬픔을 한꺼번에 울 수는 없나, 시간과 그늘 사이 턱을 괴고, 소년과 물보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름의 캐럴까지 이 제목만 봐도 시적인 아름다움을 충분히 감상할 수가 있을 것 같다. 사람은 슬플 때 운다. 슬픔을 울다라는 표현도 충분히 시적인데 그 모든 슬픔을 한번에 울다니 한번도 이런 생각을 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충격을 느끼게 된다. 내가 느낀 슬픔이 제대로 된 감상이었다는 것을 해설을 보고서야 알았다. 유난히 많은 작가의 시 속에 담겨져 있는 느낌. 그 슬픔이 표지의 보랏빛으로 승화되어 드러나는 것 같아서 그 표지의 컬러가 더 애잔함으로 다가온다.



 



작가의 시는 전형적이지 않다. 보통의 내가 알고 있는 그런 시도 있지만 한 연에 새로운 제목을 붙인 느낌이 드는 형식의 시가 있는가하면 행이나 연의 구분없이 한편에 짧은 산문마냥 죽 이어가는 글들도 있다. 물론 그 길이가 길지는 않아서 이게 무슨 시인가 하고 어리둥절할정도로 파격적이지는 않은 편이다.



 



또한 남성과 여성처럼 성에 관한 비유적인 표현도 많이 눈에 뜨인다고 생각했는데 해설에서도 역시나 그 부분을 설명하고 있어서 더 반가움이 표현되었다. 단순하게 이해한 것과는 달리 조금은 더 심오한 표현들이 숨어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지만 시에는 어느 정도 문외한인 내가 느낄 정도였다면 다른 사람들은 조금 더 그 의미를 파악하고 느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 생각없이 읽었던 달팽이가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을 줄이야.



 



비유와 묘사 그리고 감정과 섬세함이 모조리 공존하는 한 권의 시집. 한번에 휙 읽어서는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없을 것 같아서 며칠에 걸쳐서 조금씩 조금씩 곱씹어가면서 시를 읽고 그 감상을 삼켰지만 여전히 내게는 소화되지 않은, 아니 아직 목에 걸려있는 것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시집이다. 소처럼 진득하니 꺼내서 또 씹고 또 씹어서 그 맛을 소화해내리라.



 



마지막으로 <소금 달>의 첫 행을 인용해 본다.





잠든 엄마의 입안은 폭설을 삼킨 밤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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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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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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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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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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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3. 19.

    @ne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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