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나난
- 작성일
- 2024.7.25
비밀 정원
- 글쓴이
- 박혜영 저
다산책방
노관이라는 마을, 그곳에 사는 아이 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도 돌아기신다. 엄마와 일을 도와주는 묘자 아주머니와 살고 있는 아이. 아이의 일상을 따라가면서 잔잔하게 그려지는 이야기는 분명 고요하게 흐르는데도 눈을 뗄 수가 없게 만든다. 아니 그전에 분명 성장을 한 것 같은데 이 아이는 왜 학교를 가지 않는 것인지에 대해서 더 궁금해진다. 그것은 독일에 있는 요의 삼촌이 귀국을 하면서 조금씩 밝혀진다. 요즘 말로 하자면 홈스쿨링을 하는 아이였던 것이다.
자신의 주위에 있는 사람을 인식하고 자연에 대해서 눈을 뜨고 집에 있는 책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사회를 익혀가던 아이는 나이가 들고 나서야 고등학교에 편입을 하게 된다. 삼촌의 친구이자 동료 교수가 소개해준 학교는 아이의 세계를 넓혀주는 계기가 된다.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친구들을 만나게 되고 집이라는 좁은 장소에 한정된 사람들과만 의사소통을 하던 아이는 생각보다는 단체생활을 잘 적응하는 듯이 보인다. 이 아이는 어떻게 자라게 될까.
한 아이의 인생을 통해서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성장소설 같은 느낌도 주지만 그 속에는 다른 이야기들이 겹쳐 흐르면서 다양함을 추구하고 있고 그로 인한 지루함을 덜어내고 있다. 유난히 독특한 비유적인 표현들이 많이 보이는 이 이야기들은 그래서 눈길이 더 많이 쏠린다. 날씨를 옷에 비유한다거나 책을 고르는 것을 피아노를 치듯이 달린다고 하는 그런 표현들이 작가가 신경을 써서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만들어 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그런 문장들이다. 혼불문학상 수상작답다는 생각이다. 다른 작품에서는 보기 힘든 그런 독특함이 가득 넘치는 문장들이지만 너무 자주 드러나다보니 약간은 피로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무언가 뽑히려고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이 보이는 듯한 느낌이랄까.
등장인물들간에 관계도도 숨길듯이 해두었지만 이 정도 관계들에서는 처음부터 다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애써 숨었는데 머리만 숨고 몸을 다 보이는 그런 현상일까 아니면 덮는다고 덮었는데 시스루 천이어서 밑으로 실루엣이 다 보이는 느낌이랄까.
그럴지라도 분명 이야기는 잘 흘러가고 깔끔하게 보이며 그 지역이 궁금해지게 만든다. 실제로 이런 곳이 있을 것만 같고 이 사람들이 살고 있을 것만 같고 한번쯤은 찾아보고 싶어지게 한다. 작가가 주인공을 통해서 하던 이야기는 주인공이 나이가 들고 대학을 가면서 시대적 배경이 변화하고 그런 사상을 보여주고 있기도 한다. 비밀정원이라는 제목을 보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생각해본다. 요가 살던 그곳, 노관은 그만의 비밀정원이었을까. 아니 그곳은 요의 삼촌이 비밀로 삼고 싶던 그곳이 아니었을까. 아니 그곳은 이 책을 읽는 독자만의 비밀정원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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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