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커피 마시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줄여가며 다른 부서에 있는 개발자한테 뜨개질을 아주 짧게 배운 적 있다. 

이렇게 삼삼오오 아낙네들이 모여 사무실 한 가운데서 뜨개질을 함... 

(물론 일도 함ㅋ)(아주 많이 함)

단순노동이 스트레스 해소엔 직빵인지 버스 안 출근길에도, 지하철 안에서도 고양이 마냥, 가방에서 기다란 실만 주섬주섬 꺼내서 하면 가끔 측은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지기도 하고 '젊은 여자가 ...'라는 말로 쑥덕거리기도 해서 출퇴근길에 생긴 에피소드를 엄마한테 들려주면 엄청 웃으심.

심심풀이로 만들다 보니 하나 둘 쌓여가는데,

직접 만들다보니 수세미를 돈 주고 사긴 아깝고, 

여러모로 요긴하게 쓰이기도 하고, 

선물 받는 사람도 큰 부담이 없어서, 

예쁜 투명봉지에 넣었다가 집에 오는 사람마다 챙겨 주고,

이웃님들 이벤트 당첨 선물에 사은품처럼 덤으로 쏙 넣기도 했음 

(지인 집에 놀러가면 수세미부터 제일 먼저 보게 됨 ㅋㅋ 시원찮거나 없으면 하나 줄려고)

검은 실로 수박 씨를 박은 것도 있는데, 

모양은 예뻐졌으나 뒷 부분이 엄청 엉켜서 실용성이 좋지않을 것으로 판단.

씨 없는 수박이 됨

만들다보니 너무 커져서 수세미가 냄비 받침의 운명이 되기도ㅋㅋㅋㅋ

시간이 지나자 이젠 재미가 시들시들해졌는지 엄마 반응이 점점 시원 찮아졌는데. 

(너무 많아져서 귀찮아 하심)

마침 겨울이라, 종목을 바꿈

나름 트렌드를 파악해서 시장경쟁에 우위를 차지하려는 이상한 사업정신 발동 ㅋㅋ

바야흐로 지난해 춥디추운 겨울 어느 날,

귀도리를 무한 검색하다가 도안을 찾아서 뜨기 시작. 

귀가 푹신하게 덮인 사진들이 예뻐 보이길래, 성냥팔이의 소녀스러움을 상상하며,

울실대신 연누드 핑크 (207호) 수면사를 선택!

얼굴이 작아야 가능한 착용 이미지 입니다.

출처: 여기

물론, 왕초보인 내가 혼자 할 순 없어서, 스승인 타부서 개발자를 모심

모두 겨울이 끝나고 완성 될거라고 비웃었다. 

스승님의 책상... (사무실 책상임 ㅋㅋㅋ) 

애기 양말, 성인조끼, 의자 다리 받침 등 모드 게 가능한 금손

#여기가 #회사인가 #공장인가

하지만, 나의 귀도리 도전은 예상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완성했고, (5일 만에 완성)

완성한 그 날은, 바람이 쌩쌩 불던 날이라, 예쁘게 착용하고 집에 감!

중간에 내 머리통 둘레 조절에 실패해서 거의 목 깁스처럼 되었다가,

눈물을 머금고 실을 풀어서 줄였는데, 너무 줄여서 약간 타이트하게 돼서

성인 사이즈엔 실패했으나, 무사히 귀를 덮는 덴 성공! 

내가 만든 귀도리를 하고 귀가해서 뿌듯하긴했는데, 이날 웃긴 짤이 많이 생성됨 ㅋㅋㅋㅋ

나와 곰돌이 머리 둘레가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나를 대신해서 곰모델씨가 착용.

역시 모델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좋은 예 링크)

왜 내가 쓰면 이미지 처럼 안 나오는거지... 귀도리 문제가 아닌듯 ㅋㅋ

귀도리인데 귀가 안 덮여서 곰모델씨 기분이 언짢은지 촬영에 매우 비협조적임

여러 각도에서 찍어도 다 잘 안나옴 ㅠ 곰모델씨 힘 좀 내 봐요.

자자, 

촬영지 옮겨서, 옆 모습 착용 샷 갑니다.

시선은 부드럽게 아래로~ 

아주 좋아요~

겨우겨우 귀도리를 처음 만들었는데, 지인들한테 애기 덧신 주문이 들어온 상태...ㅎㄷㄷ

스승님 도와주소서를 외치고 싶으나, 나는 이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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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겨울에 만든 걸 지금 쓰는 계절 감각 잃은 꿀벌 

여름이 다가오는데 혼자 겨울 준비하는 것인가

사실 다른 취미를 쓰려고 왔다가 지난 글과 동일한 주제로 이어지는 게 목록으로 보기에 깔끔한 것 같아서 오래 전에 묵혀둔 외장하드를 하나씩 살펴가며 사진 추출.

다음 취미는 필라테스 소개가 될 듯!