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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난
- 작성일
- 2024.5.6
편지 가게 글월
- 글쓴이
- 백승연 저
텍스티(TXTY)
판타지다. 대체 이런 가게가 현실에 존재한다는 거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연희동도 성수동도 꽤 웰세가 높기로 유명한 곳이 아니던가. 그런 곳에서 편지지나 카드 때로는 펜팔편지를 파는 이 가게가 수지타산이 맞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오전부터 밤까지 열어놓는 가게도 아니다. 오후부터 이른 저녁까지만 문을 연다. 거기에 아르바이트까지 써서 무슨 이익이 남겠는가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나만이 아니라 모두가 다 생각할 수 있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가 아닐까.
간혹 가다 나오는 일지에는 그날의 판매수익이 적혀 있다. 약 2-3십 만원대. 어라. 이 정도라면 생각보다 그리 장사가 안 되는 것은 아니겠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봐야 소설 속의 일이야 라고 치부하고 넘겨야지 했는데 가장 마지막에는 실제 있는 매장의 사진이 떡하니 등장을 한다.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가게라는 거다. 우와. 이런 게 장사가 진짜 되는구나.
어찌 보면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파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단순히 이쁜 편지지를 팔거나 카드를 파는 것이 아니라 편지를 부쳐주는 대행 서비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 사람들은 잠시 동안이지만 펜팔 편지를 쓰는 그곳에서 자신만의 추억을 만들고 쌓고 다른 사람과의 삶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과 공간을 사는 것이다. 단 만원에 그런 모든 것을 살 수 있다면 나름대로 해볼만한 체험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내가 써둔 펜팔 편지의 답장을 받는다면 그 기쁨은 심장이 두근거림을 충분히 느껴볼 정도이지 않을까.
익명성이 두드러지는 요즘 사회에서 아무나 만나면 안 된다는 소리를 자주 듣기도 한다. 하지만 이곳 글월의 손님들은 다르다. 일단 알바를 통해서 한번은 걸러지지 않은가. 얼굴을 보지 않고 편지를 남길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또 한번 글을 통해서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를 남기게 된다. 자신을 한 단어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몇 개의 키워드를 통해서 자신의 편지를 특정하고 자신의 일상이나 생각을 글로 적어 남김으로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다. 그렇게 또 하나의 친구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언니를 용서할 수 없었던 효영은 알바자리를 찾아서 이곳 글월에 왔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동안 만나게 되는 많은 사람들과의 인연 그리고 글을 담은 것이 바로 이 이야기다. 여러 사람들의 글을 통해서 그들의 인생을 경험한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연희가 될지 성수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 글의 등장인물들처럼 펜팔 편지를 한 통 남겨보고 싶다. 나는 어떤 키워드로 나를 표현하게 될까. 그리고 나는 편지에 어떤 내용을 쓰게 될까. 초록이나 파랑의 잉크로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운영하는 샵에서도 편팔 서비스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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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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